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쿠팡의 공정위 조사 불복을 비판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일부 야당 의원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념형 위원장"이어서 기업에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12일 국감장에서 "피조사업체인 쿠팡이 공정위에 '증거인멸 우려를 입증하라'며 현장 출입을 막았다"며 "대한민국 공권력에 대해서 쿠팡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그냥 둬야 하나'라는 의문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 의원은 "쿠팡이 미국에서 하는 것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 내에서 공정위의 법 집행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면 다른 유통사들도 똑같은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나쁜 선례 1호가 될 것이다. 정무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도 이에 공감을 표하며 "쿠팡이 국내에서 엄청난 이익과 온갖 혜택을 얻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리할 때만 '미국 기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책임을 다하려고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에 기업이 거부해 공정위 현장 조사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한민국 영토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국내 소비자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기업이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있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어 "미국 증시 상장이 우리의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특혜 면허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런 차원에서 공정위에 대한 입장도 중요하지만 정무위가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여야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민 의원 제안에 적극 호응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겁게 보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집행하는 대부분의 법률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 더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하겠지만, 이러한 절차적 조사 권한에 대한 집행정지 처분 신청은 (만약) 그것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경제적 약자들의 최후 보루인 공정거래법 집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얻어지는 법익이 무엇인지 불명확하지만 그것을 인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공익에 대한 심대한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8월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불응하며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낸 바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으나 쿠팡은 재항고했고, 본안인 취소소송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지금같이 막강한 권한을 공정위가 가진 적이 없다"며 "밖에 나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기업들은 공정위를 탐관오리 취급을 한다"고 하고는 "쿠팡이 됐든 하나화가 됐든 정무적 맥락이 있는 부분은 좀 더 세심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도 곤란하고 국회도 곤란하다"고 했다.
신 의원은 또 "저도 쿠팡이 하는 행태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왜 그렇게 하겠나.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장이 영이 안 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막강한 공정위가 기업 조사조차도 하나 못 해서 건건이 법정으로 가고 이런 것은 정말 부적절하고, 그 이유는 공정위원장이 '이념형 공정위원장'으로 처음부터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날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코트라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호남 반도체 공장 부지 방문을 놓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통상 기업 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온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최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면서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지난 9일 최태원 회장이 광주 군공항부지를 찾았는데, 이에 앞서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이 광주상공회의소 특강에서 'SK가 혹시 발을 뺄 수 있나, 속도를 늦출 수 있나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말이 들린다. 이건 이재명 대통령 약올리는 것이고 통합특별시민 모욕'이라고 비판했다"며 "정부 여당은 기업 팔목을 비튼 적이 없다고 하지만 배후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고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기업이 경영적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게 왜 이 대통령을 약올리는 일이냐"며 "국감이 한창인데 국민 앞에 나오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최 회장이 민형배 시장 한 마디에 달려간 것은 국회와 국민들을 약올리는 행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님, 어느 구름에 해가 있을지 비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도 "기업 총수를 국감장에 세운다는 게 사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고 기업도 막대한 투자를 하는 사업"이라며 "당연히 최 회장께서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구 의원은 경북 구미갑, 조 의원은 경북 경산이 지역구다.
그러나 광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어느 구름에 해 있을까' 이건 전형적인 협박이다. '정권이 바뀔 수 있으니까 너 잘하라'는 것 아니냐"며 "국회가 기업을 협박하느냐. 기업가를 협박한 것에 대해 구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 의원은 "기업가가 현장에 가서 일하는 걸 일일이 국회가 언급하면 기업이 세계를 바라보지 못하고 국회만 바라보게 된다"며 "호남에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투자가 없어서 반도체 투자가 대규모로 가능할 것인지 시민들의 의구심이 있는데, 최 회장 방문은 그 의구심을 없앤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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