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트럼프, 중간선거 앞 유가 하락 노렸지만…협상 얼어붙고 가격 하락 미미 전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트럼프, 중간선거 앞 유가 하락 노렸지만…협상 얼어붙고 가격 하락 미미 전망

NYT "미·우 정상 갈등에 미 특사들 러 방문 보류"…러 공급 예정 30만톤, 미국 하루 소비량에도 못 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지만 협상 분위기는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 동맹 균열에도 러시아와 경유 거래를 추진했지만 미국 하루 소비량에도 못 미쳐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러시아 경제엔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제재 중단을 발표한 지난 9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우크라·유럽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을 벌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위트코프와 쿠슈너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새 종전 제안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두 소식통에 의하면 위트코프 소유 골프 클럽에서 열린 이 회의는 6시간 동안 진행됐고 우크라이나의 유럽 연합 가입, 영토 문제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우크라 협상단 3명 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정상의 국가안보보좌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위 당국자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표는 논의의 다른 내용을 순식간에 덮었다고 한다. 이 회의에 대해 잘 아는 세 소식통에 의하면 회의에 참석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미국 쪽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를 듣고 그 대가로 뭘 얻을 수 있냐고 묻자 미국 쪽은 미국이 우크라를 위해 이미 많은 걸 해주고 있어서 따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미국 쪽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미국의 정보 지원을 언급했다고 한다.

두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장에 있던 일부는 이를 은근한 위협으로 받아 들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정보 지원에 대한 위협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크게 분노해 향후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순 없다고 덧붙였다.

회담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할 때까지 예정됐던 러시아 방문을 보류할 것을 시사 중이라고 했다. 미국의 러시아산 경유 수입 발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푸틴(러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맞받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포함한 미 당국자들도 우크라이나에 러 정유 시설 공격을 보류하라고 요청했는데, 우크라이나 쪽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였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우크라 안보 고문 및 서방 당국자가 전했다. 미국이 "정보 지원과 PURL(우크라이나 우선요구목록) 아래 지원되는 모든 것을 끊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PURL을 통해 일부 무기를 계속 공급해 왔다.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12일 폴란드 바르샤바 안보 포럼에서 "동맹에 대한 어떤 공격도 완전히 헛수고로 만들 것"이라며 러시아에 경고하고 유럽을 안심시켰지만 물밑에선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다.

미국 쪽은 우크라이나에 경유 거래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이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9일 마이애미 회담에서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우크라이나 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경유 거래가 3자 회담 재개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미국이 우크라 쪽에 미국의 러 경유 수입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러시아의 종전 조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경유 거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유 가격 상승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널리 해석되고 있으며 <로이터>는 우크라 및 유럽 당국자들이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군사작전을 종료할 의향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짚었다. 통신은 러 크렘린(대통령궁)과 가까운 소식통이 "국내적으로 승리로 내보일 수 있는 돈바스 지역 나머지 11%를 확보"할 때만 푸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거라고 관측했다고 전했다.

러 경유 수입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균열을 불러 일으켰지만 미국 내 실질적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즉시 경유 30만톤(225만배럴)을 미국 등에 공급할 거라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의 하루 경유 소비량에도 못 미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운송 부문에서만 하루에 경유 294만배럴을 소비한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11월 50만톤, 추후 100만톤이 더 공급된다고 해도 채 며칠분이 안 된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28달러로 한 해 전 평균 가격(3.65달러) 대비 70% 이상 뛰었다. 경유 가격은 지난달 22일 갤런당 6.5276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공격에 시달린 러시아의 경유 수출 여력도 불분명하다. 우크라 공격 전 러시아는 하루 경유 10만톤 가량을 수출할 수 있었다. <로이터>는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면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첫 30만톤 경유 수출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대형 정유 시설이 가동되면 러시아가 이달 경유 30만톤을 생산할 수 있을 걸로 봤다.

러시아 경유가 성공적으로 공급된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이득은 불분명하지만 러시아의 경제적 이득은 명확하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경유 거래가 진행될 경우 40억달러(원) 미국 자금이 러시아 경제에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동의한다면 이득은 훨씬 더 커진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및 다른 기업 공격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를 잃었다고 인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러시아 휘발유 생산량이 2025년에 비해 20%, 경유 생한량이 거의 30% 줄었다고 추산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가 우크라 남부 오데사에 드나들려는 상선을 공격해 수출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압박이 "불균형"을 더 키운다고 짚었다. 오데사 항구들은 우크라 수출 60% 가량을 담당하는데, 8~9월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95% 감소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수출 경로, 공장, 에너지 시설 등 경제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온갖 종류의 자산을 공격해 우크라이나 경제 기반을 해체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2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큰 동맹이지만 우리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면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우린 미국이 제재를 시행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밝힌 에너지 휴전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바르샤바 안보포럼 연설에서 "우리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휴전 구상을 즉시 지지"했지만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밝힌) 트루스소셜(소셜미디어)을 읽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에너지 휴전을 지킨다면 우리도 지킬 것"이라며 "어젯밤 러시아 정유시설은 불타지 않았지만 자정 무렵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 가스 생산 시설을 공격했다. 무인기가 일반 주유소를 공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 공습으로 주거 건물이 파괴된 뒤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김효진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