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으로 경찰에 8차례나 신고한 60대 여성이 법원의 접근금지 조치에도 남편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피해자를 안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했지만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혐의로 A(70대)씨를 긴급체포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의 한 아파트에서 별거 중인 아내 B(60대)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A씨가 아내보다 먼저 아파트에 도착해 비상계단 부근에서 기다리다 귀가하는 B씨를 뒤따라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시간은 이날 오후 5시 30분이서 7시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후 집 안 벽면에 아내와 경찰을 원망하는 내용의 글을 남긴 후 비상계단으로 건물을 빠져나와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
B씨는 다음 날인 14일 오후 5시께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는 B씨의 직장 동료가 그의 집을 찾아갔다가 현관 입구의 혈흔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 남편인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에 나서 같은 날 오후 8시40분께 충남 서천에서 그를 붙잡았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제초제를 마신 상태로 검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사이 별거를 시작해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고 재산 분할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B씨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A씨 문제로 경찰에 총 8차례 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절도 신고부터 5월과 7월에는 전화 협박, 현관문 파손 등 가정폭력 관련 신고가 세 차례 접수됐으며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두 차례 신청했다.
그러나 A씨가 접근금지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집을 찾아오자 B씨는 경찰에 위험 방지를 요청했고 퇴근 후 혼자 집에 돌아가기 두렵다며 경찰에 귀가 동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A씨가 아내에게 원망과 재산 문제 등을 언급한 문자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내면서 스토킹 신고가 접수됐으며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스토킹 잠정조치 1~3호 결정을 받아 A씨에게 100m 이내 접근, 전화 및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연락을 금지했다.
하지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유치 등 강력한 조치는 신청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당시 직접적인 신체 폭행이 확인되지 않았고 스토킹도 문자메시지로 이뤄진 데다 A씨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재범 위험성을 낮게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23일부터 경찰은 B씨를 모니터링 대상자로 지정해 주1회 안전 확인, 주거지 주변 하루 두 차례 순찰 등이 이뤄졌고 그에게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를 권유했지만 B씨가 동의하지 않아 지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범행 당일인 지난 13일 오후 5시 43분 경찰이 B씨에게 안전 확인 전화를 걸었을 때는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이 시간은 경찰이 추정한 범행 시간과 겹치는 시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조사하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라며 "B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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