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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정동영 경질? '한미 동맹 파탄'을 진짜로 바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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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정동영 경질? '한미 동맹 파탄'을 진짜로 바라는 사람들

[박세열 칼럼] 이재명 정부는 '동맹 파탄' 정부여야만 한다?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 논란에 이어 국가정보원의 한미일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협의체 배제, 이종석 국정원장 방미 거부설 등이 제기되며 일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은 이종석 국정원장을 경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논평에 인용된 걸 거론하며 정 장관 경질도 요구한다. '한미 동맹을 저해하는 자주파들을 경질하라'는 주장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처음은 아니다. 보수 진영의 대북 강경파들은 민주당 계열 정부가 들어오면 언제나 '한미 동맹 약화'를 주문처럼 외워왔다. '정보 협력 일부 마찰'을 동맹 파탄으로 규정하고, 인사 경질을 요구하는 모습도 '정치 공세' 성격이 강하다. 참으로 게을러 보인다.

이 문제는 '한미 동맹'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간의 문제다. 마침 미국 측이 쿠팡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한 한국의 규제 등 경제 이슈를 외교 안보 사안과 연계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외교 안보 및 정보 공유 이슈를 두고 동맹국들간 갈등을 벌여온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 2025년 11월,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이 카리브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관한 일부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영국은 카리브해 여러 지역을 실효 지배하고 있다. 정보 자산도 상당해, 오랫동안 미국이 마약 밀수 혐의 선박을 식별하는 데 협조해 왔다. 그런데 2025년 9월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 수역의 선박을 국제법상 근거도 없이 십수차례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최소 70명을 기록했다. 영국은 이런 '불법 소지'가 다분한 미국의 작전을 돕는 정보 공유를 차단했다. 동맹간에도 이런 일들은 있을 수 있다.

2025년 2월 <파이낸셜타임스>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하나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이 서방 5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서 캐나다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해 미국과 캐나다가 발칵 뒤집힌 일도 있다.

나바로는 공식 부인했지만, 지금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캐나다 내에서 동맹을 파탄낸 자국 정부 관료들을 경질하라고 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미국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문제는 아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23년 "2020년 중국의 해커가 일본의 군사 기밀망에 침투했고, 미국이 이를 적발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냈다. 이때문에 미국이 일본에 정보 공유를 사실상 제한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일본의 네트워크 보안 능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첨단 군사작전을 위한 정보공유 강화가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조선일보부터 시작해 온 나라가 "정권이 한미 동맹을 파탄냈다"며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동맹국 간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과 정보 협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정부의 잘못이나 동맹 파탄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정책 변화, 정보 사용 방식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심지어 '외교 안보 이슈'마저 다른 경제 이슈와 연계해 장사를 하고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이른바 '수미 테리' 사건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보 기관의 미국내 공작을 적발했다고 주장하며 기소한 사건이다. 그런데 미국 검찰이 문제 삼은 혐의 기간은 2013년부터로, 미국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모두 '공작'에 관여한 게 된다. 정보전은 그런 것이다. 한미동맹과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관계'는 전혀 다른데, 항상 문제가 되면 보수 언론과 보수 정당은 자동적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한국 당국자들을 내치라'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가 한국의 책임을 자동으로 면제해 주지는 않지만, 모든 마찰을 이재명 정부의 '반미'나 '친북'으로 설명하는 논리는 너무나 게을러 보인다. 그들에게 이재명 정부는 '한미 동맹을 파탄내야만 하는 정부'여야 하기 때문이다.

민약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라면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에 경제 주권 차원에서 정당하게 대응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외교 안보 협력'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닌가. 로비스트를 동원해 한국을 때려달라고 매달리는 쿠팡과 같은 사기업이 지금 군사 동맹을 흔들고 있는 꼴이다. 보수 언론 논리대로라면 동맹을 흔드는 쿠팡의 김범석에게 물러나라고 할 건가?

정동영 통일부장관 경질론의 배경은 더 어이가 없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관계가 매우 좋다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에 해당하는 표현인 '뉴클리어 파워'로 부르기까지 했다. 오는 11월 아시아 순방 때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북미 관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동영 장관이 설령(전혀 그렇지도 않지만)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낸다고 해서 그게 '친북'인가? 그렇다면 트럼프는 가장 '친북'적인 인물이자 가장 '자주파 친화적'인 인물이 아닌가.

이 지점에서 보수 언론과 논객들, 그리고 국민의힘의 '인지부조화'가 시작된다. 현실은 변화하고 있다. 그들이 부인하고 싶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구애'하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면 '친북' 정동영을 제거하고, '반북' 인사를 통일부에 앉히면 트럼프가 좋아해줄까? 정치 공세도 좋지만 외교부나 국방부와 다른 통일부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는 장관을 시덥지 않은 이유로 경질하라는 건 너무 나간 일이다.

정보 협력의 문제가 실제라면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경질을 주장하려면 누구의 어떤 행위가 문제를 일으켰는지, 교체하면 무엇이 개선되는지, 변화하는 북미 관계 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설명 없이 '한미 동맹 파탄론'과 '친북 인사 경질'같은 낡은 구호만 반복한다면 나라만 혼란해 진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나라가 혼란해지는 건 아닐 것이라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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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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