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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개인전,《알기 힘든 진실과 무용함의 미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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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개인전,《알기 힘든 진실과 무용함의 미美》

10월 16~31일까지 서울 아팅갤러리에서 개최

▲평면 캔버스(상단)와 소형 콘크리트 오브제(하단)를 매치해 '불편함 속 자유'를 표현한 작품ⓒ아팅갤러리 제공

현대미술가 '박정현 작가'의 개인전 《알기 힘든 진실과 무용함의 미美》가 10월 1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아팅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이어온 두 연작 '0.917'과 'T-ables'을 중심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진실과 일상적인 쓸모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물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텍스트를 가리거나 사물의 형태를 변형하는 방식을 통해 익숙한 대상이 지닌 의미를 흔들고, 관람객이 스스로 질문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0.917'은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에서 출발한 연작이다. 빙산의 일부만 수면 위로 드러나고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듯, 작품 역시 텍스트의 일부만 노출하고 나머지는 가리거나 감춘다.

작가는 대한민국 헌법과 애국가, 반야심경 등 이미 정해진 문장을 작업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원문의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도록 구성한다.

▲0.917 시리즈 헌법 작품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의 글자 일부를 숨긴 작품. 멀리서 보면 선과 획이 자아내는 현대적인 추상화로 보이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숨겨진 글자의 획들이 비로소 인지된다.관람 거리의 변화에 따라 ‘미학적 추상’에서 ‘메시지의 인식’으로 이행하는 경계의 경험을 담아냈다ⓒ아팅갤러리 제공

익숙한 문장을 마주한 관람객은 보이는 글자 너머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추측하며,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 사이를 오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작업의 개념을 유지하면서 텍스트의 노출 범위를 확장해, 감춰진 단어와 문장의 흔적을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연작 「T-ables」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테이블의 구조를 변형하는 작업이다.

평평한 상판과 지지대로 이루어진 익숙한 형태에서 출발하지만, 작가는 이를 M자나 L자에 가까운 형태 또는 일그러진 구조로 바꾸어 기존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사물로 만든다.

회화에서는 테이블의 윤곽을 화면 위에 드러내고, 입체 작업에서는 변형된 구조를 실제 사물로 구현한다. 기능과 효율을 기준으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통상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쓸모를 잃은 형태가 지닐 수 있는 새로운 의미를 살펴본다.

두 연작은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하지만, 익숙한 대상과 정해진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박 작가는 간결한 구성과 제한된 색채, 반복되는 격자 구조를 활용하면서도 대상이 지닌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비껴간다. 작품은 많은 것을 설명하기보다 일부를 감추고, 완결된 답을 제시하기보다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러한 작업의 바탕에는 불편함을 제거하고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모호함을 줄이고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박정현은 불완전함과 불편함, 그리고 당장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박 작가에게 무용함은 단순히 기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해진 목적과 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박정현 작가(회화·설치)ⓒ아팅갤러리 제공

박정현은 감춰진 것과 드러난 것, 기능하는 것과 기능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을 통해 관람객이 익숙한 세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알기 힘든 진실과 무용함의 미美》는 명확한 설명과 즉각적인 효용을 요구하는 시대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과 당장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 지닐 수 있는 의미를 되짚는 전시다.

전시공간인 '아팅갤러리(arting gallery)'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40길 13번지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토요일 오후 12시–6시까지로, 휴관 요일은 일요일·월요일·공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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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구경북취재본부 김기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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