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 마련했지만 민간 현장엔 ‘권고’ 수준 그쳐
공동주택 등 찾아 참여 요청… 지역업계 "협력업체 등록부터 쉽지 않아"
참여율 산정 방식도 변경… "지역업체가 실제 참여하는 구조 만들어야"
최근 경기 평택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인 공동주택 및 대형 건축사업을 두고 지역 건설업체들이 대형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평택시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공동주택 등 민간 건설현장을 찾아 지역업체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민간 건설사업의 하도급 계약은 사업자와 시공사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면서 행정의 역할에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평택지역 대형 건설현장에서 지역업체 참여가 어려운 현실과 그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평택시가 지역건설업체의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형 건설현장에서 지역업체가 차지하는 몫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시는 ‘평택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업체의 공동도급·하도급 참여 확대를 권장하고 있다. 또 주택과 건축사업지원팀도 공동주택 등 민간 건설현장을 찾아 지역업체 활용을 요청하는 등 현장 독려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에는 민간사업자에게 지역업체 활용을 의무화하는 강제 규정이 없어 결국 행정이 사업자와 시공사에 지역업체 활용을 요청하고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조례에 공동도급·하도급 참여 규정… 하지만 ‘권장’에 그쳐
‘평택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지원 조례’는 지역 건설업체의 계약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건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정적 근거다.
조례에는 외지 건설업체가 평택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역업체의 공동도급과 하도급 참여를 높이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공동계약 참여는 49% 이상, 하도급 참여는 5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장하는 규정도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으로 민간 건설사업자가 반드시 해당 비율을 지켜야 하는 의무규정은 아니다.
대형 건설공사의 경우 시공능력과 공사실적, 기술력, 안전관리 능력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협력업체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례는 지역업체 참여를 위한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하도급 계약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가 공동주택과 대형 건축현장을 찾아 지역업체 활용을 요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참여율 자료에도 한계… 2025년부터 ‘실제 참여’ 중심으로
시가 관리해 온 자료에서도 지역업체 참여가 분야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23년 지역업체 참여율(계약금액 기준)은 전체 12.7%였다. 구체적으로는 △공동주택 3.6% △일반건축물 8.3% △공공조달 43.5%로 집계됐다. 2024년에는 이보다 낮아진 10.3%(공동주택 4.4%, 일반건축물 9.1%, 공공조달 21.5%)에 불과했다.
특히 공동주택과 일반건축물의 참여율이 공공조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이 수치를 실제 하도급 참여율로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시 자료가 업체가 제출한 계약금액을 중심으로 작성됐고, 제출자료와 증빙을 충분히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계약금액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업체 활용 업체 수와 실제 현장 참여업체, 지역 장비와 레미콘 사용 등을 함께 평가하도록 평가방식을 변경했다.
실제 지난해 자료를 보면 공동주택의 경우 지역업체 활용 업체 수 평균 30개, 관련 업체 활용 69개, 실제 현장 참여업체 90개로 집계됐다. 지역 장비와 레미콘 참여율은 각각 52.5%, 34.7%였다.
일반건축은 각각 71개와 44개 및 22개로 나타났고, 장비와 레미콘 참여율은 각각 36.5%와 41.7%였다. 공공조달은 17개·26개·52개로 집계됐으며, 장비와 레미콘 참여율은 각각 72.7%와 74.1%였다.
지난해부터 산정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2023~2024년 자료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점은 참여율 숫자 자체보다 실제로 어떤 지역업체가 어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 "협력업체 등록부터 불가"… 현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문턱
지역 건설업계는 행정의 독려만으로는 기존 건설현장의 계약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한전문건설인연합회 평택시지회 강인기 회장은 "평택시가 주택과 건축사업지원팀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업체 참여를 요청하고 간담회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협력업체 등록을 주요 장벽으로 꼽았다. 본사 중심으로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업체가 등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협력업체 등록 자체가 힘들다"며 "개인적으로 해 볼 기회 자체가 안 온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형공사의 안전과 품질 기준 역시 현실적인 장벽이다.
정일구 평택시의회 부의장은 "과거 지역업체 참여 확대 논의 과정에서 대형공사는 안전이 중요한 만큼 지역업체가 요구되는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 거론된 뒤 당시 논의에서는 대형공사 전체가 아니라 단순공정부터 지역업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방향이 제시됐었다"며 "하지만 현실은 지역업체에 참여 기회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대형공사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품질 기준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맞물려 기회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가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 현장을 찾아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조례만으로 민간 건설현장의 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최원용 평택시장 역시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지역업체 참여 확대와 함께 제도 개선 및 인센티브 마련을 주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의 주문과 조례상의 권고를 실제 현장의 변화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풀어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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