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패배할 거라는 전망이 짙은 가운데, 투표소 군 배치 가능성 및 결과 불인정을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개입 우려에 미 전·현직 안보 당국자들이 물밑에서 자문단을 꾸려 대비를 돕고 있다는 보도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작업에 관여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방부 근무 경력이 있는 전현직 국가안보 당국자 약 10명으로 이뤄진 집단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할 가능성에 대비해 주 정부와 의원들에 대비책을 은밀히 조언해 왔다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국외 권위주의에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이 집단은 연방정부의 선거 개입을 우려하는 10개 주 주지사, 선거 관리 당국자, 양당 하원 및 상원 의원들과 협의해 왔다. 접전지에 초점을 맞춰 의회 보좌진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고 적어도 한 개 주가 이들과 지속적 회의를 갖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이 활동이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집권 유지를 위해 투표 공정성을 훼손하고 미국 민주주의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집단의 한 구성원은 의원들과의 회의에 대해 전하며 "모두 걱정은 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우리가 바라는 결과는 각 주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단이 검토한 트럼프 정부가 연방 권력을 이용해 중간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엔 합법 및 불법적 활동이 모두 포함됐다. 군대나 이민당국 요원을 투표소에 배치하거나 선거 사기 주장을 펴며 선거 결과를 무효화 할 가능성도 이들의 논의에 들어 있다.
이들은 의원들과의 논의에선 특히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간섭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러한 시도가 있을 경우 공개적으로 반대할 준비를 하도록 권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주 정부와의 회의에서는 연방 정부가 악용할 수 있는 선거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 집단 구성원들은 자문 활동이 트럼프 행정부 활동과 대통령 및 측근들의 공개 발언에 대한 개인적 분석에 기반한 것이지, 자신들의 연방 직책으로 접근할 수 있는 특정 정부 정보나 첩보에 기반한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이러한 활동은 자신들의 공식 직무 범위 밖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9~13일 미국 성인 2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8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입소스 공동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때 선거 결과를 수용하리라는 신뢰가 없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투표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 사이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2%, 공화당 지지율은 44%로 나타났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 선거 사기 주장으로 인해 2021년 1월6일 의회의사당 폭동 악몽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 패배 뒤 경합주에서 주방위군에 투표 기계를 압수하라고 지시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고위 각료들은 투표소에 군이나 이민당국 요원 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4월 말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피트 헤그세스미 국방장관은 투표소에 병력을 배치하거나 투표 기계를 수거하라는 대통령 명령을 거부하겠냐는 질문을 받고 "가정적" 질문이라며 일축했다. 이후 재차 답변이 요구되자 "난 불법적인 일을 하란 명령을 받은 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마크웨인 멀린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투표소에 이민 단속 요원을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취재진에 "구체적 위협"이 있을 경우에만 요원들이 투입될 것이며 그들은 투표소를 "순찰"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공화당 소속인 유타주 부지사 디드레 헨더슨은 이날 초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선거 관련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위협 대부분은 우리정부로부터 오는 것"이라며 "현재 연방정부가 선거를 처리하는 방식은 위험하고 혼란을 야기하며 악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선거 관리자 단체인 전국선거관리협회 최고 프로그램 책임자 태미 패트릭은 지난 1년간 연방정부 개입 가능성이 전국 각지 선거 관리 당국자들의 가장 큰 우려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주 및 지방 당국자들은 연방요원이 투표소에 나타나 투표 기계나 투표용지에 접근을 강요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예행연습을 해 왔다고 한다.
로렌 비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범죄를 기소하고 선거 기반시설 보안을 강화하며 취약한 유권자들을 사기 및 강압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우리 선거를 지키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 "우리 선거에서 불법적으로 투표하는 자는 누구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하원 다수인 공화당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초당적으로 구성된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에게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를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에 편승할 수 있음을 걱정해서다. 이들은 의원들에게 "유효한 선거 증명서를 제시한 당선인의 의석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포함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훼손하거나 유권자의 의지를 무시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에 추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의 정책과 원칙에 대한 믿음 아래, 특히 프랑스와 유럽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목격한 뒤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번 중간선거와 관련해 선거일까지 4억달러(약 5300억원) 이상을 지출했거나 지출할 예정임을 기쁘게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3억달러 이상이 지출됐다고 밝혔다. 2주간 1억달러(1325억원)를 더 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자금 출처는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마가(MAGA Inc.)'의 모금액인 것으로 보인다.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를 보면 마가의 현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4억1578만달러(5511억원)다.
19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1%에 그쳐 2기 취임 뒤 최저치를 경신했다. 16~19일 18살 이상 미국인 167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 47%가 오늘 의회 선거가 치러진다면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밝혀 공화당 후보 투표 의향을 보인 35%보다 크게 앞섰다.
공화당의 곤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유세 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주 캔자스, 노스캐롤라이나 및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아이오와, 조지아주 등에서 공화당 지원 유세를 펼칠 예정인데 19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주가 보수색이 강한 주인 데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캔자스는 몇 달 전까진 경합주로 여겨지지 않았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텃밭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참모가 대통령이 "공화당 텃밭(red state)으로 향하고 있다는 건 맞다. 거기서 경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모들은 백악관이 이번 선거에서 텍사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미시간을 경합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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