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전당대회 분위기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심 무죄판결을 받으며 되살아난 차기 대권주자로 여론의 관심을 모은 이후, 장동혁 현 대표가 연임 도전을 강하게 시사하면서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선제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구도는 △극우·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장 대표가 재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힌 가운데 △이른바 '개혁-중도 보수' 그룹이 이에 도전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오 시장은 개혁보수 성향에 가깝지만, 현직 서울시장이기에 본인이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이 쪽이지만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복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누가 이들 유력 대권주자들의 '대리인'격으로, 또는 틈새를 노린 전략으로 전대에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모인다. 벌써부터 주호영(6선)·권영세·김기현·윤상현(이상 5선) 등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초선 김재섭 의원, 원외의 유승민 전 의원도 예상 주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 5선 중진 권영세 의원은 3일 채널A 방송 인터뷰에서 "선거(총선)에 임박해서도 우리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 목소리를 더 크게 낼 필요가 있다"며 "당이 어려웠을 때 여러 역할들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다시 당이 어려운 상황인데 제가 거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나설 생각이 있다"고 출마 의사를 드러냈다.
권 의원은 "지금 우리 지지율이 갇혀 있는 이유가, 당이 지나치게 오른쪽을 겨냥하다 보니까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당을 떠나고 있다"며 "중간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나는 당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니까 오른쪽으로 가겠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우리 당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사실상 장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 잡더라도 결국 (총선을) 이길 수가 있겠나. 어려울 것"이라며 "(장 대표가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엊그제 또 올림픽공원 가서 '무조건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더라.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부실 선거가 심해서 서울시장 선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었다면 재선거를 검토할 필요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식의 주장은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서 일부 세력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고, 그 분들을 생각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일반인들 전체, 합리적인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매우 동떨어진 얘기"라며 "그래서 이런 식의 주장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다음 선거에서도 과반수를 얻기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 의원은 오세훈·한동훈 측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제가 요즘 오 시장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라며 "시장으로서 본분을 충실하게 하는 게 본인한테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무죄 재판 이후 지나치게 정치적 행보를 많이 가져가는 건 본인한테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오 시장과 한 의원 간의 이른바 '훈-훈 연대'에 대해서도 "합쳐서 부작용을 내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돼야 한다"며 "유력한 주자라고 하는 분들이 사실 당을, 보수세력을 위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좀 떠야겠다' 이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당에 있는 분이나 당 바깥에 있는 분이나 그런 부분이 너무 강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둘이 같이 나와봐야 시너지 효과가 나겠나", "내부적으로 투쟁만 벌어지고 합치는 의미가 없을 때 합치는 게 맞나"라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진로와 관련 "보수 대통합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당내 주춧돌을 먼저 쌓는 게 우선"이라며 "당내에서 가치·비전·아젠다·규칙을 세팅하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내년) 8월 전대를 하면 보수대통합 그림을 그리기에 훨씬 더 기간을 많이 벌지만, 4월 전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하는 건 아니다"라며 "혁신형 통합 전당대회가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전에 우리가 어떻게 국민의힘을 변화시켜서 이재명 정부에 맞설지 혁신의 그림을 그린 다음에 통합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장 대표의 연임 도전 시사에 대해서는 "제가 이 당에 한 20년 가까이 있었지만 당 대표를 하고 또 하겠다는 분은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바탕 위에 통합 전대로 가야 한다"며 "(전대가) 대권주자들의 각축장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총선을 관리하는 총선 승리의 대표 체제로 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을 받자 "아직 전당대회 아직 발표도 안 됐다"며 "결정이 되면 제가 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뒀다. 그는 다만 "보수가 다음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뭐든지 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의원은 "8월이 될지 4월, 2월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전당대회가 보수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만약 전당대회에서 장동혁 대표로 계속 가는 결과가 나타나면 굉장히 암담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총선을 치를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 수 있으면 큰 울타리에서 통합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장 대표가 고집을 부리는 한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과 가까운 김재섭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전대 출마 관련 질문이 나오자 "말씀드릴 수 없다", "아직은 제가 전혀 결정하거나 그럴 입장도 아니다"라면서도 "언론에서 자꾸 '친오(親오세훈)계 대리인'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오 시장이 누군가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정치를 하실 분이 아니고 저도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정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저는 도봉구민과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이지 어떤 특정한 정치인의 대리인으로서 전당대회를 출마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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