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근심하고 걱정하는 근심하는 일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근심하고 걱정하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노심초사한다.
주말에 다른 도시로 출장 갈 일이 있어
아내에게 동행 하겠느냐 물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처형이 놀라며 말린다.
“난 둘이 함께 비행기 타고 가는 건 반대야!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차를 타고 가다 사고로 죽는 확률에 비하면
비행기 사고란 여전히 지나친 걱정이다.
잠시 후에 이라크와 새달부터 전쟁을 한다는 소리를 듣더니
테러 위험으로 더더군다나 비행기 여행은 안 된다며 말려댄다.
장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과대걱정 유전인자가 작동을 한 것이다.
장모님은 미남 남편과 함께 그림 같은 딸 다섯을 키우다 보니
하루도 걱정 없이 보낸 적이 없다.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서 이젠 걱정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없는 걱정이 없는 날이면
걱정을 만들어서라도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한 평생 장모님이 걱정하는 일이 일어난 적이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항상 더 나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둘 다 키가 큰 부부가 자신의 아이가
키가 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퇴근 시간보다 잠시만 남편이 늦어도
온갖 불길한 상상을 하는 아내,
새벽에 잘못 걸려온 전화 벨소리에
아버지가 돌아 가셨구나 하며 질겁하며 잠에서 깨는 여자,
아침부터 몰려오는 복통이 암이 아닐까 염려스러운 남자,
우리 회사는 망할 것이라며 전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직장인,
이 모든 이들의 걱정은 대부분 지나친 염려에 불과 할 뿐이다.
지난 수요일 본점 매장에 사고가 났었다.
여든 살의 할머니가 파킹장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실수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버렸다.
제 풀에 놀란 할머니는 엉겁결에 또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잠시 후에 결과란 대단했다.
유리벽을 뚫고 매장 깊숙한 안쪽까지 차가 들어와서
진열대 두개를 완전히 부셔버리고 나서야 멈췄다.
수천 병의 비타민 약병으로 진열 되어 있던 그곳은
온통 깨어진 유리병으로 가득했고
놀란 고객들은 바닥에 주져 앉아 버렸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대한 매장 매니저들의 대응은
상당히 흥미롭고 아름다웠다.
우선 사상자가 없음을 알고 나서는 매장 안에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모든 직원들은 태연하게
마치 하루에 한번쯤 있는 일처럼 행동했다.
미처 사고 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똑같은 질문에 대답해 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차가 밀려들어오던 자리에 있던 여직원 하나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아 호들갑을 떨다가
단호한 눈빛을 보내는 매니저에게 조용한 경고를 받았을 뿐이다.
이제 고객들과 직원들은 벌어진 사태를 즐기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다가 놀라 넘어지며 안경을 떨어드렸던
고객 한 분의 무용담에 다들 웃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골라 주느냐고
판매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자 표 나지 않게 좋아해야 했다.
공짜로 매스컴을 탈 일이였기 때문이다.
점장은 벌써 부서진 벽을 고치기 위해 공사하는 사람을 불렀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 전기전문가를 불러 놓고 있었다.
사고 발생 오분 후부터 모든 현장은
디지털 카메라로 전부 찍히어서
보험회사에 청구할 자료로 준비되고 있었다.
사무직원들까지 전부 동원되어 부지런히 수습에 나선 결과,
늦은 오후가 될 무렵에는 뚫어진 벽을 제외하곤
거의 복구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튿날,
본사 간부 한사람의 손엔 사고에 관련된 모든 자료가
준비되어 보험회사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고를 통해 손실 부분과 이익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손실이란,
여덟 시간 정도를 정상적으로 영업하지 못한 점과
부서진 상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기까지
일주일 정도는 부분적으로 영업이 지장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익이란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사고 대처 능력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으며 TV방송국의 전파를 타고
공짜로 한 시간 간격으로 광고를 할 수 있었고
모든 파손된 집기와 상품은 보험회사에서
새것으로 바꿔주게 됐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사고는 이익이었다.
만약 사고 당시 책임자들이 당황하기만 하고 걱정만 했다면
이렇게 신속하게 사태 해결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손실이 더 컸으리라 짐작한다.
일전에 연배가 나 보다 많은 친구 한분이
폐가 좋지 않아 검사를 받으러 갔었다.
X-선 사진에 미심적인 흔적이 보이는데 종양은 아닌 것 같지만
재검사를 해 보자는 의사 말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주위의 친구와 가족은 별일 아닐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았지만
당사자는 유서를 고쳐 가며 온갖 흉흉한 상상을 해댔다.
며칠 후에 결과가 나왔을 때는 단순한 감염으로
항생제 몇 알을 처방 받았을 뿐이다.
정작 걱정할 일이 생기기 전에는 걱정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미리 근심함으로 해결될 문제는 없다.
걱정은 미래에게도 현재상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가장 잘 보여준 두 가지 일이였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근심 걱정에도 참지 못한다.
이들은 버스가 늦게 와도 화를 내고
식당의 음식이 늦으면 뒤에 들어 온 사람의 음식이
혹시 먼저 나오지 않았을까 살펴보며 조바심을 내고
자동자판기가 동전이라도 삼켜 버리면 쌍욕을 하며 발길질을 해댄다.
이런 정열이 옳은 의지에 따라 사용되었더라면
아마 나라의 정부를 바꾸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것처럼 보인다.
만약 우리가 열의와 체념사이에서 중용을 지킬 수만 있다면
빨리 달라고 할 때마다 자장면에 침을 뱉어가며 만든다는
중국집 주방장이 있다는 말에 동요하지 않을 것이며,
팥 아이스케끼는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 제조 과정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팥을 넣는다는 소문에 관심을 두지도 않을 것이다.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하면서도 걱정과 근심은
불행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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