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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외면 아버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양육비 외면하는 배드파더스] 명예가 아이들 생존권보다 중요한 가치인가

이혼 후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법적 강제력이 없는 양육비 제도의 허점을 알린 '배드파더스' 사건이 이달 14일 국민참여재판을 받는다. 배드파더스 측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법원과 배심원단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후 양육권자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들의 얼굴과 신상(이름, 거주지 등)을 공개한 사이트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명예보다 자녀의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탄생했다.

신상이 공개된 부모 중 5명(남성 3명, 여성 2명)이 홈페이지 운영 봉사자 구본창 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본인의 신상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를 실추했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망법 제 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 구본창 씨는 양육비 미지급자 제보를 받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 운영진을 대신해 자원봉사자로 외부와 소통을 맡았다.

▲ 배드파더스 사이트 자원봉사자 구본창 씨. ⓒ셜록

평소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구 씨는 지인이 만든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자원봉사자를 자처했다. 그는 2013년경 필리핀에 설립된 WLK(we love kopino) 대표로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 나은 아이들)와 그 엄마들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돕는 활동을 한다.

"코피노 엄마들이 양육비를 못 받는 건 알았어도, 한국에 있는 양육자들이 양육비를 못 받는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도 양육비가 심각한 문제라는 걸 절감해 <배드파더스> 활동에 뛰어들었죠."

애초에 검찰은 구 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 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 사건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창열)는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구본창 씨를 고소한 인물 중 한 명은 <양육비 외면하는 배드파더스> 1화(바로가기 ☞ : 클릭)에 등장하는 양육비 미지급자다. 고소인 박OO(남성, 83년생) 씨는 혼인 시절 아내와 아이에게 칼을 겨누고, 면접교섭 날 아이를 방치한 채 애인과 영화를 보러 간 인물이다. 양육비는 안 주던 그는 외제차와 명품 모자를 애용했다.


박 씨는 2012년 12월부터 매달 6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약 8년간 무시했다. 그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2019년 12월 기준 약 5000만 원을 넘어섰다. 결국 그의 신상은 <배드파더스>에 공개됐다.

사실 양육비 미지급자 박 씨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이혼한 한 부모 중 약 80%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양육비해결총연합회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피해 아동은 100만 명이 넘는다. <배드파더스> 운영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이트를 닫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혼한 한 부모 중 약 80%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구본창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을 위한 법적 절차를 다 거친 후에도 해결이 되지 않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이 공개된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배드파더스>에 공개된 후 연락두절 된 전 배우자에게 연락이 오거나, 수년간 주지 않았던 양육비를 양육자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양육비 관련 미흡한 현행법으론 해결할 방법이 이뿐입니다."

실제 <배드파더스> 해결 효과는 상당하다. 사이트 신상 공개 해결 건수는 2020년 1월 기준 총 112건이다. 공개 건수 400건 대비 해결 비율 27.5%는 사이트가 개설된 지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해결률(32.3%)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구 씨의 설명대로, 근본적으론 미흡한 현행법이 문제다.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가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사소송법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해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이행명령,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30일 이내 감치 등의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들은 양육비 의무자가 급여소득자이거나 본인 명의의 재산이 있을 경우에 활용할 수 있다. 양육비 의무자가 지불 의사가 없는 경우엔 양육비를 지급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양육자 입장에선, 양육비 의무자의 자발적 이행을 막연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강력한 제재인 감치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잠적, 위장전입 등으로 양육비 미지급자의 주소지가 실거주지와 달라 경찰이 구인하지 못할 경우 감치 결정은 쉽게 무효화될 수 있다. 집행장의 유효기간은 6개월(2019년 7월 개정)이다.

더구나 수년씩 걸리는 재판에 지쳐 중도 포기하는 양육자도 많다.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 후 3번의 불이행이 있어야 감치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법원의 감치 결정까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기간 동안 한부모 가족은 생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 배드파더스 사이트 에 공개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예시. 양육비 미지급자의 정보를 일정한 형식에 따라 일률적으로 공개한다. ⓒ배드파더스

이처럼 법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 아래, <배드파더스>는 탄생했다. 구본창 씨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 아닌, 해결에 방점을 둔 공익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사이트 운영 방식 3가지를 근거로 내세운다.

먼저, '아동의 생존권'이라는 사이트 운영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사이트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취지와 배경을 설명한 후, 그 하단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를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이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압박이 정당성을 갖고 있는 근거는,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입니다." – <배드파더스> 사이트 中-

즉,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동들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신상 공개를 사용한다는 걸 안내해 공익적 동기를 공공연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정보를 일정한 형식에 따라 일률적으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형식은 미지급자의 사진과 이름, 직장 등 기본 정보를 나열한 식에 그친다. 이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모욕적 표현이나 미지급 경위 등에 대한 부연 설명은 없다.

"일정한 패턴으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단순 나열하고 있어요. 사이트 방문자들이 개인의 신상정보 보다 양육비 미지급자가 많다는 사실에 집중할 수 있게끔요.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부조리한 실태를 드러내는 자료로서 활용되는 거죠."

마지막으론, 체계적인 사실 확인 절차다. 사이트 운영자는 실제 미지급 상황, 법률이 정한 구제 절차 수행 여부, 양육비 확정 판결문 등을 확인한 후 신상을 공개한다. 제보자와 5~6회 상담 절차도 거친다. 최종적 신상 공개까진 약 1~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결론적으론 사회 운동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는 특정한 개인의 명예를 실추하는 게 아닌, 양육비 미지급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동과 양육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집단 행동이라는 의미다.

"양육비 미지급자들과 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제가 그 사람들의 명예를 일부러 떨어트려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요. 제가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양육비가 적시에 양육권자에게 지급돼 아동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거예요."

양육비를 미지급한 이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는 아이들 생존권보다 중요한 가치일까? 피고인 구본창 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도 덧붙였다.

“저와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들은 국가에서 양육비 지급을 강제해 하루 빨리 이 사이트가 사라지는 게 소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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