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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은 거짓, 중산층 세습이 진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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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은 거짓, 중산층 세습이 진짜 문제다

[프레시안 books] <세습 중산층 사회>

지난해 한국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문제로 크게 들끓었다. '조국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 부부에 특히 분노한 계층은 20대였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았다. 서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 학생들이 특히 분노를 드러냈다. 조부모와 부모가 일궈낸 재력,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 사회에서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의대에 입학한 동세대에게 명문대 학생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는 공정하지 않은 짓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조국 사태가 낳은 또 하나의 풍경은, 극소수 명문 대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20대는 처음부터 이 문제에 철저히 냉소적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5일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발표한 <조국 이슈로 본 한국인의 공정성 인식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조국을 날린 건 20대"가 아니다. 20대 대부분은 조국 전 장관을 강하게 거부하기보다는, 애초 한국 사회 엘리트에 무관심하거나, 냉소를 유지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여전히 이어지는 서초동 촛불집회에서도,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도 20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1990년대생인 20대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다. 한편에서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 글로벌 세대(G세대)로 찬사 받는다. 영어에 능통하고 고착화한 민족주의 정서에서 자유로운 대신 글로벌 에티켓을 습득한, 이전 세대와 질적으로 다른 네트워크 세대라는 평가의 이면에는 결혼과 연애마저 포기한 'N포 세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펴냄)는 20대 내부의 불평등 문제에 집중한다. 극소수의 20대가 조국 사태에 분노한 반면, 절대 다수의 20대는 무기력증에 빠진 근본 원인으로 저자는 20대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복합적인 불평등을 경험한다"는 점을 꼽았다.

책은 20대 문제의 핵심 이슈로 계급 재생산을 꼽는다. '대졸자 부모-번듯한 직장-서울 강남권 거주' 정도가 되어야만 이제 명찰을 달 수 있는 '중산층' 계급이 현 20대에게 세습되면서, 오늘날 20대는 초격차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0대는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도저히 개인이 넘어설 수 없는 초격차를 겪는 중이며, 이 같은 양상이 한국의 뉴노멀이 되어버렸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이를 쉽게 지켜볼 수 있는 지점이 20대의 취업 과정이다. 노동시장, 취업시장은 한 개인의 사회적·직업적 지위를 결정하는 지점이다. 또한 개인이 그간 쌓아온 인적자본 투자의 결과가 매겨지는 지점이다. 책은 노동시장을 크게 대기업 정규직-고임금-고용 안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저임금-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2차 노동시장'으로 나눈다. 어느 곳에 귀속되느냐에 따라 사실상 한 사람의 생애가 결정된다. 한 번 2차 시장으로 내몰린 이가, 즉 외부자가 되어버린 이가 성공 진입로에 들어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통계가 입증한다.

책이 권혜자, 이혜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의 공동 보고서를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재벌인 대기업 집단 계열사 정규직 취업자가 받는 월급은 305만 원인데 반해, 300인 이하 사업장인 중소기업 취업자가 받는 월급은 191만 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는 더 크게 나타난다. 재벌 계열사라도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받는 월급은 179만 원으로 떨어지고, '아무도 모르는'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이의 임금은 138만 원까지 하락한다(2015년 기준).

이 선은 출발점일 뿐이다. 대기업 정규직 취업자나 전문직 종사자, 고급 공무원 취업자의 임금은 오른다. 직장은 안정적이다. 업무 숙련도가 올라간다. 2차 시장에 내몰린 외부자는? 정확히 그 반대다. 삶의 질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책에 따르면 1차 시장에 진입하는 인원은 2017년 기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취업 과정에서 이미 절망을 맛본다. 살인적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진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 세습 중산층 가정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부모의 사회적 네트워크, 자본력을 총동원해 자식에게 투자한다. 이 결과물이 '능력'으로 포장된다. 결국 번듯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자는 세습 중산층 자녀다. 이 격차는 대물림하며 더 벌어진다. 그 단면을 보여준 게 조국 사태다. 즉, 누가 더 많은 것을 세습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곧 20대 문제의 핵심이 되어버렸다.

20대 내부의 세습 중산층과 외부자간 격차 인식을 바탕으로 책은 다양한 층위의 현상을 풍부한 통계를 이용해 재정리한다. '20대 남성 보수화' 인식이 거짓이라는 지적과 20대 내부의 젠더 갈등은 세습 중산층 내부에서나 일어난다는 비판은 특히 읽을 만하다. 예를 들어, 20대 남성 상당수는 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특히 부부와 자녀가 공존하는 ‘정상가족’이 세습 중산층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어버렸다는 지적은 서늘하다.

세습 중산층 체제가 고착화한 근본 원인으로 책은 현 20대의 부모 세대인 586세대의 격차에 주목한다. 586세대는 대학 정원 확대, 경제 호황과 수출 대기업 고도 성장, IT 혁명기를 누리며 세습 중산층 1세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학번 없는 60년대생'은 이 같은 성공을 전혀 맛보지 못했다. 50년대생의 경우 학번이 없어도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성공을 맛봤으나, 소수의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를 제외한 대부분 학번 없는 60년대생은 번듯한 일자리를 대졸자에게 빼앗겼다. 그 격차가 지금에 이르러 세습 중산층 내외부를 가르는 원인이 됐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이 숱한 잡음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저자는 고도성장이 끝난 지금 자녀 교육에 가진 모든 자본을 총동원해 중산층 계급을 세습하려는 한국 사회의 경향이 더 강화하는 현실을 짚어본 후,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586 양보론'을 비판적으로 짚는다. 586을 악마화해 처낸들 이미 고착화한 세습 중산층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20대를 아무리 배려한들, 그렇게 생긴 번듯한 일자리는 세습 중산층 20대가 독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세습 중산층의 형성으로 20대가 내부자와 외부자로 갈라졌고, 그 경계가 명확하다는 점이지 세대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가 제시한 해답은 하나다. 기회의 평등 확보다. 단순히 입시제도 공정함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하위 90퍼센트도 상위 10퍼센트 수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아울러 사회가 보장할 최소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고, 이를 위한 세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전한다. 경쟁에서 패한 이에게도 패자부활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실 이 같은 주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진보 진영에서는 꾸준히 거론돼 왔다. 주류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에서 집중해야 할 건 이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명화한 20대 내부의 문제와 '상위 10퍼센트'가 된 중산층 특권이 오늘날 20대에게서 두드러지는 사회 현상의 핵심 배경이라는 점을 명확화했다는 지점이다. 풍부한 통계와 기존 인식을 정교하게 벗겨나가는 과정에 주목할 만하다. 한국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 책을 집어들 필요가 있다.

▲ <세습 중산층 사회>(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이대희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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