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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삼성호, 10년후에도 순항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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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계최고' 삼성호, 10년후에도 순항가능한가?

기술 패러다임의 미래를 찾아서 <1> '이공계 위기'의 본질

<프레시안>은 앞으로 10회 예정으로 영국 리즈 대학에서 기술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태억 박사의 '기술 패러다임의 미래를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이 연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와 공동기획입니다.

이 연재에서 필자는 삼성 등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상징되는 정보통신(IT) 산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산업경제 전반에 걸쳐서 '경제 양극화', '산업 공동화', '이공계 위기' 등으로 상징되는 위기의 징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과 그에 걸 맞는 산업-기술 정책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연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연재를 시작하며**

최근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은 정보통신(IT)이다. 우리나라의 IT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서 휴대폰이나 인터넷과 관련된 정책과 기술이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도 IT가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까? 나노기술, 생명공학 그리고 지식기반 경제 체제로의 이행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IT 산업의 역할과 효과는 무엇일까? 이번 글에서는 IT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사회경제적 효과들에 대해 분석하고, 21세기 기술-산업 전략의 방향이 어디로 맞춰져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보겠다.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자. 삼성이 불과 20년 만에 전자산업 부문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소니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반면, 코스닥 열풍을 불러왔던 기술벤처의 꿈이 거품으로 끝난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과 LG의 놀라운 수출액과 수익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왜 산업 공동화, 경제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만 가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과연 "세계 13위(인용순위 34위)의 기초과학 역량, 세계 10위 내외의 세계 특허 등록건수, 그리고 6~8위권의 기업과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증가"를 근거로 일단은 안심해도 좋은 수준일까? 그렇다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공계 위기론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상반되는 두 가지 현상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채택했던 IT 기술-산업 전략의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산업 공동화, 경제 양극화 현상은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산업-기술 체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거시 경제 정책들이 중첩됨으로써 악화된 것이다. 그러나 소수 대기업 중심의 IT 기술전략과 그것을 앞장서 지원한 정부의 기술-산업 정책 전반에서도 상당부분을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IT 산업의 과거와 현재**

IT 기술의 역사는 1940년대 후반에 발명된 반도체와 함께 시작됐다. IBM과 인텔에 의해 주도된 1970~80년대의 PC 확산, 그리고 윈도우에 기반을 둔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의 시대, 1990년대를 거쳐 이제는 지식과 문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산업의 역사로 보면 미국이 1940~70년대에 걸쳐 일방적인 주도를 해온 반면, 1980년대는 미국의 원천기술을 도입한 후 이를 가전제품 분야에 적용, 세계적인 규모의 가전 소비재 시장을 공략했던 일본이 주인공이었다. 일본은 후발주자의 이점과 통합형 기업 구조를 십분 활용해 대량생산, 비용절감 및 신속한 기술 혁신으로 소비자를 선도했다. 특히 가전-전자-광학으로 이어지는 일본 특유의 기술패러다임 정착을 위해 일본의 기업과 정부는 관련분야의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에 이어 생명공학을 제외한 광범위한 분야, 특히 전자와 광학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됐다.

1990년대 들어서 삼성에 의해 주도된 IT 산업으로의 진출은 미국-일본-대만과 한국으로 이어지는 IT 산업 하드웨어 생산의 3각 라인을 완성시켰으며, 이로부터 IT산업의 3세대가 시작됐다. 3세대의 시작은 동시에 IT 산업이 세 가지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화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지식문화산업으로의 분화가 그것이다.

한국과 대만은 일본을 잇는 하드웨어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가장 적절한 것이기도 했다. IT 하드웨어 산업의 기술혁신 패러다임은 1980년대 중반에 이미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주자들은 이미 검증이 끝난 원천기술 및 핵심장비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한편, 일본으로부터는 핵심부품을 직접 수입하거나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기술 역량을 구축하는 방식만으로도 IT 산업에 진출이 가능했다.

사실 이 시기쯤이면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마케팅과 비용절감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의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부품 기술 확보 및 생산에 집중한 반면, 우리나라의 IT 기업들은 가전산업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대량생산+저가수출 전략을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IT 분야 집중 지원은 국내 시장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시켰으며, 이런 국내 시장 수요 확대야말로 IT 관련기업들이 기술과 마케팅 양 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기반이 됐다.

***IT 산업이 우리나라 거시 경제 구조에 미친 효과**

세계적인 주류 기술 패러다임은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생명공학에서 지식 및 나노 관련 분야로 이동하는 한편, 컴퓨터 아키텍처링, CPU 및 핵심 통신장비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IT 하드웨어 분야는 후발주자들에게로 이전되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국의 관련 기업들이 기술 지식 및 산업 연관 고리가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작동하는 IT 기업 기술 전략을 채택하게 만들었으며, 바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야말로 해당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이기도 했다.

우선 IT 산업의 지식 연관고리를 살펴보자. 하나의 핵심적 기술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초기에는 관련된 여러 학제들 간에 깊고 광범위한 이론적 지식연관을 필요로 한다. 가령 반도체 기술이 등장하던 무렵 새롭게 등장한 표면 물리학, 전자공학 등은 물리학, 화학, 수학 분야에서의 다학제 간 연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기술 공학만이 아니라 관련 이론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IT 하드웨어 산업은 성숙단계로 진입했으며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형성된 기술 및 지식기반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Absorptive capacity)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필요한 원천기술이나 장비를 자체 연구개발하기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비용 대비보다 효율적이었다.

이에 반해 기술 및 지식연관이 큰 소프트웨어 및 지식 문화산업의 경우는 아무런 전제조건, 정책적 대안도 없이 추진된 벤처열풍으로 인해 일단 실패했다. 이미 성숙된 기술 패러다임을 수입할 경우는 자본과 시장규모만 보장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식 및 산업거점과 경영지원이 필수적이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벤처열풍에는 눈먼 돈과 투기심리만이 있었을 뿐이다.

대기업 중심의 IT 하드웨어 생산, 그리고 3세대 하드웨어 생산기술이 가지고 있는 극히 제한적인 기술지식 연관은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이공계 위기의 근원으로 작용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과학 및 기술인력 육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였다. 대개 과학기술 인력을 육성해서 활용하기까지는 약 5년에서 1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근거한다면 지난 90년대의 과학기술 인력 육성 정책 결과가 드러날 시점이 곧 지금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공계 위기'라는 심각한 이슈를 경험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간단하다. 그 근원은 정부 주도의 과학 및 기술인력 육성 및 공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국내 기술 및 연구 역량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벤처 거품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연구개발 역량을 흡수할 새로운 지식 문화산업을 창출할 지식과 산업의 거점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육성된 과학기술 인력을 흡수해야 할 우리나라 산업의 선도기업들은 몇몇 제한된 영역과 기업을 제외하고는 국내의 연구기술 인력에 관심을 기울일 유인동기가 거의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직 표면에 드러나지도 않았다. 특정 산업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적인 산업 및 기술구조는 기초과학 및 핵심기술 분야의 성장에 있어서 구조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제한된 연구지원 자금, 제한된 인력수요 구조는 특정 인기학과에 편중된 연구인력 집중을 초래하게 되고, 이러한 흐름은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결정적인 관건이자 길고도 어려운 연구노력을 집중할 때에만 달성 가능한 다학제 간 기초연구(multi disciplinary basic research)를 가로막게 될 것이다.

***IT 기술의 산업 연관구조와 경제 양극화, 산업공동화**

IT 하드웨어 산업은 산업 연관구조(industrial linkage)의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1940~1970년대 미국의 기술발전을 주도한 핵심 패러다임은 자동차, 통신, 컴퓨터가 아니라 화학 산업이다.

화학기술은 화학, 물리학, 나아가서는 생물학에 관련된 과학지식이 집결되기에 기술적 후방연관 효과가 대단히 높다. 동시에 화학 산업에서 생산된 생산물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기초 및 중간 투입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가장 광범위한 전방 산업연관 효과를 갖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IT 하드웨어 산업의 경우는 기술 특성상 후방연관 효과가 거의 없으며, 전방 산업연관 효과의 경우는 대부분이 비용 절감형 공정혁신에 국한되어 있거나 해외시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IT 하드웨어 산업은 장비 및 자본집약적 특성으로 인해 고용창출 효과가 대단히 적다. IT 산업을 기반으로 10여년의 호황을 보였던 미국의 1990년대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 중 IT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대의 고용창출 효과를 보인 산업 부문은 IT 기술을 사용하는 유통 및 지식 및 정보 산업이었다. 그리고 이들 산업 부문에서 높은 신규 고용창출 효과를 가질 수 있었던 근본적 기반은 1990년 중반 이후 지속적인 장기성장세를 보여준 대규모 소비수요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술 및 장비수입-부문 내로 제한된 기술 및 산업 연관구조-수출 중심형 기업전략으로 인해 전체적인 고용 및 국민소득 증대에 미치는 효과가 적고, 따라서 유통 및 지식문화 산업의 성장 효과 역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전통산업은 후발 개도국들에 의해 추월당하는 반면 고용 효과가 큰 새로운 신규 산업은 과학 및 기술역량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 그리고 이러한 조건 위에서 만들어진 기술 및 산업 연관 효과가 제한된 특정 산업의 불균형 성장은 곧 심각한 경제 양극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악화된 국민들의 국민소득 수준과 소비수요 하락은 유통업은 물론이고 지식 문화산업의 육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식과 문화 산업은 공급역량의 육성은 물론이고 소비역량의 육성을 위해 전반적인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을 핵심적인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IT산업의 미래, 그리고 도전**

IT 산업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매 2년마다 동일한 가격에 성능은 2배 이상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눈부시게 변화하는 IT산업의 표면적 현상에 불과하다.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화두는 지식, 정보, 문화산업이다. 이것이 바로 나노기술을 이용한 더 빠른 속도의 컴퓨터, 더 유연한 명령 처리 설계, 유비쿼터스 연결망이 지향하는 중심이다. 현재의 일반적인 IT의 용도에만 주목한다면 차세대 하드웨어 개발 분야의 빠른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성숙시장에서의 지나치게 빠른 기술혁신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식, 정보, 문화가 차세대 IT 산업의 화두라고 한다면, 과연 우리나라 IT 산업은 이 흐름에 대해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을까? 우리나라의 지식산업은 몇 년 전에 정부가 주도했던 문헌정보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지식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컨설팅 서비스, 특정한 지식생산 및 맞춤형 가공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론 및 지식기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문화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경제 양극화, 경기 부진이 더 지속된다면 문화, 지식 산업의 기반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차세대 하드웨어 산업의 전망은 어떨까? 삼성 핸드폰의 경우는 기술과 가격에서 세계정상을 확보했지만 여타 IT관련 하드웨어 분야는 여전히 저가 중심 수출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우는 삼성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유럽의 대기업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한 단계 낮은 수준이며, 차세대 이동통신의 경우는 불과 5년 만에 중국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인도로 몰려들고 있는 세계적인 IT 아웃소싱의 바람은 미-일-한대만으로 대표되는 3세대 라인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변화의 흐름이다. 항간에 차세대 IT산업의 방향을 유비쿼터스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지만, 성급한 결론일 뿐이다. 아직 본격적인 질문은 시작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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