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전기자동차는 기술과 경제성 측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훨씬 우월했으나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3개국에서 약 3~4년의 격차를 두고 동시에 만들어졌고, 독일의 기술 전문대 학생 주세(Zuse)가 1936년에 만든 컴퓨터가 최초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PC의 사용은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1980년 중반 이후에야 시작되었고 그동안 컴퓨터 발전을 주도해온 IBM은 곧바로 일반 PC시장에서 밀려났다.
인텔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CPU는 일본의 비지컴(Busicom)이라는 회사가 주문한 부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하고서야 만들어졌다. 처음에 인텔은 이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해당 기술을 일본 회사에게 전매했다가 나중에 되사는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인텔 CPU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기술경제학의 어제와 오늘**
여기 소개된 세 가지 사례는 기술 혁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불확실성, 기술 혁신이 시작되고 개화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중요한 기술 혁신은 특정한 시기에 뭉쳐서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몇 가지 대표적 사실들 중에 일부이다. 기술 혁신에 대한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본격적인 체계를 갖춰서 진행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게다가 일반이론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이론적 과제가 더 많이 남아있다.
기술경제학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보자면 198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과학의 발전과 수요의 발전 중에 무엇이 기술 혁신을 선도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장기 파동과 같은 거시적인 수준의 패턴은 물론 기업 규모와 기술 혁신의 강도를 비교하는 등 미시 수준에서의 패턴 분석에 주력했다. 이러한 경험 연구의 결과, 기술 혁신은 특정 시기 특정한 영역에서 강한 상호연관을 가지고 발전되며 그 발전 양상이 누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한 '기술 패러다임(technological paradigm)론'과 각 개별 기업들의 기술 혁신 유인 동기와 연구개발 투자 패턴을 결합하는 식의 이른바 '혁신 체제론 (sectoral system of innovation)'이 등장했다. 이것이 2000년 전후의 사정이다.
기술경제학 성립 과정에서 많은 경험적 패턴들이 보고되었으나 그 중에서 아주 소수만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을 뿐 나머지 패턴들은 일반화가 어렵거나 상충되는 결과들이 여전히 많다.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패턴만을 몇 개 열거해 보자. 반복 주기와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근본 기술 혁신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그 첫째요, 둘째는 신기술 혁신을 통한 기업들의 진·출입은 초반기에만 집중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기술 혁신과 기업 특성 간에 상관관계가 약한 대신 기술 혁신 패턴과 해당 산업 부문의 특성 사이에는 아주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듯 보이는 이 패턴들의 이론적, 정책적 함의는 아주 중요한 것이어서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이다.
***산업-기술 정책, 혁신적 기업가 양성 프로젝트**
첫째, 5회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단기 시장 논리를 전면화하는 것은 혁신적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시장 경쟁을 고사시킬 수 있다. 특히 기술의 경우는 그 본질상 불확실성이 높고, 기술 기반 지식을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일단 정립된 기술 지식은 다양한 방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말해 기술 지식 생산은 어렵지만 일단 생산된 기술의 가치는 활용 방식의 다양성 정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기술 혁신의 논리는 단기 시장 논리와 조화되기 어려우며, 단기 시장 논리는 혁신 체제를 만드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사실 기술경제학이라는 독자적인 학문이 만들어지고 발전해 온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의 논리와는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혁신의 발전 법칙을 연구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시장의 논리와 기술발전의 논리가 같은 것이라면 구태여 기술경제학이라는 별도의 학문이 만들어질 이유가 없다.
둘째, 시장 경쟁 활성화와 규제 철폐, 시장 개입 최소화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규제 철폐, 시장 개입 최소화야말로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가장 저차원적인 접근법이다. 시장 경쟁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들의 숫자도 아니요, 가격 경쟁의 치열함도 아니다. 그 핵심은 항상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하고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때, 그것으로 인해 기존의 기업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을 때 보장된다.
설계로서의 산업-기술 정책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을 정책의 대상으로 삼으며, 더 다양한 창조적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등장할 수 있는 혁신 기반을 만드는 것에 주목한다. 그런 점에서 혁신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해도 좋다. 시장 경쟁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젊은 기업들이 더 많이, 더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반면,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 역시 그만큼 빠르게 퇴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들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다 하더라도, 시장 경쟁은 없다.
셋째, 혁신적 기업가의 등장, 근본 기술 혁신은 특정한 조건, 특정한 시기에만 일어난다. 흔히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것처럼 신비화하고, 그 혜안과 모험심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 없으면 혁신이 불가능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그 호들갑의 속내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은폐하기 위한 신고전파의 이론적 궁여지책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혁신적 기업가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동일한 대상을 놓고서도 세상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상상을 한다면, 그는 이미 혁신적 기업가의 첫 번째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상상이 곧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그것에 맞게 현재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과 지식, 이것이 두 번째 조건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남아있는 셋째, 넷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역시 성공으로 이를 수 없다. 세 번째 조건은 같은 시대에 혁신을 꿈꾸는 많은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조화될 수 있어야 하며, 네 번째 조건은 올바른 장소, 올바른 시기에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 첫 번째는 개인적 능력의 문제이겠으나 나머지 세 가지는 사회적 조건의 문제이다.
***혁신적 기업가는 누구이며, 언제 등장하는가?**
기술경제학이 다루어야 할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어떤 조건, 어떤 부문, 어떤 방향의 혁신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가? 혁신적 기업가의 등장을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며,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창조적인 시도들이 전체 경제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영역의 성장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지 안내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기술경제학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해답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학문의 역사가 일천하기도 하지만, 연구의 중심이 패러다임 전환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혁신적 기업가의 역할에 맞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술경제학은 일상적 시기에 진행되는 점진적 변화, 개별 기업의 혁신 패턴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학에서 (혹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과학기술 지식을 (국내)기업에게 이전하는 효과적인 방식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하나의 기술패러다임이 대안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이유, 조건, 방향, 이행 동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패러다임 수준의 기술 혁신은 투입 자본과 노동의 규모와는 무관하며, 정말 중요한 관건은 지식, 기술 혁신 역량임을 밝힌 것이다. 혁신적 기업가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본 동원력도 아니요. 기술적 지식 그 자체도 아니다. 1천원을 가지고 확보한 자본과 노동, 지식을 어떻게 가공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실현된 가치는 1백원이 될 수도, 1만원이 될 수도, 1백만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창조적 연관을 통한 재구성이야말로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의 정수이며, 창조적 연관을 촉진할 수 없는 투입 위주, 자유방임의 정책 설계는 실패로 끝날 것이다. 우리는 그 생생한 사례를 이미 경험했다. 코스닥으로 대표되는 벤처투자의 거품을 통해서 말이다.
***패러다임 전환, 혁신의 조건**
최근 들어 기술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경로와 방식, 혁신적 기업가의 등장을 조건짓는 결정 변수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1980년대 초반에 장기파동이론이 유행을 했던 것처럼, 지금 이러한 영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가 패러다임 전환의 한 가운데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경제학의 주류 흐름인 진화주의(Evolutionary School))와는 달리, 필자가 주장하는 기술패러다임 전환의 일반적 모델을 창조적인 혁신 기업가의 탄생 조건 네 가지와 관련해서 설명해보자.
첫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기술 혁신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나 이론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개의 근본 기술 혁신은 대략 20여년 이전에 이미 알려진, 검증된 과학 이론들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아예 근본 기술 혁신이 과학 이론의 발전을 선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근본 혁신은 현재의 주력 성장 동력이 정체하지 않는 한 등장할 수 없다. 새로운 대안 기술의 이론적, 기술적 우수성이 제 아무리 높다 해도 마찬가지다. 패러다임 전환은 혁신적 기업가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뒤를 따라 광범위한 후속 연관 투자가 이루어질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투자는 미래의 기대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패러다임 전환은 과학의 논리가 아니라 경제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과연 언제, 어디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될 것인가? 시장 가격의 변동은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된 어떤 징후분석도 제공하지 않는다. 혁신적 기업가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야말로 기존 성장 동력의 정체가 과연 언제, 어디서 진행될 것인지를 발견하고, 그 대안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선도적, 창조적으로 실험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전략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 가격의 배후에서 움직이는 구조변동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기반을 설계,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 성장 동력**
둘째, 근본 혁신은 아무런 기반도 없는 맨 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근본 혁신이 시작되는 최초의 장소는 전체 경제에서 생산성 성장이 가장 느리게 진행되는 영역과 부문, 특히 기존의 주력 성장 동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장소에서 출발, 한 사회의 욕망과 가치가 진화하는 방향을 따라 이동한다. 그러나 기술 혁신의 중심축이 이동, 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과정들이 있다.
기초 투입재와 자본재 생산에 관련된 기술혁신이 그것이다. 기초 투입재와 자본재 부문에서 진행되는 근본 혁신이야말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 파괴를 통한 신규 가치 창조의 핵심영역이며, 이것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근본 동력이다.
그렇다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폭풍의 핵,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어떤 기초재와 어떤 자본재가 미래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것인가? 나노기술이 차세대 대안 패러다임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나노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기초 투입재와 자본재는 무엇이며, 그 대체 가능한 영역과 효과는 얼마나 광범위하고 강력할 것인가? 더 나아가 나노기술이 가져올 고용창출 효과는 얼마나 큰가?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는 조정과 관리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험과 설계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안 기술의 기술적, 이론적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과 동시에 그 경제적 가능성, 구조변동의 방향을 진단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기술 진화의 방향, 진화를 위한 역량의 결집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이것이 바로 전환기 혁신 정책이 답변해야 할 과제이다.
***패러다임 프론티어가 필요하다**
셋째,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적 기업가들이 무더기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기술 지식 기반(general knowledge base for technological architecture)의 구축이 그것이다. 기술 지식 기반이란 대안 패러다임을 뒷받침하는 핵심 연관 학제들 간의 이론적 연결망을 말한다.
여기에는 교육과정에서 가르치는 학문적 지식만이 아니라 대안 패러다임과 관련된 실험 및 생산 장비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의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지식을 체화하고 있는 지식 노동자의 풍부한 공급능력을 포함한다. 최초의 혁신적 기업가에게는 이 모든 조건이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겠으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필요한 후속 혁신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며, 어떤 기술이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혁신창업은 단순히 대학 기반 신생 벤처 기업을 육성한다거나 혹은 벤처 창업을 위한 기술 금융을 활성화 하는 수준과는 다른 것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다학제적인 지식연관, 시대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고, 그것을 형성 중에 있는 과학기술에 연결할 수 있는 창조적인 경영 전략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기술지식 프론티어에 대한 각종 보고서들이 활발하게 작성, 공개되고 있다. 한 대표적인 예는, 국립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서 각 학제의 권위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 이들로 하여금 해당 분야 과학기술 지식의 최첨단 동향, 가능성, 한계, 해결해야 할 장벽들을 진단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정부 부처 여러 곳에서 지식맵, 기술맵 작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맵 작성은 단기 기술 시장 수요조사가 아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의 연구개발 계획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맵 작성이 이루어진다면, 혁신적 기업가 양성을 통한 시장경쟁 활성화, 패러다임 전환을 방해할 뿐이다.
***클러스터링은 무엇으로 사는가?**
넷째, 패러다임 전환은 덩어리, 즉 클러스터링의 형태로 일어난다. 그러나 클러스터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밀접한 산업 연관 고리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아무거나 묶는다고 클러스터링이 되는 게 아니다. 클러스터링이 만들어지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투입물 연관, 기술-지식 연관, 비용-수요연관이 존재해야 한다.
이렇듯 클러스터링 정책의 핵심은 특정한 시점, 특정한 영역, 특정한 방향을 따라 진행되는 기술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수익체증이 발생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생성, 강화하는 것이며, 대단위 국가 연구 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익체증 연결고리의 중심에 지식-기술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학 연계 그 자체가 아니라 세 가지 연관의 3위 일체이다. 이 3위 일체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동학적 수익체증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행하는 과학기술 정책의 교범에서 가장 강조하는 국가 혁신 체제의 핵심은 혁신 클러스터이다. 이상하게도 OECD의 교범은 위에서 거론한 두 가지 연관, 즉 투입물 연관과 비용-수요연관과는 무관한 기술-지식만의 클러스터링 체제를 역설한다. 그러나 지식 그 자체는 수익체증을 발생시키지 못하며 혁신 주체인 기업의 투자행태 역시 지식의 연결 고리가 아니라 이윤의 연결 고리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과학이 기술을 만든다는 선형적 지식이전론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OECD의 교범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과학-기술 선형 지식이전론이 오류라면 OECD의 교범에 근거한 혁신 정책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우선,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의 괴리, 정책 수단과 기업투자 행태의 괴리가 발생한다. 기업만이 아니라 무리하게 연결 고리로 인한 연구의 자율성, 연속성이 파괴될 수 있다. 게다가 잘못된 자원 배분으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은 얼마나 클 것인가?
필자는 이번 글에서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과 혁신의 조건에 대해 아주 일반적인,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개요만을 얘기했다. 물론 실제 정책 설계를 위해서는 방대한 조사, 연구가 필요하며, 그에 필요한 기법들 역시 몹시 다양하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들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토론하고 싶다면 필자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음 글은 여기서 제시한 일반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방법론적 토대를 기반으로 나노 기술 패러다임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김태억 박사의 홈페이지 바로가기(http://nanoas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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