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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도, 노풍도 없다…충남은 이미 'MB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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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도, 노풍도 없다…충남은 이미 'MB 심판'

[6.2 지방선거 격전지 르포①] 박상돈-안희정 혼전, 'MB 심판' 주역은?

"박상돈 씨는 일 잘하는 것 같고, 지역에서는 잘 알려졌지유. 나머지는 이름이 뭔지… 기자 양반은 아시나?"

"후보가 누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어유. 근데, 이번에는 좀 지역당이라고 찍어주는 것은 말아야겠는데, 아무래도 좀 젊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유."

'박빙'이라기보다는 '혼전'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곳이 충청남도였다. 그 중에서도 159만 충남 인구 중 40만 명이 모여 살고 있는 이곳 천안시는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 민주당 안희정 후보,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 사무실이 모여 있는 상징적인 '전장'이다.

선거운동 개시일 하루 전인 19일,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뼈 있는 말들을 던졌다.

'세종시 불만' 배경 위에 서 있는 '관망층', 그리고 '인물론'

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줄곧 1위를 지키던 박상돈 후보를 밀어내고 안희정 후보가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탈환한 일이었다.

KBS·MBC·SBS의 '2010 지방선거 방송사 공동 예측 조사위원회'가 지난 14~16일 실시한 충남지사 여론조사를 보면, 안희정 민주당 후보가 27.8%를 얻어, 23.9%의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 16.0%의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충청도 민심은 믿지 말라"는 게 이 지역 사람들 공통의 '조언'이었다. 앞서 12~13일 실시된 <TJB> 여론조사에도 안 후보가 지지율 1위로 등극했지만, 당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박상돈 후보를 지목한 비율이 30.5%에 달해 17.9%의 안 후보, 14.0%의 박해춘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박상돈 후보의 저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안희정, 박상돈 양 후보를 취재한 결과, 양 캠프의 관심이 모두 30% 정도로 추정되는 '관망층'으로 모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결국 충남지사 선거의 변수는 이같은 '관망층'이다. 또한 중앙 정치권의 이슈가 소외된 현상이 두드러져, 구도는 '인물론'으로 짜였다. 이 지역 관망층이 '충청당'으로 통하는 자유선진당의 손을 들어주느냐, '젊음'을 내세운 안희정 후보로 쏠릴 것이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한 MB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이같은 양강 구도의 추세라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적어도 충남에선 한나라당의 패배, 즉 'MB정부 심판'이 났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소외된 중앙 정치권 이슈, 한나라당만 '세종시', '천안함'에 주목

천안시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는 "천안함 사태는 그래도 북한이 개입한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나는 신경 끄고 산다. 노무현 대통령 기일이라고 사람들이 뭘 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잘 모른다"고 했다. '투표일에는 누굴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일 잘하는 사람을 제일로 뽑아줘야지"라고 했다.

'유시민 효과'나, '천안함 정국' 같은 중앙 이슈는 남 일 같았다. 여기에 1, 2위 각축을 벌이는 두 야당 후보가 세종시 수정안을 '결사 반대'하는 상황이라, 세종시 이슈는 '각'이 잘 서지 않는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세종시 수정 소신을 밝히고 있지만,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인 이완구 전 지사가 세종시 원안 고수론자여서, 충청권에서 상대적 소수로 추정되는 '세종시 수정론자'를 결집시키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박상돈 후보는 "천안함 여파와 노풍은 이미 반영이 돼 있거나, 그 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더라도 선거일까지는 상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캠프 이종석 공보팀장은 "유시민 단일화는 13일에 이뤄졌지만, 안 후보가 최초로 지지율 1위로 올라선 TJB 여론조사는 12일~13일 이뤄졌다. '유시민 효과'가 크게 반영됐으리라고 추정할 수 없고, '노풍'이나 '천안함 사태'도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13일 실시한 대전방송(TJB)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가 25.2%로 선두를 탈환했고, 박상돈 후보가 21.3%로 그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15.2%였다.

두 후보 모두 충청권에서의 중앙 정치권의 양대 변수의 여파는 반영됐거나 미미하다는 공통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해춘 후보 측은 다른 분석과 전망을 내 놓았다. 송규성 캠프 대변인은 "중앙 이슈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혀지면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질 것이고, 여기에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충청권의 일부 여론이 결집하면 시너지 효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 심판자' 자임하는 두 후보 중 누구 손 들어줄까?

천안 시내에서 낚시용품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본인 의견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여기 사람들은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한다고는 안할 것이다. '잘한다'고 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에서 조금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박상돈 캠프에서 눈에 띤 부분은 "MB정부심판"이라는 피켓이 캠프 파티션 곳곳에 붙어 있던 광경이었다. 그간 'MB정부심판' 구호가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브랜드화'됐던 데 비춰 보면 낯선 상황일 수 있지만, 세종시 수정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 1월 자유선진당 소속 지역 정치인들이 'MB정부심판' 구호를 심심치 않게 내걸었던 사실을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충청권 여론에 어떤 당보다 민감한 자유선진당이 보수적인 유권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여당 심판 카드를 꺼내든 것은 주목할만 하다. 캠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세종시를 뺏겼다', '충청도는 핫바지'라는 불쾌함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희정 캠프 이종석 공보팀장은 "충남은 전체적으로 정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 추이를 보면 국정지지율이 전국 평균보다 5~20% 낮은 편이었다"며 "여기에 민심이 얼마나 돌아섰는지, 충청도민이 반성 없는 정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분위기 좋다" VS 박상돈 "일시적 현상"

안희정 후보는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짧은 전망을 내놓으며 "도민들의 사랑과 지지에 감사드리고 끝까지 선택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종석 캠프 공보팀장은 "분위기가 매우 좋다는 것은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얘기를 충청도식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격'하는 입장이 된 박상돈 후보는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두고 "민노당과 후보 단일화 3%, 유시민 효과 1% 정도가 있었다. 일시적인 현상인데, 30%를 넘는 무응답층은 과거 선거에서 선진당에 투표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향후 전략과 관련해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면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 혼전 양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에게 "무난하게 일 잘하는 인지도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상돈 후보의 인지도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유세 효과'가 만나면 만만치 않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선진당은 충남지사 선거에 사활을 걸어왔던만큼 이 지역에서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대중 노출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안희정 후보가 '인물론'으로 여론조사 1위를 탈환한 '상승 동력'을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박상돈 후보가 앞으로 인물론 대신 '지역주의'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만큼 '지역당'의 아성을 깨뜨린다면 승산도 보인다는 것이 캠프의 분석이다. 게다가 '미미하다'고는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정국에서 그의 '왼팔'이었던 안 후보가 '노풍'을 등에 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지도 부족, 세종시 문제 등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의 선전도 주목된다. 캠프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조직력, 여당 프리미엄 등도 만만치 않다. 불출마를 선언하고도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이완구 지사 등이 움직이면 박해춘 후보가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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