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회포럼에 맞춰 문화방송(MBC)의 국제 시사 프로그램 <W>는 나이로비 인근의 대표적인 슬럼 마사레를 현지 취재했다. <프레시안>은 이 취재를 담당했던 연왕모 PD의 취재 후기를 싣는다. 애초 마사레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던 연 PD는 절망의 계곡의 실체를 보고 왔다. <편집자>
새로운 기회와 희망적인 삶을 찾아 대도시로 몰려든 이들이 거대한 도시의 한 칸에 초라한 삶터를 마련해놓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난에 찌들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그들에게 삶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가난을 물려받고 사회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말미암아 쉽사리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들이 사는 빈민촌 역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케냐 나이로비 마사레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케냐에서 가장 오래되고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도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청년들이 대대적으로 대나무 심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그 중 하나였다. 희망의 새싹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서 마사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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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쓰레기 위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마사레에 거주하는 사람은 무려 50만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맨바닥 위에 양철로 벽과 지붕을 만든 집에서 산다. 이런 곳에서 보통 대여섯 명의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 화장실도 없다. 약 80원 정도 되는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대다수는 마을 곳곳에 그냥 용변을 본다.
마사레의 길은 흙바닥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여온 쓰레기와 먼지가 다져져서 바닥을 이루고 있었다. 땅을 파고 또 파도 나오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마사레에서 오물을 밟지 않고 걸어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에 흐르는 물은 오염될 대로 오염돼 있다. 바로 나이로비 시내에서 흘러들어오는 하수다.
이들은 왜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걸까? 안내를 맡았던 다니엘 오구투 목사의 말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이로비가 한창 개발되던 시기에 이 마을이 생겨났다고 한다. 도시 건축을 위한 골재를 채취하던 곳이 바로 이 계곡이었고 그곳에 가난한 이들이 모여들어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골재 채취가 중단된 지금 대다수는 도시의 하급 노동자나 거리 행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수입은 하루에 채 1달러도 안 된다. 이 때문에 교통비를 절약하려고 집에서 일터까지 두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런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은 법에 어긋나는 일, 즉 범죄를 저지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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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가난이 낳은 범죄
스물한 살의 스티브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넝마주이, 도둑질 등 여러 가지 일(?)을 전전했다. 3개월 전부터 새롭게 시작한 것이 바로 '창아'라는 술을 불법으로 만들어 파는 일이다. 옥수수, 설탕 등을 넣어 발효시켜 만드는 이 술의 제조 과정은 상상보다 훨씬 더 비위생적이다. 메탄올을 섞어서 만든 술 때문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술을 내다 팔아 스티브가 벌어들이는 돈은 한 달에 2만 원도 안 된다. 그나마 집값과 경찰에게 건네주는 뇌물을 제하면 손에 쥐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마을을 순찰하는 경찰은 10여 팀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뇌물을 걷는 것이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강력 범죄의 현장에는 정작 경찰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이들은 취재팀에게까지 뒷돈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하는 돈을 쥐여줘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이 오히려 탈법을 자행하는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마사레가 거대한 범죄의 소굴로 전락한 데는 바로 경찰도 한몫 하고 있었다.
나이로비 대학 사회학과 교수 피우스 무투쿠 역시 경찰의 부패를 잘 알고 있었다. 케냐는 경찰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부패가 만연돼 있다고 한다. 사실 그럴 만했다.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 역시 가정을 꾸려나가기 어려울 만큼 박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대국 케냐로 유입되는 그 많은 외화는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짐작대로 그 대부분은 극소수의 상류층의 몫이다. 탈법과 부패에 의해 재화가 편중되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굶주림에 지친 이들이 선택하는 삶은 뻔하다. 보고 따를 수 없는 모범 답안이 없는데 어떻게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20대 초반에 엉망진창이 된 스티브의 삶 역시 그렇게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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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트자마자 짓밟힌 희망
열아홉 살의 마이클은 동네에서 '쿠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달리기를 잘하는 그가 특기를 살려서 하는 일은 고작 도둑질이다. 그는 친구와 함께 무리를 지어 다니다가 범행 대상이 나타나면 골목으로 끌고 들어가 물건을 빼앗는다. 그에게 물어보았다. "범행의 피해자도 이 마을 사람이고,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일 텐데 왜 그들의 돈을 빼앗느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다만, 그가 돈이 되는 물건을 쥐고 있느냐가 관심사다." 그는 이런 생활을 열네 살 때부터 시작했다. 물론 그간 다른 일을 해보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다들 그를 두려워하기만 할 뿐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나마 마이클이 현재 의지하는 곳은 '마사레 지역 봉사회(Mathare Community Outreach Centre)'이다. 이 단체에서는 이미 많은 전과자를 대상으로 갱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이 단체의 갱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교회에 다니고 마을 정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도둑질은 그의 '생업'이다.
취재 내내 옆에서 도와준 존 마콰타는 마사레 지역 봉사회를 통해 갱생에 성공했다. 그는 마사레 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싸움꾼이었지만 이 단체에 갱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재는 신학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는 취재가 진행되는 내내 각종 범죄 행위로부터 취재팀을 보호해주는 든든한 역할을 했다.
마사레 지역 봉사회는 전과자들이 범죄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으로부터 탈피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직업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갱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는 당연히 금전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최근 이 활동을 후원하는 독일의 NGO(비정부기구)가 지원금을 끊으면서 이 단체의 활동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희망이 없는 땅, 마사레
앞에서 언급했던 대나무 심기 프로젝트 역시 외국 NGO의 지원이 끊겨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이렇게 외국 NGO의 지원이 끊기는 데는 마사레의 희망을 찾기 위한 각종 활동이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사실 몇몇 NGO의 지원에 기반을 둔 소수의 노력만으로 60여 년 동안 구조화된 마사레의 삶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사레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서만 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직접 둘러본 마사레의 현실은 변화가 쉽지 않음을 말해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마사레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케냐에는 가난한 사람이 마사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곳이 개선되는 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들은 이미 희망을 버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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