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북한 관련 기사가 주요 뉴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6일 북한은 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 근무 태세에 진입시킨다"고 밝혔다. 북한의 3차 핵 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1993년 이래 가장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계속해서 '서울 불바다', '제2의 조선전쟁', '핵 선제 타격'을 언급하며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나는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22일자 기사에 대충 동의하는 편이다. (☞ 바로 가기) 지난 19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를 찾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전쟁은 안 난다'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남북한 모두 준전시상태 또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의 경우 "주말에 장성들이 골프장에 가고, 국방부 장관 임명은 언제 될지 모른다(그 후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22일 사퇴하고, 이전 정부 국방부 장관이 유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평시와 다를 바 없는 국내 상황을 예로 들었다. 북한 역시 전시 태세를 갖추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전시라면) 국가 지휘 시설 지하 벙커에 있어야 할 지도자(김정은)의 동선이 매일 (북한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발표한 26일 성명을 보면 "북남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평화번영의 길을 5년이나 가로막은 전 집권자의 매국배족 행위가 현 집권자에 의해 그대로 지속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거꾸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대북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류길재 신임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
나 역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준전시 상태라고 보지 않고 평소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 지난 1일자 '면세점 사업자 선정, 두 번이나 무산된 이유?'라는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했듯이,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을 민영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다. (☞ 바로 가기)
한국관광공사에 다니는 지인을 최근 만났다. 면세점 얘기가 주 대화였지만, 이날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박근혜 정부, 금강산 관광 재개 준비 중
이명박 정부는 '공공 기관 선진화' 정책이라며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을 민영화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9개 면세점 중 사업 계약 기간이 만료된 4개 면세점이 민영화됐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마지막에 털어내기 식으로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민영화하려고 했지만 입찰 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그러나 지인(이후 관광공사 관계자)과 얘기를 하던 중 관광공사가 운영한 면세점은 9개가 아니라 10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관광공사가 금강산 면세점을 운영한 것이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고, 금강산 면세점 역시 함께 중단됐다. 이명박 정부 기간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10개 면세점 중 4개 면세점은 민영화, 1개 면세점은 사업이 중단되었다"라는 것이 정확한 내용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얼어붙어 있는 대북 관계는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면 분명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에는 열린 태도를 보였다는 것을 들었다. 지금은 북한 3차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냉탕이지만 새 정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북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지난 13일에 있었던 국가 원로 초청 오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남북 간에 험한 말들이 오가지만 남북 관계를 풀려는 조심스러운 움직임들이 시작되었다. 통일부가 조만간 있을 대통령 업무 보고 때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관계 완화 방안을 보고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다음 주로 예정된 업무 보고에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진행 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일부는 박 대통령 대북 정책의 골자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방안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 계획을 업무 보고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우리 관광객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만 해준다면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유엔의 대북 제재와 상관없이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비정치적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확실히 대북 정책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장 현실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이다.
| ▲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은 여전히 막혀 있다. ⓒ연합뉴스 |
관광공사, 공익 위해 금광산 관광에 900억 원 투자
그런데 금강산 관광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현대아산만이 아니다. 관광공사도 주목해야 한다. 관광공사가 현대아산과 더불어 남북 관광 분야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바닷길에 의한 관광객은 55만2998명이었고, 육로 관광객은 138만1664명이었다. 10년 동안 총 193만4662명이 금강산을 관광하였다. 10년 동안 진행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총격 사건 이전에도 중단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관광객 감소와 현대아산 자금 악화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관광공사는 2001년 금융권으로부터 900억 원을 차입해 현대아산 현지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북 관광 사업을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3년 금강산 육로 관광이 시작됐다. 관광공사가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면서 금강산 관광은 다시 활발해졌다. 특히 관광 중단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관광공사가 900억 원을 투자함으로써 정부를 대신해 북한과 경제 교류에 대한 신뢰도 구축하고 대북 소통 창구를 마련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 ▲ 금강산 전경 ⓒ연합뉴스 |
육로 관광이 열린 이후 관광공사는 900억 원 상환을 대비하고, 현지 자산 관리를 강화하며, 대북 관광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금강산 사업소와 금강산 면세점 운영을 시작했다. 공공적인 자금이 투입된 만큼 면세점을 통한 수익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일부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금강산 관광이 계속 활발히 이뤄진다면 원금 상환까지도 고려한 선투자였다. 2007년 5월에 개장된 금강산 면세점은 온정각 동관 1층에 225평 규모의 영업장으로 운영됐다. 관광공사가 2001년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천장, 문화회관 등 관광 기반 시설에 한 투자는 남북 간 신뢰 구축과 대북 소통 창구를 마련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관광공사는 금강산 면세점 개장으로 부족했던 수익성을 맞출 수 있기를 기대했다. 금강산 면세점 수익금 사용은 당연히 관광 산업 발전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재투자되어 공익성을 갖고 있었다.
남북 관계 개선에 관광공사 역할 재조명해야
관광공사는 금강산에서 면세점 운영을 재개할 수 있을까? 현재 한반도는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 작동은커녕 남북 간 제대로 된 대화도 하기 힘든 긴장 국면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상황을 주도해야 하며, 국내에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3월 26일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첫 단계로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조치 해제에 착수해야 한다. 5.24 조치는 북한 영유아,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식량 지원 등 최소한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허용하되, 다른 인도적 지원과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을 중단하는 조치다. 이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간 인적·경제적 교류는 이전 정부의 5.24 조치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 금강산 관광 역시 비정치적 교류인 만큼 북측과 협의해 관광객에 대한 안전 보장 약속을 받으면 즉시 재개해야 한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의 연결 고리는 '관광'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은 남북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 고리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한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관광 사업의 일환으로 금강산 면세점은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북한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관광공사의 역할이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강산 면세점 운영으로 북한 내 개성, 백두산, 평양 등 면세 시장 확장이 가능하며, 면세 시장 확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북한을 개방하는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북한 내 관광 종사원 교육과 북한 내 관광 인프라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그는 관광공사는 이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 기관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게 있다.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경제적 보상이 자기 노동의 강한 동기이지만,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기 일에 대한 자긍심에서 일의 만족도를 찾는다. 공공 기관이 국민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쯤이야 재벌 기업에 넘긴들 무슨 저항이 있으랴 생각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금강산에 공익적인 성격을 띤 면세점을 운영하고, 중단 위기에 처한 금강산 관광을 위해 900억 원을 투자한 관광공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때 관광공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수익성이라는 잣대로 움직이는 민간 기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가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을 민영화하려 했다면, 이 정부 들어서는 그 정책은 이제 철회되어야 한다. 금강산까지 가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그 수익을 전부 관광 산업 발전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재투자할 곳은 공공 기관인 관광공사뿐이다. 북한 내 관광 종사원을 교육시키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하고 그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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