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에서 10분의 휴식시간을 주면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뭔가를 시작한다. 수업시간에 놓친 문자나 전화가 있을까 모두 휴대폰 점검을 하는데, 물론 강의시간에 휴대폰을 책상 위에 꺼내 놓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고, 수업 중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학생도 눈에 띈다. 날렵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민첩하게 메시지를 확인하는 이들. 과연 휴대폰 중독자인가, 커뮤니케이션 중독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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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한복판에 서있으면서도, 그 현상의 배후와 내막을 읽고 해석하며 손가락이 계속 꼼지락거리는데도, <네티즌, 모티즌> 공간을 만들기로 계획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문을 연다. 이 공간을 통해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이용문화를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 얘기하고 싶다. 디지털 혁명이니,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 인터넷 강국이니 이동통신 시장이 어떻고 하는 것이 주된 주제는 아니란 뜻이다. <네티즌, 모티즌> 공간은 무엇보다 '사람'에, 그들의 '관계'에, 그들이 표출하고 응고되는 '현상'들에 집중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과 같은 상호작용 미디어 (Interacive Media) 이용을 제외하고 사회현상을 논하기란 쉽지 않다.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과 시티즌의 합성어인 "네티즌"이란 말이 자연스레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고, 이제 모바일과 네티즌을 합친 신조어 "모티즌"도 일반화되었다. 어원적으로는 유선 인터넷처럼 무선 인터넷 이용을 일상 생활화하는 "모바일족"을 일컫는다. 하지만 모티즌이라는 말이 대중화되면서 그 의미도 조금씩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모바일로 음성 통화서비스 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 서비스와 문자 메시지 등을 습관처럼 이용하는 "모바일 매니아", 우리 모두가 모티즌이 아닐까?
이들은 음성 통화는 물론 문자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날리고, 게임을 즐기거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물건도 구매하고 증권 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현상은 문자나 사진을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즉흥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잠재 욕구이다.
모티즌들 중에서 SMS (Short Message Service) 사용에 익숙한 이용자들은 "엄지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전에도 수업시간에 "쪽지"를 보내곤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노트의 귀퉁이를 뜯거나 메모지를 접어서 한 두 마디를 적고 옆 친구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통신망이 도처에 있으니, 쪽지전달을 부탁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지 수업시간 도중에도 밀려오는 커뮤니케이션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또 모티즌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이 카메라폰이다.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휴대폰에 장착되면서 자신 또는 친구의 사진을 찍어 포토메일로 전송하는 초보적 단계의 MMS (Multi Messaging Service) 서비스가 상용화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메신저 서비스에 바탕 꾸미기, 이미지와 함께 전송하기 등 다양한 오락적 기능이 가미되면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서비스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용행태가 '카메라폰'의 가장 일차적 기능인 '사진찍기' 기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의 촬영은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보강하거나 추억하기, 사진을 타인에게 전송하거나 선물하는 등 오히려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적 욕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층 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장년층도 애용하는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서비스도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적 욕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부가서비스들이다. 이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서비스들도 결국은 이용자가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공유하고자 하는, 간접적으로나마 타인과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욕구를 표출한다.
사실상,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정보혁명에 대해 얘기했지만, 정작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것은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형성되는 인간들의 "관계"였다.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사회 네트워크(사회관계)가 생기고 소멸되고 진화하고 있으며,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들은 결국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의 욕구와 인간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뒤얽혀있는 듯한 관계, 커뮤니티와 현상들이 실은 일련의 규칙과 원칙들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인터넷이건 휴대전화건 간에 이들 미디어가 가지는 공통점은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라는 당연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이용자간의 관계"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모든 사회적 관계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형성된다. 지금은 의사소통을 하는 통로가 여러 형태로 진화했을 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과 함께 생겨난 것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도구가 풍부하게 개발되는 데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충족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휴대폰 중독자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중독자가 아닌가.
<네티즌, 모티즌>은 이와 같이 때로는 이용자들의 숨겨진 심리 이야기, 때로는 현대의 대표적 사회현상의 분출구, 아니면 이용자와 이용자의 관계가 어떻게 얽히고 변모해 가는지, 그 맥을 짚을 수 있는 방편으로 읽히길 바란다. 따라서 <네티즌, 모티즌>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풀어가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필자 사진> 윤지영
필자 윤지영은 프랑스 파리 제5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사회학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사이버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인간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SBR&C Interactivity LAB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성균관대·서울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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