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검은 황금의 축복과 저주 <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검은 황금의 축복과 저주 <하>

서동천의 '세계정치경제' <2> 이라크 사태와 석유의 정치경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이익을 위한 것인가, 특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인가 라는 문제는 여러 가지로 심각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석유전쟁과 세계경제질서**

먼저 체니 보고서의 분석과 정책건의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이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느끼고 해외 유전을 무력으로 확보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세계경제질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석유시장의 예를 들자.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터지지 않는 한 21세기에는 석유를 비롯한 자원의 한계문제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인구의 4퍼센트밖에 안되는 미국이 26퍼센트의 석유를 소비를 하고 있고 이미 수입의존도가 50퍼센트를 넘고 있다. 이제 세계 생산도 곧 피크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의 석유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의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국제석유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리비아에서도, 카스피해 연안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유전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거대한 수입국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과 다른 개도국들의 소비증가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세계는 결국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신중상주의 시대로 들어갈 것이다. 또 미국이 자원경쟁에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을 동원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서-Pax Americana-는 한편으로 정당성과 도덕성을 상실하면서 국제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자원을 무기로 세계지배를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가 그 서막일까.

***기업의 이익과 국가 이익**

그러나 이라크 전쟁까지 몰고 온 체니 보고서의 진실성과 객관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에너지 산업의 영향 하에 작성됐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환경단체들은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과 논의과정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이익집단의 로비에 의해 왜곡된 보고서라면 또 다른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이렇게 좁은 이익집단에 대한 고려로 결정되는 것이냐는 우려다. 사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로비스트에 약한 성향을 보였다.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에너지 개발을 억제하자는 교토 협약을 거부했고 자신을 밀어준 철강노조를 위해 철강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국내소비자들의 반발도 샀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같은 중요한 문제의 결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미국이 석유시장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이라크에 침공했다고 하나 원유가격은 아직도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 중질유의 가격이 40달러 선을 육박하고 있고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공급가격도 갤런 당 2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전문가나 OPEC가 제시한 정상가격이 배럴당 22-28달러 수준이므로 나머지는 정치적 불안 프리미엄이라면 미국은 당초 계획한 대로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해 저유가를 유지하겠다는 전쟁의 실익도 챙기지 못한 것이 된다.

아니, 이러한 계산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고유가가 반드시 석유회사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유가는 곧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그동안 경제성이 없어 개발을 못하던 유전의 개발에 착수함으로써 미국의 석유산업은 고유가시기에 오히려 이윤을 더 올려왔다. 그렇다면 핼리버튼에 좋은 것이 반드시 미국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기업과 국가이익의 상충관계를 보게 된다.

***이라크전과 부시의 재선전략**

물론 고유가는 재선을 앞둔 부시에게 불리하다. 기름을 물쓰듯 해온 미국인들이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짜증낼 것이다. 하지만 우드워드의 책과 관련해 소문이 돌았듯이 적절한 시기에 사우디의 협조를 얻든가, 막대한 재고를 방출해 유가를 인하하고 그동안의 고유가를 OPEC 탓으로 돌린다면 부시의 치적은 또 하나 늘어난다.

미국의 대선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외교보다 경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지금 미국의 경제는 재선에 유리한 듯하다. 가령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플레와 실업을 합친 고통지수(misery index) 같은 것도 낮다. 그동안 미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디플레이션 압력도 석유를 비롯한 자원가격의 상승으로 사라졌다. 고유가의 한 요인이 된 달러의 약세도 언제나 그랬듯이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외교정책이 이렇게 좁은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어 이라크에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고 미국의 청년들이 관에 실려 돌아오는 참극이 계속된다면 미국국민은 경제보다 외교를 이슈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초강대국 국민에게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인 것 같다.

***필자 약력**

1941년생. 서울산. 경기고. 서울법대졸. 산업은행 입행. 호주 멜본 라 트롭대학서 국제경제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미국 남가주대학 교환교수. 인하대학 경제통상학부 학장 역임. 현재 정교수 재임.

저서; <Non-traded and intermediate goods and the pure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아세안의 정치경제>

***필자 이메일**

dchon@chollian.net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