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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비지수와 엥겔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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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비지수와 엥겔지수

홍사종의 ‘문화로 읽는 세상’ <6>

1970년대초 허기진 배를 움켜잡으며 경제발전의 초석을 쌓던 시절 우리나라 도시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정말 보잘 것 없었다. 특히 YH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공단 주변의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쌀 한가마니 값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연 전체 지출 중 차지하는 음식물비용인 엥겔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생계 지향적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비 지출이라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변변한 문화 인프라 또한 가질 수 없는 처지이고 보니 지금과 같은 문화와 레저생활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경우도 시골에서 제대로 된 연극은커녕 어쩌다 약장사 따라온 여성국극 한 편과 만나기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그 시절의 빈약한 문화생활의 수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래서 40대 이후 세대면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통계청 자료는 71년도와 2003년도의 엥겔지수가 각 47퍼센트와 26.5퍼센트임을 밝혀주고 있다. 절대임금이 작았던 당시와 비교해 볼 때 그동안 근로자 임금이 얼마나 천정부지로 올랐는가를 미루어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자료다.

경제지표의 향상은 문화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쳐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과 지방자치단체별 문화예술회관의 건립 등 문화 간접자본의 증대를 촉발시켰다. 특히 지방광역자치단체의 문화예술 공간뿐만 아니라 각 시ㆍ군도 이제는 반듯하고 세련된 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도시근로자 뿐만 아니라 문화소외지역의 농촌 거주자까지 가계생활비 중 문화비 지출이 늘어난 것은 필연적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근로자들의 문화비 지출이 도리어 줄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원인의 핵심에는 오래전부터 사교육비가 있어왔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과외비 지수만큼 문화비 지출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엥겔지수가 높던 시절과 뭐 달라진 게 있냐는 하소연이다.

나의 절친한 보통사람인 친구의 경우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과외비 비중이 총지출의 50퍼센트를 넘고 있다고 하니 전혀 일리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70년대에는 거의 없었던 과외비를 음식물비에다 합하면 도합 76.5퍼센트의 지출이 발생한 셈이다. 따라서 나머지 25.5퍼센트의 기타지출 안에서 문화비 지출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문화생활의 여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도리어 71년도만 못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읽다보면 엥겔의 지수가 2004년에 와서 1분기 24.3퍼센트, 2분기 27.2퍼센트, 3분기 28.4퍼센트로 다시 상승곡선을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다가 불황여파로 담배 소주 등 기호식품까지 판매량이 늘었다는 소식이니 불요불급한 지출까지 더해지면 서민가계는 그야말로 쓸 돈이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 지경쯤 되면 어디 콘서트나 오페라 연극 등 예술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할 여유가 생길 리 없다.

남들도 하니까 내 아이도 시킬 수밖에 없는 과외열풍에 초연한 학부모란 없다. 학벌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과외전쟁은 소시민의 가계뿐만 아니라 문화시장의 황폐화까지 초래한다. 극심해져가고 있는 경제 불황 탓이기도 하지만 중앙과 지방 할 것 없이 순수 공연장에 줄어들고 있는 관객가뭄을 보면서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 과외비 지수가 언젠가는 이 땅의 건전한 문화예술까지 망치는 괴물이 되지 않을까 근심해 본다.

마침 경제전문가가 새 교육부총리로 임명된다는 소식이니 경제난과 과외대란 사이에서 신음하는 이런 문화계 사정이 좀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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