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 대북 제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제재결의안은 비록 군사적 제재에 해당하는 유엔헌장 7조 42항 조치의 적용은 배제되었지만, '유엔헌장 7조에 따라 행동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향후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이 제재를 선택함에 따라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북미대결은 더욱 더 격화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물리적 충돌 위기까지 높아지고 있다.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핵위기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그 위기의 본질과 원인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해외자문회원과의 다과회에서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이유가 자신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북한이 말하는 안보의 위협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대단히 과장된 것"이라며 북한을 비난했다. 과연 북한이 말하는 안보위협은 과장된 것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을 파헤쳐 본다.
한반도를 핵의 볼모로 잡히게 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인가?
우리들은 왜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는가? 그것은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때문이다.
'핵전쟁은 전 한반도를 초토화시키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시켜 석기시대 이전으로 되돌려 세울 것이다.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대재앙이다. 그런데 북한 핵실험은 이러한 죽음의 전쟁인 핵전쟁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와 전체 민족을 핵전쟁의 볼모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은 용납될 수 없고 비난받아야 한다.'
이런 비난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가 핵의 볼모로 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한반도가 핵의 볼모가 된 것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 때문이 아니라 미국 때문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전쟁 때 3차례에 걸쳐 핵무기를 사용할 작전계획을 세웠었고(비록 영국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1958년부터 한반도에 수천 발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핵전쟁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미국이 한국에 배비해 놓은 전술 핵무기는 배비밀도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그로 인해 한반도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핵 화약고가 되고 말았다.
리영희 선생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핵폭탄이 처음 사용된 1945년 이후 1980년까지 35년동안 미국은 26회에 걸쳐 다른 나라들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계획했거나 위협했는데 이 가운데 5차례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지구상에서 미국의 핵위협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였던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지난 1976년 이후 20여 년간 북한을 대상으로 전세계 최대 규모의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을 펼쳐 왔다. 이 훈련은 미국의 공격형 핵항모 2척을 비롯해 20여 척의 핵장비 함대, B-52 핵폭격기 편대와 각종 핵공격 전폭기 편대를 주공격력으로 하여 평균 20만의 한ㆍ미 지상병력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북한 공격 훈련이다. 유럽에서는 1975년 동서 진영간 군사대결체제의 해체를 의미하는 헬싱키선언으로 1개 사단 이상의 병력이 동원되는 군사훈련이 사라진 반면, 유독 한반도에서만 비핵국가인 북한에 대한 핵공격 훈련을 포함한 팀스피리트훈련이 계속됐던 것이다.
1991년 아버지 부시 미 행정부는 전술핵을 철수했다고 했지만,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은 계속됐고, 전략 핵무기 공격계획을 더욱 강화시켰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전술 핵무기를 철수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계획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술핵의 군사전략적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며, 나아가 전술 핵 폐기 선언을 통해 제3세계 나라들의 핵개발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전술 핵 폐기 선언에서 공군용 전술 핵이 제외된 데서도 그 목적은 잘 드러난다. 미국은 전술 핵 폐기 선언 이후에도 한반도에 대한 핵전쟁 계획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욱 공세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2001년 아들 부시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직접적인 정책목표로 내세웠고,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보다 노골적인 핵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자서전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소위 '럼즈펠드 메모'에서 "미국의 목표는 북한 정권의 붕괴이지,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는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시 행정부는 재임 기간 내내 북한 정권의 완전한 무장해제(先핵포기 정책)를 고수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거부했으며, 특히 북미 직접대화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북한 정권을 붕괴의 대상으로 보았지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 준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다양한 작전계획(작전계획 5027, 5028, 5026, 5029)을 세워 놓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핵 선제공격 훈련을 펼쳐 왔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대부분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가정한 선제공격 훈련이다.
미국이 이미 한반도에서의 다음 전쟁은 핵전쟁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게 된 것은 북한의 지정학적 특징, 북한군의 능력, 베트남 전쟁의 교훈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점을 들고 있다. 또 북한은 전 국토가 산악지대인 데다가 지하 벙커와 터널로 철저히 요새화되어 있어 재래식 공격으로는 전략적인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한편으로 북한군의 능력이 이란이나 이라크와는 비교되지 않을 뿐 아니라, 훈련도 잘 되어 있어 쉽사리 승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 군사전략가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핵 공격을 상정한 작전계획을 세워놓고 주기적으로 핵 공격 훈련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훈련에는 전술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는 공중발사 미사일(AGM-69)과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을 실고 있는 전폭기들이 동원되고,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들이 동원되고 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전술 핵탄두를 장착한 정밀유도무기를 실은 최신예 스텔스 전략폭격기들이 현재 시각에도 발진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01년 12월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핵태세검토보고(Nuclear Posture Review Report)'를 연방의회에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는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최초의 문서다. 이 문서는 "즉각적이고(immediate), 잠재적이며(potential), 예상치 못한(unexpected) 분쟁 발발 시 핵 공격 능력을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고, "비핵국가인 북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와의 분쟁 시 핵 공격 선택권을 대통령이 보유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핵 선제공격 의지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나라는 7개인데 북한이 처음으로 지목됐다.
게다가 미국은 주기적으로 태평양 지역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핵 투하훈련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2004년 미 메릴랜드대학 국제안보센터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95년 북한에 핵 공격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또 자체 입수한 미 공군의 내부문서를 증거로 98년 1월부터 6월초까지 미 9공군 소속 4전투비행단이 한국에서의 전쟁을 가정한 작전계획에 따라 장거리 핵 투하 훈련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훈련장소는 미국 플로리다였고, 공중조기경보기, F-15E 전폭기, 공중급유기 등 24대의 공군기가 동원됐다고 한다.
이처럼 한반도는 북한 핵개발 훨씬 이전부터 미국의 핵 불장난의 불모가 되어 있었으며,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협에 놓여 있었다. 한반도 핵문제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 핵실험이 핵전쟁 위기를 격화시켰는가?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위협에 대해서는 별로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만 핵전쟁 위협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미국은 이성적인 나라이고 북한은 비이성적인 나라이므로 미국이 핵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핵전쟁으로까지 나가지 않지만 북한은 도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그야말로 왜곡된 신화다. 미국이야말로 가장 비이성적이며 야만적인 국가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이며, 한국전쟁 때에도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던 전력이 있고, 현재에도 핵 선제타격전략을 세우고 핵전쟁 준비에 골몰한다. 미국은 방어용으로가 아니라 반미국가들을 붕괴시키기 위해 핵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미국의 이성이란 허구이고 잘못된 신화이다.
둘째,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핵전쟁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핵과 핵이 부딪히면 핵전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가? 핵과 핵이 부딪히게 되면 핵전쟁으로 갈 확률이 높은가? 아니면 핵과 비핵이 부딪히면 핵전쟁으로 갈 확률이 높은가?
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핵무기를 먼저 갖고 있는 나라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정신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NPT 정신에 따르면 핵국가는 비핵국가에 대해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공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핵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한 핵 공격을 받을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이것이 통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공개적으로 핵무기로 비핵국가들을 선제공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핵을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갖추어 놓고 있으며 북한을 상대로 핵 공격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미국에게 NPT란 비핵국가들에게 핵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스스로를 규제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핵무기와 전술무기(비핵무기)는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전술무기(비핵무기)는 그 양이 아무리 많고 초현대적 기술로 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핵무기와 경쟁하거나 맞서 싸울 수 없다. 한마디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은 핵무기를 갖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는 나라들에 핵무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핵 보복을 받을 위험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값싸고 효율적인 비용으로 전략적 목표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 선제 공격계획을 수립해 놓고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항상 미국의 선제 핵 공격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끼리는 함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핵무기 보복공격을 당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어능력이 없는 조건에서는 핵 공격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끼리는 핵전쟁을 감히 할 수 없게 되고 소위 '공포의 균형'이 유지되면서 핵전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즉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끼리의 핵전쟁 가능성보다 핵무기 보유국가와 비핵국가간의 핵전쟁 위험이 훨씬 높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 핵전쟁 위험을 높였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게 된다.
이상과 같이 북한 핵실험은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대북 핵 협박에 대한 북한 나름대로의 대응양식으로 미국의 핵 협박이 중단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만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이해될 수 없는 것이며, 북한 내부에서 설득논리를 갖기 어렵다.
따라서 북미 양자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미국의 대북 핵 협박정책의 포기와 북한의 핵 포기)를 기초로 한 대화와 협상만이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다. 여기에는 북미 양자 모두에게 대화와 협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수적이며, 제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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