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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속성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범위, 정도, 크기를 권력이라 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권력은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해 왔고, 그것의 형성 과정 및 행사 과정에서의 정당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권력은 종종 '지배'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개인 혹은 소수에 권력이 집중되고 그들의 이익이 기준이 되어 다수를 지배하게 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 문제가 1998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논제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중 복서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논술하라는 이 논제는 부패한 독재 권력과 우매한 민중의 상관관계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0학년도 연세대 정시 논술에서는 억압과 지배라는 함수관계가 인간관계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제시문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하라는 논제가 주어졌다.
두 논제는 모두 힘의 불균형과 권력 남용으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피지배자의 행복이 유린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이처럼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비롯한 지배-피지배 관계에 대한 논의는 삶의 근원을 탐구하는 정시논제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계속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와 평등의 관계
'자유'란 남에게 구속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평등'은 집단 내 개인들 간의 관계 차원에서 제기되는 개념으로 각자의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개념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기본이념으로서 정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 중 하나이다.
자유와 평등은 속성상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서로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은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보완하는 관계라고 보아야 한다. 사회 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인간이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혼자만의 자유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즉, 자유와 평등은 균형점을 찾기 위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원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도 논술고사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데, 개인에 대한 사회적 규제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의 규제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 '자유와 평등'에 관련한 기출 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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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고사에서는 정의를 구현하는 바탕으로서 시민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롤스의 주장이 제시문으로 등장한다. 롤스는 기본적 자유를 경제적 보상 또는 이익과 교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불평등은 최빈층(사회 경제적으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계층)의 상황을 개선하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유와 평등은 정의의 실현과도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출제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사회의 리더십
정치 분야에 포함될 수 있는 주제로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한 집단의 구성원을 대표하고, 그 집단이 달성해야 할 특정 목표로 구성원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하는 리더에게는 특별한 자질과 소양이 요구된다.
1998학년도 성균관대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맹자의 만장(萬章) 편에 등장하는 백이, 이윤, 유하혜 세 인물의 덕목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고찰한 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제시하여 이를 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현실적 인간상을 구상하여 논술하라는 문제가 주어졌다. 2006학년도 한국외대 수시 2학기 논술고사에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고사와 같은 맥락에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성'을 서술하라고 요구했다. 2001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맹자가 이상으로 삼았던 왕도정치(王道政治)의 리더십,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통해 보여준 통치기술로서의 리더십, 기술적 효율성에 근거한 리더십 등 다양한 종류의 리더십을 제시한 후 이들을 논의의 근거로 삼아 현대적 의미의 리더십을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이들 논제는 모두 고전으로부터 리더로서의 덕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집단을 통솔하는데 필요한 능력의 고갱이는 흔들림이 없다. 단, 그 때 그 때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어떤 측면이 더 강조되느냐 하는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의 리더십을 논할 때에는 기본적인 리더로서의 조건을 숙지한 후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도자상을 형상화해내야 한다.
나만의 색깔을 담자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주요 어휘의 개념을 정리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권력'과 '권위'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 둘을 비슷한 어휘로 착각하고 섞어 쓴다거나 '권력'으로 표현해야 할 것을 '권위'로 표현하는 등 개념의 혼동이 있을 경우 명백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어휘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의한 후 논의를 진행하게 되면 쟁점이 선명하게 살아나고, 설득력 있는 글이 된다. '정의(定義, definition)'는 논술의 기본이다. 논술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만을 따로 모아 정리하는 것도 좋다. |
김수연 에플논구술연구소 수석연구원, 프레시안 논술 칼럼니스트,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중앙일보 NIE논술연구소 논술 첨삭위원, 한국경제, 경향신문, 세계일보 논술 칼럼니스트, 교육사랑/유니텔 교원 직무연수 논술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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