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제시문 (가)와 (나)는, 환경 문제와 과학의 상관관계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두 의견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지지하고, 다른 견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시오.(적절한 사례를 포함할 것) [1,400±100자] |
(가) 그 동안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산업체에서 생기는 오염 물질이 발생한 후에 오염물 처리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발생 후 처리 기술'에 의존해 왔는데, 21세기의 산업 구조는 원자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해서, 공정 자체를 용수와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오염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무오염?저공해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공장 폐수에서 유해한 중금속을 회수하고, 폐수는 폐수 처리 과정을 거쳐 공업용수로 재사용하도록 하여,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무공해 공정의 개발, 또는 공정 상태의 감시 점검을 자동화하여 원료, 용수 및 에너지의 사용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여 오염물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저공해 공정의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유엔 환경 계획(UNEP)은 유럽 경제 위원회와 공동으로 화학, 제지 산업과 같은 주요 산업체에 적응할 수 있는 100여 개의 무오염?저공해 기술을 이미 보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리 공업, 도금 공정, 유지 공업 및 금속 가공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수, 폐산, 폐촉매 등에서 금속, 오일, 촉매 등을 회수하여 재이용하고, 폐수도 처리하여 재활용하는 청정 기술 연구가 막 시작되고 있다. 산업 혁명 이후, 선진 공업국들의 경쟁적인 산업화와 20세기에 일어난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물질문명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선사하였다. 그러나 과다한 화석 에너지의 사용과 폭발적인 도시 인구의 증가로 말미암아 자연의 자정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대량의 대기 오염 물질과 산업 폐수 및 각종 쓰레기가 배출되어 전 지구적인 '환경 파괴'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 인류는 그 동안 물질의 풍요로움과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살아 왔으며, 20세기의 과학 기술은 이러한 보편적인 인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질문명의 발달에만 그 목표를 두고 발전해 왔다. 따라서 과학 기술자는 물질문명의 발달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한 책임도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오존층의 파괴, 지구 온난화 문제 등 환경오염의 구체적인 실상을 밝혀 낸 것도,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과학 기술자이다. 만약, 현대 과학의 연구 개발 능력을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 집중시킨다면, 환경 문제의 해결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윤순창, 〈현대 과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나) 근대과학과 현대의 과학기술은 그 자체의 성격 때문에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없다. 17세기에 형성되었던 근대과학의 중요한 특성중의 하나는 그것이 그리스 과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실험적 방법-근본적으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작하고 기만하는 행위인-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방법의 도입에 의해서 이미 자연을 조작과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생각이 근대과학에 내재하게 되었는데, 이 생각은 19세기 중엽부터 과학과 기술이 결합되기 시작하면서 과학기술 자체의 일부분이 되었다. 케플러나 갈릴레이와 같은 17세기의 과학연구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분명하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동시대인으로서 '새로운 세상'-궁극적으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연 위에 군림하는-을 꿈꾸었던 베이컨은 과학과 기술을 그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근본 동력으로 생각했다. 베이컨의 "아는 것(과학)이 힘이다." 라는 말은 앎으로써 힘을 갖는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이 과학 자체가 바로 힘의 형태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즉 과학은 자연 위에 존재하면서 그것을 다루는, 자연에 대한 지배학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지배하지 않은 학문은 자연과학이 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아르키메데스의 역학,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과 같은 고대의 과학은 자연기술(自然記述)의 학문이고, 따라서 자연을 어떠한 방식으로도 조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근대과학은 실험과 이론을 결합함으로써 자연을 자기 방식대로 다루기 시작했다. 실험은 자연을 조작함으로써 자연에 대해서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과학에 내재해 있는 자연을 지배하는 성격은 현대 과학기술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자연지배?자연파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연구 즉 실험이 행해지는 곳, 과학기술이 연구결과를 응용하는 곳에서는 항상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문제가 유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의 실험실, 연구소, 공장, 대규모 농장 등에서 자행되는 자연조작과 자연파괴만 생각해 보아도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이 그 근본 성격 때문에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필렬, <과학기술의 발달과 환경문제> |
학생 답안
환경오염은 현재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환오염에 따른 피해는 인류의 삶의 질, 더 나아가 생존에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환경 문제를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상의 필연적인 사건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기술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관점은 과학기술을 환경 문제를 해결할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본다. 따라서 과학 기술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현재의 환경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과학 기술에 회의적이고 과학 기술을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생태주의'라고 불리는 이 관점은 생태주의적 태도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생태주의적 태도란 인간을 자연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태도로서,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보는 현대의 물질문명주의적 풍조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위 두 관점 중 현재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태주의'적 태도이다. 과학 기술은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알 수 없다는 데 그 첫 번째 이유가 있다. 근대적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초기의 과학자들이 오늘날과 같이 환경오염이 일어날 것을 알았다면 지금처럼 환경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과학 기술은 인간이 만든, 결점을 내재한 기술이기에 이를 환경 문제의 해결책으로 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생태주의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말했듯 과학 기술을 신봉하는 자들은 대체로 인간이 자연을 임의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다시 말해 위와 같은 사고가 환경오염의 근원적 원인인 것이다. 하지만 생태주의적 관점은 이러한 생각을 애초에 반대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물론 생태주의적 관점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과학기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적 태도를 버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석 연료 사용이 가져온 문제점을 대체 에너지 사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기술주의도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 현재의 환경오염은 그 정도가 상당해 인류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근본적 문제 해결의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생태주의적 관점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다. 교토 의정서 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환경 문제는 전 세계가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변화의 폭이 미미하거나 기술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처럼 환경 문제를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루려는 자세와 생태론적 관점은 실천적 차원에서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
<강평>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제시문에 나타난 기술주의 관점과 생태주의 관점을 잘 이해하고, 각 관점의 문제점 또한 잘 파악했습니다.
생태주의 관점을 택한 답안의 경우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므로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해야 한다."와 같이 평이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답안에서는 생태주의적 관점 또한 비판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 생태주의적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 → 마땅히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 제도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 우리 모두 실천하자' 식의 논의는 판에 박힌 답안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학생 논술은 생태론적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이처럼 정형화된 유형에 안착하지 않고,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과 사고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론 부분에서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 전지구적인 협력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실천에서 있어서는 모순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도 좋습니다. 다만 실천 방안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부가되었다면 더욱 좋은 마무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표현상 주의할 부분이 눈에 띕니다. '앞서 말했듯', '다시 말하면', '이미 말했듯'과 같은 표현이 습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수연 에플논구술연구소 수석연구원, 프레시안 논술 칼럼니스트,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경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논술지도사 양성과정 강사, 중앙일보 NIE논술연구소 논술 첨삭위원, 한국경제, 경향신문, 세계일보 논술 칼럼니스트, 교육사랑/유니텔 교원 직무연수 논술 강사, 비타에듀 논술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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