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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세계 속의 또다른 경쟁력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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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세계 속의 또다른 경쟁력의 원천

[김재규의 앤티크 이야기]<1> 앤티크 시장 왜 번창하나

앤티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수집열까지, 나아가 인문학적 접근까지. 국내 앤티크의 최고 전문가인 김재규씨가 몇 회에 걸쳐 앤티크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영국 엠버시 스쿨과 옥스퍼드 투토리알 서비스 칼리지 오브 런던에서 수학하였다. 자유로운 여행과 앤티크 딜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문화에 관한 저술과 강연을 하고 있다. <앤티크문화예술기행> <유혹하는 유럽도자기> <유럽문화 수수께끼> 등의 저서가 있으며 Decorative Art History와 예술 문화사를 집필 중에 있고 ,월간지 <행복이 가득한 집>을 비롯한 여러 지면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문화컨설턴트로서도 일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강좌를 위한 <앤티크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열고 있으며 문화공동체 <헤리티지소사이어티>와 <헤리티지 북클럽>을 설립하였다. 미래의 한국 문화 경쟁력을 지향하는 박물관 설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김재규씨는 이번 봄에 문 여는 인문학습원 앤티크학교 교장선생님도 맡고 있다.<편집자>

요즘 우리 사회는 와인과 앤티크라는 단어와 자주 만나게 된다. 앤티크와 와인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와인을 마실 때 조금만 지식을 갖추면 보다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앤티크 역시 적절한 안목과 지식을 요구한다. 와인이 어느 해, 어느 지역의 포도로 담근 것이라는 조건과 묵은 해수로 가격을 매기듯, 앤티크의 가치도 비슷한 이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8세기 중반에 런던에서 제작된 마호가니 의자 한 점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그 시대 왕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비롯해 대외 정책도 어느 정도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자랄 수 없는 목재가 어떻게 수백 년 전에 그 곳에서 가구로 만들어졌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예쁘게 생겼으니 집에 놓고 사용할 권리도 구입자에게는 있다.

주말 파리에서 열린 벼룩시장의 정겨운 모습. 무언가 진기한 것을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찬찬히 둘러보고 있다.

앤티크...거대한 자원 재활용 현장

와인을 마시는 것도 앤티크를 구입하는 것도 모두가 유럽 문화로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라면 이러한 문화 현상을 빈티지 문화(vintage culture)라고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유럽의 도시들, 런던이나 파리, 로마에서 새 건물을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이 그 거리를 다니는 이들도 대부분 빈티지 룩을 즐겨 입는다. 뿐만 아니라 집에 들어가 보면 대부분이 빈티지풍의 가구들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Japan>이라 불리는 옻칠가구로서 루이15세 스타일이다. 5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어 이목을 끌었다. 동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많은 앤티크들이 오늘날 명품으로 살아 있음을 본다.

런던에서 자동차로 두어 시간 남쪽에 '길포드'라는 도시 인근의 넓은 장원에서는 매년 '아키텍쳐럴 앤티크 페어'가 열린다. 이 페어는 건축과 관련한 각종 앤티크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로 유럽 전역에서 많은 앤티크 딜러들과 건축가들, 그리고 일반 컬렉터들이 모여든다. 때로는 영국아키텍쳐협회 회장으로 있는 찰스 왕자도 학자들과 함께 이곳을 즐겨 찾는다.

이 페어에 소개된 물품들의 대부분은 펍이나 교회로부터 온 것들, 가정집을 헐어낸 자재들로서 훌륭하게 재활용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러한 건축자재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딜러들은 서구 선진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직업군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벼룩시장과 개러지 세일(garage sale) 등은 모두 본인이 사용하던 물건을 들고 나와서 판매 교환하는 현장이다.

아트 앤 크래프트 스타일의 앤티크 샹들리에로서 유리의 본질을 잘 살려서 디자인하여 단순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독특한 장식성을 보여준다.

앤티크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나

앤티크는 1백 년을 넘어야만 붙일 수 있으며 국제거래에서 관세도 물리지 않는다. 물론 채 1백 년이 되지 않은 아르누보나 아르데코 시대의 '빈티지'물건들 역시 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주얼리도 앤티크 주얼리, 빈티지 주얼리, 혹은 아르누보, 벨 에포크, 아르데코 등으로 그 시대를 분류하여 거래된다.

왕이나 귀족 가문이 사용하던 고급스런 장식품으로부터 일상적으로 삶 속에서 사용해온 흔적들이라고 해야 할 것들, 주방용품이나 우유병, 농기구, 콜라 병뚜껑, 구두, 정원용 기구, 가구, 도자기, 유리 제품, 스포츠용품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선보인다. 그만큼 앤티크는 특수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앤티크는 만들어진 연대, 본존 상태, 희소성, 예술성에 따라, 그리고 시대나 지역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역사적 사실들 역시 앤티크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랑스 베르사이유를 중심으로 발달한 루이14세를 비롯한 루이 왕들의 가구는 온통 황금빛으로 화려하다. 왜 프랑스 시민들이 극단의 저항으로 향해 갈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혁명의 징후를 발견할 만큼. 그러니까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앤티크를 소유함으로써 역사를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세브르 센터피스로서 네오 클래식 스타일이다.

앤티크 시장이 번창하는 이유

앤티크 시장은 유럽 어디에서도 쉬이 발견된다. 영국의 경우 스트리트 마켓이나 페어, 전시회, 경매 등의 행사가 연간 3천 회에 이른다. 앤티크는 취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재산 가치로서도 매력적인 요인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환금성(換金性)이야말로 앤티크 산업의 탄력이자 동력이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처럼 앤티크를 수집하거나 소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앤티크는 주식이나 집값에 비해 과거 30년간 한 번도 가치가 하락한 적이 없다. 특히 가구의 가격은 거의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프랑스 1840년산으로 조각이 있는 고딕 스타일의 맨틀 클럭이다.

그 시장 기능 가운데 옥션(auction), 즉 경매 문화가 있다. 경매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가격 결정에 반영하는 가장 민주적이고 시장 원리에 적합한 거래 방법이다. 경매는 낙찰 받은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여 가치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하는 상품이 아닌 앤티크는 오직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다는 원칙 아래 이루어진다. 시장 원리를 훌륭하게 구현하는 민주주의 학습장으로 서구에서는 3세기 이상 경매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들의 경매 산업은 또한 지류를 흘러오는 물줄기를 모아서 필요한 곳으로 다시 보내는 저수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앤티크는 레스토레이터라 불리는 수리전문 장인들에 의해 원형을 유지하는 도움을 받는다. 유럽에 산재한 경매소와 앤티크 마켓의 거래들, 그 중간에서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면서 거래를 도모하는 앤티크 딜러들,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에 의해 앤티크의 시장은 형성된다.

취미가 같은 컬렉터들은 정보 교환과 사교를 위해 클럽이나 소사이어티에 가입한다. 유명한 클래식카 클럽은 MG, 페라리, 모건, 애스틴 마틴, 재규어 등 자동차를 수집한다는 것만으로도 공감대를 가지고 교류하는 세계인들의 모임이다. 각종 도자기 컬렉터 클럽이나 밀크보틀(우유병) 컬렉터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북 컬렉터 어소시에이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모임이 있다.

이러한 소사이어티들은 정기적으로 호텔이나 대학에서 국제적 성격의 모임을 갖기도 하며 인터넷에도 진출하여 서로 간에 실시간 수집 정보를 교환한다. 특히 북 컬렉터 어소시에이션이나 지도(antique map)와 같은 모임에는 세계의 지성들과 전문 학자들이 참여하여 단순히 앤티크 수집가들의 모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모던 디자인은 앤티크로부터

유러피언의 앤티크 사랑은 단순히 그것이 오래된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세련된 수제품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앤티크 문화가 명품을 창조해 내는 디자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이르면 그 속에 숨겨진 또다른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modern design from antiques"란 말은 유럽에서는 상식이다. 명품을 만들고 유행을 선도하는 저력의 바탕에는 유럽의 빈티지 문화가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앤티크는 그들 사회를 창의적으로 가꾸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유러피언의 빈티지 컬쳐, 우리에겐 그것이 아직 자원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들이 즐기고 있는 앤티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세계와의 경쟁력을 생각하는 이즈음에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필자. 김재규 앤티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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