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르네상스의 또 다른 이름, 마욜리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르네상스의 또 다른 이름, 마욜리카

[김재규의 앤티크 이야기]<3> 유럽 도자기에서 앤티크 맛보기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이의 바다에는 마욜리카(Majolica)라 불리는 작은 섬이 외로이 떠 있다. 이 섬 이름인 '마욜리카'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장식한 도기와 유럽의 연질자기의 대명사로서 유명해진다. 유럽의 벼룩시장이나 앤티크 마트에서 또는 관광명소에서 자주 만나는 이름들 가운데 마졸리카, 혹은 파이앙스, 델프트 등이 있다. 이 명칭의 어원을 찾다보면 도자기의 흐름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 중세 유럽은 문화적으로 이슬람에 상당히 뒤져 있었는데 그 증거가 될 이 도자기 약병은 이동병원과 함께 위대한 유산이었다. 콜라병의 디자인 원형인 이 약병은 알바렐로(albarello)라 불리는데 이탈리아로 전파되어 점차 유럽에서 사용된다.

도기는 모든 문명권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흔한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자기(瓷器)는 16세기 전까지는 중국과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었던 매우 귀한 명품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나라들은 이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임진년에는 조선과 일본의 전쟁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유럽은 그때까지 겨우 도기(陶器)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전혀 자기 기술의 낌새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8백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고 있던 이슬람 국가에서 이스파노모레스크(Hispano-moresque)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 우르비노에서 만든 마졸리카로, 제한된 5가지 색과 이탈리아 특유의 명랑한 색채가 르네상스 기운을 전해주는 이스토리아토 양식(istoriato style)이다.

이 도기는 미묘한 두 가지 이상의 금속성 색깔이 영묘한 색을 내기 때문에 '빛난다'라는 뜻의 '러스터(Lustre)자기'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 주둔해 있었던 이슬람들은 대부분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이미 자기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 자기를 만들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던 터이다.

▲ 유럽 최초로 마이센에서 개발에 성공한 중국식 자기 티포트로, 당시 트랜드인 중국 풍광이 묘사된 바로크 양식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핵심기술이 빠져 섭씨 1300도 이상 구울 수 있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하지만 그 것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슷하거나 좀 다른 느낌의 도기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가운데서 나타난 제품이 바로 이스파노모레스크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이베리아 반도에 주둔한 이슬람과 직접교역은 어렵기에 그 중간 위치해 있었던 마욜리카 인들이 양 진영 사이에서 오랫동안 상품교역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교역 품 가운데서 인기리에 이탈리아에 판매된 것이 이스파노모레스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인의 이름을 붙여 편하게 마욜리카라고 부르다 보니 아예 그 명칭으로 굳혀진다.

▲ 프랑스 세브르의 잡탕 용기로, 18세기 초 로코코 스타일 디자인이다. 특히 로열 불루의 색감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미 백자에 환상을 갖고 있었던 이탈리아인들도 직접 그 도기 제작을 원하게 된다. 결국 이 도기는 16세기를 전후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같은 곳에서 가마를 걸고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고 단지 비슷한 정도로 만들게 된 것이 마욜리카 도기이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영어식으로 마졸리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이로 인해 이름에서 혼란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마욜리카 혹은 마졸리카라고 병행해서 표기하고 있다.

▲ 마이센의 캔들러라는 조각가의 조각상으로서, 뱃사공을 묘사한 위트가 돋보이는 작풍으로 바로크 시대를 보여준다.

특히 16세기 즈음에 피렌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르네상스는 이 도자기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아름다운 디자인을 낳게 된다. 메디치 자기는 중국 자기를 모방하여 백색의 유약을 두툼하게 칠하기도 하지만 역시 기술 부족으로 질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면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밝은 색상으로 독특한 예술의 경지를 넓혀간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