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위기의 시대…왜 협동조합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위기의 시대…왜 협동조합인가?

[협동조합의 도시, 볼로냐를 찾아서·2]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의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공황, 실업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주목해야할 곳이 바로 이탈리아 볼로냐다. 이곳은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금융 공황의 타격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고질적인 문제인 실업 문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그 이유를 볼로냐 경제의 틀인 '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다. 길게는 1000년 이상을 이어온 협동조합이 '오래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에 주목해 10회에 걸쳐서 볼로냐의 협동조합의 현장을 살피는 기획을 선보인다. 이 기획은 국내의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한살림은 해외 연수단(김태열·김현경·우미숙·전홍규)을 꾸려 미국발 금융 공황의 파장이 심각했던 2009년 8월 30일부터 9월 7일까지 볼로냐를 직접 방문했다.

이 연재는 매주 화, 목요일 발행된다. <편집자>


이탈리아 협동조합 운동의 흐름

"공화국은 상호부조의 성격을 가지고 사적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협동조합의 사회적 기능을 인지한다……."

1947년, 이탈리아 정부는 헌법 제45조에서 협동조합의 역할과 활동을 인정하고 공공기관과 민간 조직 간의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사회 복지 활동의 자유를 승인하였다. 협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힘은 155년이라는 오랜 활동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최초의 근대적 형태의 협동조합은 1854년 북부 토리노의 직인에 의해 시작됐다. 최초의 협동조합은 소비자 협동조합이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소비자 협동조합을 통해 소비재를 시중보다 값싸게 구입하여 낮은 임금이라는 악조건을 해결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협동조합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노동자들은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스로 협동조합 기업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생산 노동 협동조합의 시초다.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에는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차례로 결성되었다. 그러나 파시즘기(1926년~1945년)는 조합에 압력이 심해지고 협동조합의 자치권이 박탈되었다. 억압받던 협동조합과 조합원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반나치즘·반파시즘 해방 운동을 지지했고 이들이 이후 협동조합을 다시 일으켰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사회 복지와 관련한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해졌다. 전통적으로 가정이 사회 복지를 책임져온 이탈리아는 유럽에 비해 복지 수준이 낮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 복지 서비스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형태여서 1990년대 정부의 재정 긴축 조정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것마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970년대 초부터 고용 상황이 나빠지면서 1990년 초에는 경제 성장의 악화로 가정의 복지를 담당했던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나왔고,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실업 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났다. 정부가 해오던 전통적인 현금 급여 정책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제3부문의 자율적인 사회 서비스의 역할이 부활한다.

자선단체나 제3부문의 사회적 서비스 활동 조직들은 부족한 공적 자금 지원으로 운영의 한계를 느꼈고, 비영리단체의 운영에 법적 제한이 많아 활동을 확대해 나가는 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이탈리아 법에 의하면 비영리 조직은 이념적인 목적만을 추구해야 하고 회사와 협동조합을 포함한 기업은 경제적 목적의 활동을 할 수 있게 구분해놓았다. 경제 활동의 제약을 받아온 대다수의 자선 단체는 사회 서비스를 생산하고자 협동조합의 형태로 전환하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1980년대 후반의 협동조합은 '사회적 연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공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었고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인정하는 법률이 1990년에 제정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에 따라 1991년에는 사회적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 서비스 부문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을 승인했다. 이때부터 '사회적 연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 대신 '사회적 협동조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법적으로 인정된 사회적 협동조합은 더욱 확산되었고, 정부가 사회적 서비스의 수요를 이들 조합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2005년 5월 말, 이탈리아 의회는 사회적 기업을 조직 형태로 인정하는 최초의 법률을 승인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A 유형이 가장 많고, 취약 계층을 고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B 유형은 A 유형의 절반 정도, 두 유형이 혼합된 것이나 컨소시엄의 형태가 소수 있다. 지리적 분포를 보면 협동조합이 가장 먼저 시작된 북부에 가장 많고 남부와 섬 지역, 중부 지역 순이다.
1991년 사회적협동조합에 관한 법 제381호

이 법 조항에서 사회적 서비스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을 승인했다. 이때부터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과 시민들의 사회적 통합을 목적으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전통적인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며, 그 혜택 또한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이와 달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외부 비조합원도 사업과 수혜의 대상이 되는 개방성과 사회성을 갖는다.)

(나) 조합원은 노동자·이용자·자원봉사자·재정후원자·법인(지방정부를 포함)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자원봉사자는 전체 조합원 수의 50%를 넘지 못한다. (다원적인 조합원 구조를 갖되 노동자 조합원들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원봉사 조합원의 비율을 제한하였다.)

(다) 조합원에 대한 이익금의 배당은 전체 이익금의 80%를 넘어서는 안 되고 1구좌 당 배당률은 이탈리아 우체국 발행 채권 수익률인 2%를 넘을 수 없으며 청산시 자산 이익은 조합원들에게 분배되지 않는다. (조합원들의 배타적 이익을 제한함으로써 조합의 사회적 성격과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라) 사회적 협동조합은 활동 유형에 따라 취약 계층에 사회적 서비스를 공급하는 A유형 협동조합과 사회적 불이익자들을 고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B유형 협동조합으로 구분하며, B유형에는 사회적 불이익자들의 전체 고용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마) 정부 및 공공 부문은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법률이 정한 자선 조직과 사회적 협동조합과 계약할 수 있으며,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4%까지 감면한다. 또 공적으로 요구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20%까지 B유형의 사회적 협동조합에 할당할 수 있으며, 이 조합들은 사회보장 부담세를 면제받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