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랑은 '남자들이 결코 원하지 않을 외모'를 만들고자 스스로를 수술대 위에 제물로 올려놓았다. 예뻐지고 싶은(그래서 결국 남자들이 탐하는 외모를 갖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그 욕망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전투적으로 수술대 위에 오른 것이다. 수술이 끝날 즈음 그녀의 이마는 과도하게 봉긋해졌고 입술은 거의 뒤집어 까질 정도로 두꺼워졌다. 수술은 성공했고, 그녀는 정말 예쁘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카메라에 담긴 수술 장면 중 단연 압권은 지방 흡입 수술이었다. 움푹 들어간 뱃살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특정 신체 부위의 지방을 빼내기 위한 수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에 연결된 투명한 관에서 무언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하얗고 기름지고 얼룩덜룩한 물체!
그것은 지방 덩어리였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경악했다. 바야흐로 살 속에 숨어있는 지방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소개되는 지방 흡입 수술이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방을 적출해내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객들은 몸에서 적출된 지방을 생생히 봐야 하는 충격,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부 밑에 굳건하게 머물던 지방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흐물흐물한 기름 덩어리가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을 확인한다는 그 기이한 발상의 충격에 휩싸였다.
다큐멘터리는, 갸름한 얼굴과 늘씬한 팔다리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며 'before'와 'after'의 차이를 부풀리느라 애를 쓰는 주류 상업 매체를 비웃고는, 비포와 애프터 사이에 숨겨 있는, 수술대의 메스에 몸을 맡기면서도 정작 여성 자신은 전혀 알 필요도, 알 수도 없었던 그 'ing'를 보여 준다. 숨 가쁘게 욕망을 좇는 여성들의 몸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듯, 흐물거리는 지방은 잔혹한 호러 무비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지방이 호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지방 공포'를 지독히 앓고 있는 사회 덕분이다. 지방을 끔찍이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지방 공포증은, 지방이 단순히 하나의 영양소가 아니라, 삶과 문화와 사회 경제적 조건 속에서 그 의미가 만들어지는 매개체라는 것을 암시한다.
역사적으로 지방 공포증은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고, 모든 사회가 지방 공포라는 증상을 앓는 것은 아니며, 지방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또한 결코 자명하거나 보편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방에 대한 태도'가 사실은 서구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제한된 문화에서 벌어지는 상대적 현상이며, 따라서 이러한 문화 속에서 '지방'과 지방을 담고 있는 이의 몸이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가에 대한 더 진지한 물음을 던질 것을 촉구한다.
| ▲ <팻 :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돈 쿨릭·앤 메널리 지음, 김명희 옮김, 소동 펴냄). ⓒ소동 |
인류학 연구자들답게 이들이 지방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탐험하는 방식은, 연구자 중 한 사람인 마크 그레이엄이 내놓은 '지방 독해(lipoliteracy)'라는 개념에 근거한다. 지방 독해는 지방의 유무를 가지고 어떤 음식이나 몸, 사람을 좋다거나 나쁘다는 식의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즉, 다양한 사회에서 지방에 대한 의미와 뚱뚱하고 살찐 사람에 대해 평가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것은 어떤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읽는 것이다. 이는 지방과 음식, 몸, 섹슈얼리티, 아름다움, 언어, 이미지가 연결되는 방식은 무엇인지, 그것은 결과적으로 지방에 대한 어떤 의미들을 생산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니제르에서는 여성의 살찐 몸을 관능적이고도 이상적인 체형으로 생각하고, 이들은 "튼살 자국이 있는 허리"와 같은 노랫말이 담긴 사랑노래를 부르면서까지 튼살 자국을 칭송한다. 이러한 미의 기준은 '살찌고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서의 여성성과 '딱딱하고 똑바로 선' 몸으로서의 남성성이라는 차이에 기반을 두는데, '많이 먹는 여자'는 남자의 성공과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지방 공포증이 만연한 서구 사회에서도 뚱뚱한 몸을 찬양하는 힙합과 포르노 문화가 존재한다. 이는 마른 몸을 갖기 위해 식습관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사회에 대한 하나의 도발 행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여성 배우가 등장하는 '뚱보 포르노'는 성기가 삽입되는 것이 아니라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핥고 후루룩 마시고 오도독 씹는" 여성의 쾌락을 재현한다는 면에서 남근 중심성에 저항한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안데스 산맥에서 유행하는 '피스타코(pishtaco) 괴담'은 하얀 몸을 한 무서운 살인마 피스타코가 순진한 인디언을 위협해 지방을 뽑아낸다는 이야기이다. 피스타코는 안데스 원주민이 겪었던 역사적 상황에 따라 성직자와 수도사로, 채무 노예를 부리는 소유주로, 혁명가를 색출하는 군인으로 둔갑하는데, 이는 결국 미국이라는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지구의 가난한 주변 국가에서 상품을 착취하는 폭력적인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원주민의 저항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지방은 단순히 몸무게나 치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역사와 가치관에 근거한 하나의 상징이다. 지방은 아름다운 '살'이자 여성성의 척도이기도 하고,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는 정체성이기도 하며, 인종 차별의 역사와 자본주의 착취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지방은 욕망과 탐욕이며, 통제 불가능한 카오스이기도 하고, 저항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지방에 대한 이런 인류학적 탐험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방에 대한 서구화하고 자본주의화된 태도가 사실은 아주 인위적인 문화 구성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먹을 것을 걱정했을 어느 시기에 풍요와 부를 상징했던 지방은, 이제 낱낱이 파헤쳐지고 색출되어 영원히 사라져야 할 '나쁜 기름'으로 취급된다. 서구의 개인주의와 성취 중심의 가치관에 따라 지방은 개인이 적절히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 되고, 몸에 지방을 가득 담고 있는 사람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게으르고 무능력한 인간으로 분류되어 존엄과 자유를 훼손당한다.
이런 지방 공포증이 질식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인위적인 하나의 문화 구성물이다. 즉 지방에 대한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뚱뚱한 사람에 대한 문화적 편견에 저항하는 비만 인권 운동가인 앨리슨 미첼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뚱뚱한 사람의 정체성을 주장하고 살찐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활보하며 사는 방법"을 택한 그녀는, 뚱뚱함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몸을 더욱 과장하는 복장 드래그(drag)를 하고, 케이크라는 물신화된 음식을 깔아뭉개고 먹는 퍼포먼스로 메시지를 전한다. "뚱뚱한 것이 섹시하다" "모든 몸은 다 훌륭하다" "뚱뚱하다고 게으른 것은 아니다" 이런 메시지 말이다. 지방이 아름다움과 몸, 섹슈얼리티와 관계 맺으면서 만들어내는 의미에 틈새를 내는 문화적 저항은 이렇듯 '사소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오를랑처럼 자기 몸을 실험 장소로 삼을 만큼 거창해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방을 다만 없어져야 할 사악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에 허우적거리는 대신, 그런 문화 자체를 중요한 생각할 거리로 상대화하는 힘을 준다. 지방을 독해하고, 지방을 뭉개고, 지방을 냠냠 핥아 먹으면서, 지방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저항은 시작될 수도 있다.
커피에 휘핑크림을 듬뿍 얹어 먹으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체중이 1킬로그램 늘었다고 아이스크림을 금하는 벌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짓을 하지 않는 것, 지방과 건강에 관한 무수히 많은 협박성 정보를 걸러내고 스스로의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해 자신이 판단하고 세상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것, 살찐 사람은 헐렁한 옷만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아름답고 패셔너블한 옷을 입는 것, 살찐 사람과 교류하고 지지하면서 아름다움을 새롭게 사고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결국 이 모든 것은 '적절한' 지방에 대한 기준에 도전하는 일이자, "뚱뚱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길일 것이다.
몸속의 지방을 미워하고 그런 지방을 적출하지 못하는 자신을 증오하고, 앞으로도 큰 몸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신에게 "뚱뚱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선물할 수 있다면, 지긋지긋한 지방과의 전쟁, 결국은 지방을 둘러싼 의미의 전쟁은 끝이 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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