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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저주…"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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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저주…"문제는 정치야!"

[프레시안 books] 손낙구의 <10대와 통하는 부동산>

나는 이제 스무 살이다.

내가 부동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3~4년 전인 고교 시절부터다. 내게 대학 생활의 로망은 '올 A'도, 'CC(캠퍼스 커플)'도 아닌 독립이었다. 거창한 독립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혼자' 살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에게 자취란 곧 자유를 의미했다. 학교 근처에 살면서 술도 마시고 애완동물도 기르고 하는 생활. 동영상(!)에서만 보던 그렇고 그런 제목들도 한 몫 했겠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진학하니 혼자 나와서 살 만한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던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전세는 보통 8000(만 원) 이상, 월세는 몇 백에 몇 십부터…"

집세에 대한 아무 감 없이 물어본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비쌌다. 서울의 중심가도 아니요, 번화한 동네도 아니었다. 선배의 말로는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라고 했으나,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사실 자취가 어쩌고 독립이 어쩌고 하기 이전에, 내겐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 우리 엄마는 홍대 앞 동교동 삼거리에서 '두리반'이라는 칼국수 집을 운영했다. 그러다가 그 일대의 재개발이 시작됐다. 엄마, 아빠는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금을 거부하고 강제 철거에 맞서 농성을 시작했다.

몇 주 전 시행사와 이주 대책 합의를 보면서 길고 긴 투쟁이 일단락됐지만, 이 문제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531일 동안의 결코 짧지 않은 투쟁이었고, 엄마와 아빠는 극한의 삶을 견뎌내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용역 깡패에 대한 불안과 시행사의 사주로 전기가 끊긴 어둠 속에서 힘든 여름과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모든 철거민이 그러하듯 엄마, 아빠는 정말 성실하게 살아온 분들이다. 밤을 새우며 일했고, 모든 일에 항상 책임감을 갖고 임하셨다. 결코 부자가 되기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니다. 여느 가족처럼 '그냥저냥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가족이었다. 도대체 부동산 정책이 어떻기에, 가게는 뭐고 세입자는 뭐기에 우리 가족이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 화도 났고, 때로는 서럽기도 했다.

왜 서울 변두리에서 방을 구하는데도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걸까. 왜 부모님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며 투쟁해야 했을까. 왜 대한민국에선 집 없이 살아가는, 집을 빼앗겨서 싸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걸까. 이처럼 뜨거운 고민 속에서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손낙구 지음, 김용민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을 읽게 되었다.

왜 부동산이 문제인가?

▲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손낙구 지음, 김용민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 ⓒ철수와영희
부동산 문제는 내가, 또 내 가족이 꿈꾸는 삶에 거친 태클을 걸어왔다. 비단 이 문제는 우리 가족만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 )는 등록금 때문이야."
"( )는 부동산 때문이야."


얼마 전 나간 등록금 집회에서 피켓을 보면서 생각해 본 문구다. 이것이 왜 단순한 농담이 아닌 것일까? 인간은 땅 위에서 살아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는 삶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 손낙구는 그러므로 부동산 정책은 대형 건설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문제들의 뒤에는 실제로 부동산이 얽혀져 있다는 것이다.

흔히 가는 카페의 커피 값이 오르는 것이나, 나의 '로망'이었으나 곧 좌절된 자취방 역시, 뒤틀린 부동산 정책의 결과물이다.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기에 누구도 부동산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10대와 통한다"는 제목의 의미는 단순히 부동산 정책을 10대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는데서 머무르지 않는다. 20대건 10대건,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뜻이다.

손낙구는 애초에 부동산과 관련된 제도를 제대로 구축했다면 세입자가 무일푼으로 쫓겨나거나, 땅값이 폭등하는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우리 정책적 현실은 누구나 알다시피 재벌 건설사에 유리하도록 맞춰져 있다. 따라서 집이 넘쳐나는데도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이 이토록 많고, 직장인들은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평생의 3분의 1 수준인 29년이나 걸리는 것이다.

손낙구는 모범이 될 만한 외국의 사례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사례들은 정말이지 꿈만 같다. 독일의 경우엔 '공정 임대료 제도'가 있는데 세입자와 집주인이 임대료를 함께 정하는 제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도입해도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았다. 자국민의 생존권 중 하나인 주거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한국의 현실이 너무나 한심스럽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 문제는 그 범주가 굉장히 넓다. 나 또한 불만과 분노는 많았으나 "그래서 뭐가 문젠데?" 하고 물어보면 어디서부터 말을 끌어와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대로 된 답을 꺼내보지 못했으니까.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은 복잡하고 광범위한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짚어주면서도 '말랑말랑'하게 읽을 수 있어 이런 고민에 빠진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부동산 계급 사회>(후마니타스 펴냄)를 통해 부동산이 지배하는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바 있는 저자이기에 그 바탕이 되는 자료와 통찰도 믿을 만하다.

하지만 이 책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서울의 비극이었던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을 비롯해 지금도 수없이 많은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철거민들, 억울하게 쫓겨나는 세입자들의 아픔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의 경험상, 재개발 지역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 모두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부동산과 민주주의

다시 책의 메시지로 돌아가서, 손낙구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사고방식이 현실을 바꾸기도 하지만, 현실이 변화하지 않으면 잘 바뀌지 않는 게 사고방식이기도 한 것이니까요. 지금까지 그랬듯이 부동산 투기를 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일이 계속된다면, 아무리 '부동산은 돈 버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목청껏 외쳐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손낙구의 말대로 집과 돈을 동일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먼저 가난한 사람들 앞에서 더욱 한없이 잔혹해지는 부동산 정책이 작동하는 현실부터 바꾸어야 한다. 잔혹한 현실을 바꿀 해결책으로 그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이를 위해 정치, 즉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런 의문에 봉착하게 됐다.

"정치, 민주주의는 어떻게 바로세우나?"

당연히 이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문일 것이며,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 우리 삶 전체에서 가장 절실히 구해야 할 답일 것이다.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은 내게, 이렇게 답보다는 커다란 '질문' 하나를 던져주었다.

답은 없지만, 제안 하나는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자. 우리나라 부동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리고 나처럼 그 내용이 너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었다면 자격 조건은 충분하다. 10대이면 어떻고 10대가 아니면 어떠하랴. 결국 인생 어느 순간에, 주거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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