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연봉 1억 직장인, 실제로 번 돈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연봉 1억 직장인, 실제로 번 돈은…

[프레시안 books] 로버트 프랭크의 <경쟁의 종말>

<경쟁의 종말>(안세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로버트 프랭크의 최근 저작 (2011년)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0년간 그가 쓴 (1985년), (1996년), (1999년), (2007년)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프랭크가 앞서 펴낸 책들은 지위 추구 욕구라는 인간의 욕망과 점차 승자독식이 되어가는 시장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초래하는 파괴성을 구체적인 사례와 경제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흥미롭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그가 쓴 <경쟁의 종말>은 기존의 진단을 아우르면서 처방까지 제시하고 있다.


▲ <경쟁의 종말>(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세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웅진지식하우스
물론 국내에도 소개된 <승자독식사회>(권영경·김양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사치 열병>(이한 옮김, 미지북스 펴냄)과 같은 책에서도 프랭크는 부분적으로 누진 소비세라는 정책 처방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경쟁의 종말>에서 그는 자신의 개입주의적 정책 처방의 근거를 한층 더 강력하게 그리고 한층 더 분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로버트 프랭크는 사람들의 소비 중 상당 부분이 과시욕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다. 그는 전작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상대방이 가진 것과 끊임없이 비교하려는 사람들의 속성 때문에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런 불평등이 사람들의 후생에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속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쟁 그리고 높은 지위임을 끊임없이 과시하려는 소비 행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서술했다.

특히 <승자독식사회>는 사람들의 지위 추구 욕구와 함께 왜 시장이 점차 승자독식이 되어 가는가를 생생히 보여준 역작이다. 이번에 나온 <경쟁의 종말>에서 프랭크는 고민을 더욱더 진전시켜서 경쟁이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 결말을 지적하고, 더 나아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흔히 경쟁은 사회 전체의 파이를 크게 만들어준다고 이해되어 왔다. 경쟁이 있어야 사람들의 근로 의욕이 자극되고, 경쟁이 있어야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며, 경쟁이 있어야 기업, 관료 조직 등이 비효율성을 떨쳐 버리고 혁신을 할 수 있으며, 경쟁이 있어야 비리, 부패 척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쟁을 통한 체질의 개선과 경쟁을 통한 번영 및 성장이라는 말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프랭크는 어떤 경우에는 경쟁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적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경쟁에 얽힌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큰 수컷 공작의 꼬리,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체중을 갖는 수컷 코끼리물범,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큰 뿔 등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화려하고, 조금이라도 더 덩치가 크고, 조금이라도 더 큰 뿔을 갖도록 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종 전체로 볼 때 천적에 아주 취약할 정도로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경쟁이 이렇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가? 프랭크는 경쟁을 통해 개인들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상대적인 능력에 달려 있는 경우, 즉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높은 지위를 갖는 개인에게 막대한 보상이 돌아가는 경우에 이런 결과가 초래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점점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상대방보다 조금 앞서는 게 유리할 때 모든 개체들은 상대방을 앞서기 위해 '필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상대방 나라보다 조금이라도 강해지기 위해 군비 경쟁을 하는 것,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서 근육 강화제를 복용하는 것,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아이스하키 헬멧 착용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 등도 보상이 상대적 지위에 따라 주어지는 경우에 나타나는 경쟁의 폐해들이다.

이런 경우 (가설적인 상황이지만) 모든 수컷들이 자신의 꼬리 크기, 몸집, 뿔의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모든 국가들이 군비 지출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들 사이에 상대적 순위는 그대로 둔 채(따라서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은 채로), 헛되이 낭비되는 돈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프랭크에 따르면, 서로 경쟁을 함으로써 파이를 크게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 의자 뺏기 놀이처럼 정해진 파이의 몫을 둘러싸고 경쟁이 벌어질 때, 그리고 상대방보다 약간 앞서면 약간 더 많은 몫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불비례적으로 너무 많은 몫을 차지하게 될 때, 경쟁이 가져다주는 폐해는 극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과시하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소득 중 너무 많은 부분을 과시 소비에 쓰게 되기에, 돈 먹는 괴물은 정부가 아니라 과시 소비가 만연하고 낭비가 만연해 있는 시장이라고 단언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프랭크는 기존에 얘기했던 누진 소비세 도입을 넘어서는 아주 다른 방식의 개입주의적 처방을 제안한다.

프랭크는 누구도 침범하지 않으려 하는 자유주의적 원칙 "네가 번 돈은 네 돈"이라는 원칙이 옳지 않음을 입증하려 한다. 서로서로가 긴밀히 얽혀 있는 사회에서 내가 가져야 하는 정당한 몫은 내가 기여한 것만큼이어야 한다는 게 그가 내세우는 원칙이다. 그는 이에 입각해서 "네가 번 돈" 중에서 상당 부분은 사회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노력한 결과임을, 따라서 그것 모두가 "네 돈"이 아님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같은 맥락에서 프랭크는 자유주의적 사고를 비판하는 데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카스 선스타인과 리처드 탈러의 <넛지>(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펴냄)와 이 책을 함께 읽고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넛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면 자유주의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를 고심하는 있는 반면, 프랭크는 아주 대담한 방식으로 왜 자유주의적 원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 그리고 왜 전혀 다른 방식의 개입주의적 처방이 필요한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행동주의적 관점에서(물론 두 사람에게서 행동주의적 관점은 많이 다르다) 쓰인 두 책을 비교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지적 경험이다.

프랭크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경제학자인 사람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 중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와 외부성 문제가 불평등 문제에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그는 경쟁의 파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고 조목조목 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결코 경제학의 핵심 테마인 효율성/후생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경제학에 기초해서 세상의 문제를 어디까지 얼마나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프랭크의 <경쟁의 종말>을 읽으면서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 '1퍼센트 대 99퍼센트'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경제학자도(!) 이렇게 훌륭한 답을 대놓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