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이 진행되면서 이에 임하는 각 후보 캠프의 전략전술 게임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후보 캠프의 전략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캠프 경선일기를 연재한다. 상위권 후보 캠프에 경선 중간결과에 대한 자체 평가와 향후 전략 기고를 요청했고, 이에 응한 후보 캠프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작년에 태풍이 불지 않았는데, 태풍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태풍이 불어야 바닷물이 뒤집어지고 물이 맑아집니다. 그래야 고기가 많이 잡힙니다. 저는 이제 우리 정치에도 태풍이 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뒤집히고, 정치가 정화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9일 오후 5시, 제주에 있는 한라체육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 잠시후면 투표결과가 발표된다. 그러나 한라체육관 단상에 앉아 있는 정동영 후보는 의외로 담담했다.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 단어로 말하라고 하면 '최선'으로 압축될 수 있다.
***정동영, 제주도 다섯바퀴 돌며 정치태풍 역설**
정동영 후보는 돈도 없고, 조직도 없다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정치적 빚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은 그만큼 고달펐다. 상대적으로 돈과 조직이 강세인 후보들의 경우 매일 전국을 휘젓고 다니면서 조직을 다졌다. 제주 역시 선거운동원들이 대신 선거운동을 벌였고 후보자들은 2~3일 전에야 제주에 내려왔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2월 중에 무려 20일 가까이 제주에 머무르면서 홀로 '정치태풍'을 주장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제주도민을 만나면서, 제주도를 다섯바퀴나 돌아가면서 낡은 정치를 날려버리는 정치태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여론조사 결과에서 '태풍'의 조짐이 나타났다. 언론 역시 정동영 후보의 '태풍'이 정말 몰아칠 것인지 관심의 촉각을 세웠다. 잠시 후면 '정치태풍'이 제주도에 몰아치고 기세좋게 육지로 상륙할 수 있을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가 판가름난다.
"이제 투표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마침내 최선을 다한 결과가 발표된다고 한다. 잠시나마 편하게 앉아 있었던 정동영 후보는 몸을 곧추세웠다. 비로소 온몸 구석구석에 긴장감이 흘렀다. 과연, 제주도민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김영배 선관위원장이 기호 1번, 2번 숫자를 말하는 것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정치태풍이 불어야 한다. 제주에서 1등을 차지해 한반도에 드리워진 낡은 정치의 어둠 한자락을 날려버려야 한다'
김영배 선관위원장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기호 3번, 정동영 후보"
'과연....'
***제주경선, 민심태풍이 '조직의 벽' 넘지 못해**
한달전 정동영 후보가 제주행 비행기를 내리던 순간, 안녕히 가시라는 말과 함께 손에 뭔가가 쥐어졌다.
"나중에 읽어보십시오"
승무원 중 한명이 함박 웃음을 띠고 정동영을 보고 있었다. 차에 올라 쪽지를 펴든 정동영 후보는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젊은 정치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며 늘 의원님의 용기와 결단에 찬사를 보냅니다. 부디 이번 경선에서 승리하시어 진정 국민과 민족을 위해서 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뵙기를 희망합니다. 끝까지 지금의 모습 변치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무장 드림.'
정동영 후보는 그날 이후부터 자신의 지지기반을'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이라고 말했다.
"기호 3번, 정동영 후보. 득표수 110표. 득표율 16.4%."
110표. 태풍은 조직을 뛰어넘지 못했다. 민심태풍은 조직의 견고한 벽에 막히고 말았다. 정동영 후보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고, 조직과 자금의 열세가 태풍의 힘을 받쳐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타까움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울산, '지역의 벽'까지 태풍 가로막아**
그리고 10일 울산.
"기호 3번, 정동영 후보. 득표수 65표. 득표율 6.4%."
65표. '조직의 벽'에 '지역의 벽'이 쌓여 태풍을 가로막는 벽은 더욱 높아졌다. 정동영 후보는 몸에 힘이 빠졌다. 정치태풍, 민심태풍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이 얼마나 완강하고 견고한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하지만 낡은 정치를 날려버려야 한다는 민심은 분명히 존재했다. 불과 두달만에 20%대의 전국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아무런 조직도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2백에 가까운 표를 얻어낸 것은 모두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때문이었다. 단지 조직과 지역의 벽에 가로막혀 그 열망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민심이 원하는데 힘들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당심(黨心)이 민심 반영해야**
민주당내에서도 국민공모당원의 참여율 저조로 민심을 반영한다는 국민경선제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불어 당원 대의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구당 위원장 확보 경쟁, 당원 대의원 줄세우기 등이 더욱 촉발될 우려가 있다.
정동영 후보는 "이제 마라톤의 5킬로를 뛴 것과 같다"고 말한다. 연고도 조직도 없는 가운데 성원해 준 당원, 국민들을 위해 끝까지 부패한 정치와 지역구도 정치에 맞서 싸우는 국민경선 지킴이가 되겠다는 것이 정동영 캠프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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