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았다. 지난 4년간 김 대통령과 집권당 민주당의 지지도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정권 초기인 98년에는 대통령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 모두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99년 이후 세풍파동, 검찰 항명파동, 옷로비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이 터지면서 지지도가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50% 대를 웃돌았고,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도표1> 대통령과 민주당
그러나 2000년 4월 총선 이후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는 각자 ‘따로 놀게’ 된다. 대통령 지지도는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시점별 공과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적 실패 또는 혼선이 거듭되며 대통령 지지도 자체가 붕괴돼 가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여당 지지층이 정치적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게 된다.
쉽게 말하면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붕괴되면서, 야당 및 야당 지도자에 대한 지지층이 결집하고 이에 대응하여 여당 지지층은 대결주의적 정치적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표2> 민주당과 한나라당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통령 지지도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그 동안의 전망과 달리,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임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5년 단임제라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각종 게이트 기사가 매일 매일 신문지상을 도배하던 시점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반전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로 볼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의 '지지도 반전현상'과 관해 여러 해석이 분분하나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총재직 사퇴를 통해 정치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에 전념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입장이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다음으로는 최근 경기호전 전망이 등장하며, 주가가 상승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역시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최근 지지도 반전현상은 '탈정치' 노선과 '경제호전' 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지지도와 주가지수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으나, 이 연관성을 지표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매월 또는 격월로 발표되는 여론지표와 달리 주가는 단기간에도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 추이 또는 수준을 도표로 그려보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지지도와 주가지수의 관계에서 나름대로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도표3> 주가와 대통령 지지도
대체로 IMF 경제위기 극복이 국가적 최우선 현안이었던 취임 첫 해에는 주가와 대통령 지지도가 나름대로 비슷한 상승 또는 하락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정치적 악재가 연달아 터져 나오던 99년 초부터 2000년 초까지는 주가지수와 대통령 지지도는 상반된 추이를 보인다.
그러다 2000년 중반부터 대우사태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확산되고, 연말 유가파동으로 경제위기론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까지 주가 곡선과 대통령 지지도는 다시금 동반 상승 또는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 이후 경제위기설이 한층 수그러들고, 정치적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던 2001년 상반기부터 2001년 중반까지는 다시 주가와 대통령 지지도는 상이한 흐름을 보였고, 2001년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또 다시 주가와 대통령 지지도가 대체로 동반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 같은 추이를 분석해 볼 때, 대략 경제문제가 국가적 현안이 되고 관심이 고조될 때일수록 주가와 대통령 지지도가 동반추이를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위기설이 잠잠하고, 동시에 정치분쟁이 심해졌던 시기에는 각각 다른 추이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지난 해 하반기부터의 대통령 지지도, 민주당 지지도, 주가지수 추이를 비교하면 대체로 대통령 지지도와 주가지수가 비교적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대체로 상이한 패턴을 보이는 것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도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와의 지지도는 어떤 관계를 가질까?
<도표 4> 대통령과 이인제
여권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여 왔던 이인제 고문의 가상대결상 지지도만을 놓고 볼 때, 대략 작년 3월과 7월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도와 함께 동반 하락 추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1월에 들어서 대통령 지지도는 같은 해 7월에 비해 하락했으나 이인제 고문의 가상대결상 지지도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2월에 들어서는 대통령의 지지도는 다시 올라갔으나 이인제 후보의 지지도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고문의 이 같은 지지도는 민주당의 지지도와는 거의 일치하는 흐름을 보여 과거 대통령 지지도가 가졌던 정치적 의미를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통령 지지도는 여당의 지지도나 야당 및 이회창 총재의 지지도와는 상대적으로 관련이 약하고, 반면 주가추이 또는 경제상황과 더 유사한 흐름을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여론은 크게 보면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야당에 대한 지지와 민주당과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로 결집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여론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최근 각종 게이트가 터져 나올 때 이회창 총재의 가상대결상 지지도가 여당에 크게 앞서는 현상이 벌어지는 반면, 대통령 지지도는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각종 게이트에 대한 책임과 민심이반이 대통령보다는 '여당주자'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의 대통령 지지도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행정 또는 국정운영 지표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대통령 지지도는 경제, 남북관계 개선 등 정책분야의 공과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향후 성공 가능성은 '탈정치'와 '경제회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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