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이 정말 이루어질까?
최근 여당 일부에서 등장했던 ‘내각제를 고리로 한 신3당합당론’은 일단 수면 밑으로 잠복한 느낌이다. 그러나 정치권 곳곳에선 여전히 차기 대선에서의 기회를 노리며 다양한 이합집산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각종 '신당론'의 논거는 국민의 '변화욕구'이다. 즉 국민들이 현재의 여야구도로 대선이 치러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새로운 신당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K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이 '현 여야구도로 치러져야 한다'는 응답은 23.7%였던데 반해, '새로운 구도로 치러져야 한다'는 응답은 68.7%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작년 5월 '신당창당'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묻는 여론조사(문화일보-TNS 5월 조사)에서 '새로운 신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3.2%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 33.1%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난 결과와도 대략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로 볼 때 국민들이 현 여야 정치구도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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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개혁신당을 바란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떤 신당의 출현을 기대할까.
1월 1일 신년 SBS-TN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혁신당 지지'가 41.0%, '영남신당 지지' 5.1%, '3김이 직간접으로 관여한 신당'이 4.6%의 지지를 얻었다. 이 같은 결과는 보름 전에 있었던 KBS-TNS조사의 동일문항에서 신당출현 시 '개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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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3김 연합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의견을 별도로 질문했을 때(TNS자체조사, 2001년 11월), '3김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야합이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84.7%로 압도적이었으며, '역사적 과제인 지역감정을 해소할 것이므로 찬성하다'는 의견은 단지 12.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여론은 향후 정계개편에 있어 3김을 축으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이 냉담한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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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간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우리 국민의 민심은 ‘개혁적 신당’에 대한 지지이다.
신당의 출현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정치권에 등장했던 신당론들, 예컨대 최근 여권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3당 합당, 박근혜 의원이나 정몽준 의원을 축으로 하여 제기되는 영남신당 얘기가 아니다.
명분이 충분치 않은,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인위적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크다. 정계개편을 앞장서 제기하는 사람들은 ‘민심이 정계개편을 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들은 민심이 바라는 정계개편과는 반대의 방향에 서 있는 것이다.
***내각제도 정계개편 근거될 수 없어**
한편, 최근 여권 일부에서 3당 합당의 연결고리로 제기되던 '내각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 마디로 정치권의 내각제 논의는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한 참 떨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내각제와 관련한 여론지표를 추적해 보면 현 5년 단임제가 꾸준히 우위를 지키는 가운데 4년 중임제 여론이 점차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내각제의 경우는 2원 집정부제를 포함해서도 최근 2년여간 20%에 채 못 미치는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를 볼 때 내각제는 아직까지 신당 내지 합당을 위한 국민적 명분이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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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나와도 '이회창 대세론' 못 꺾어**
또한 현재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신당 논의들이 별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후보를 직접 대입하여 질문한 가상대결 구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초 중앙일보의 자체 여론조사에는 박근혜 부총재의 독자 출마를 가정한 설문이 포함됐다. 결과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46.0%, 민주당의 이인제 고문 30.6%, 신당의 박근혜 후보 20.3%의 지지를 얻어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3김이 연합하여 이인제 고문을 밀었을 경우 오히려 3김 지지가 없을 때보다도 이회창-이인제 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3김 연합 자체가 오히려 개혁적 성향을 가진 층의 지지를 약화시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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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개혁신당이 출현할 경우 대선구도엔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 이 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없다. 다만 한나라-민주 구도에 영남신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따로 독자 후보를 내는 구도를 상정한 조사결과가 있을 뿐이다.
결과는 ‘이회창 대세론’을 꺽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개혁신당이 등장한다고 해도 기존 민주당과 경쟁했을 때는 표가 양분되며 여당 지지표의 분할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림 6> 한나라-민주-영남신당-개혁신당 가상대결 구도
***아전인수격 민심해석, 정계개편 성공 못 해**
이것은 ‘개혁신당’ 지지층이 기존 민주당 지지층과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개혁신당 지지층을 분석해 보면 수도권, 광주/전라지역 및 20대와 30대, 대재 이상, 자영업자와 화이트칼라로 과거 민주당 지지층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또한 현 민주당 지지층에서 여야가 헤쳐 모인 개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현 여당인 민주당의 개혁적, 진보적 노선을 지지하던 국민들이 점차 이탈하면서 정계개편을 원하게 되고, ‘개혁신당’ 지지로 선회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이것이 정계개편을 바라는 민심의 중심이라면 최근 민주당 일각의 신3당합당 추진은 반대 방향이다. ‘정치판이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만 같을 뿐 신당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신당 필요성을 제기하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국민이 새로운 정치구도를 바라고 있다’거나, 내각제의 당위성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는 일반국민의 정서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또한 대선전략 차원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아전인수격 민심해석이며, 따라서 결국 성공 못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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