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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승리, '서민층' 결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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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승리, '서민층' 결집에 달렸다

<민심체크> 대선 승부처, '지역주의 대 계층주의'

노풍의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아직까지 이른 감이 있으나 노무현 지지도 상승현상을 들여다 보면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색다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그 정도와 시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등장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노무현 지지도 급상승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회창 전 총재와 노무현 고문의 지지도 격차가 약 1% 내로 좁혀진 3월 13일 SBS-문화일보 여론조사의 결과를, 2월 여론조사(SBS-문화일보 공동) 결과와 비교 분석해 보면 '영남 거주자', '서민적 특성층'에서부터 이른바 '노풍'이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2월 조사와 3월 조사간 노무현 지지도 변화]

***노풍 진원지-영남 거주자ㆍ시민층**

2월 조사에 비해 모든 지역, 계층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도가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높은 지지도 상승율을 보인 층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 거주자, 연령별로는 50대, 직업별로는 농림어업 종사자, 블루칼라, 주부, 학생층 등이다. 또 월 1백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중졸 이하의 저학력층에서도 지지도 상승이 컸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 급상승 현상을 분석할 때, 몇 가지 주의해 볼 점이 있다. 즉 '고정적 지지층'과 '지지 급상승층'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노무현 지지도가 타 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층은 일반적으로 '서울'과 '광주/전라'지역 거주자, '20대'와 '30대', '화이트칼라', '대재 이상' 학력 층이다. 노무현 고문이 이들의 지지를 토대로 노풍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갑작스러운 지지도 상승은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위에 열거한 특성은 전형적 '민주당' 지지층의 특성이며, 민주당의 타 후보 역시 이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도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3월 13일 대반전의 주역이 된 '노무현 지지 급상승층'은 위에서 열거한 영남지역 거주자와 서민층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모두 한달 전까지 한나라당과 이회창 전총재의 '고정 지지층'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노풍의 직접적 원인은 야당후보 고정지지층이 급속히 여당후보 지지층으로 이동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서민층의 이동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며, 구 여권 및 현 야당의 고정 지지층이었으며, 반공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나타났던 층이었다. 쉽게 말하면 '박정희 숭배층'이기도 하다.

***'호화 빌라' vs '상고 출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이회창 총재의 '호화빌라' 파문이 서민층의 반특권층 정서를 크게 자극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상고 출신'으로 가장 '서민적' 특성을 강하게 지닌 노무현 고문이 민주당 경선을 통해 주요 정당의 대선주자로 출마할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일종의 계층적 동질감을 느낀 서민층들의 급속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영남의 지지도 상승 역시 근본적으로 이들 '서민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도 상승에 기반했다고 본다. 여당의 또 다른 영남 출신 경선주자인 김중권씨나 야당의 영남 출신 경선주자인 최병렬씨가 여론조사상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무현 고문은 출신지역 때문에 이 지역에서 지지를 끌어 올렸다기보다는, '서민정서'를 바탕으로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 후보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주의 장벽을 상대적으로 쉽게 돌파할 수 있었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노 후보의 영남지역 지지율 상승을 설명할 주요인은 출신 지역이라기보다 '서민정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풍이 결과적으로 '진보적'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될 수 있는 점은 후보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서민층' 결집 또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Minor Group)'의 지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3월 13일 이후 여론조사에서 노 고문의 지지도 상승은 더욱 급격히 이루어져 현재 이회창 전 총재에 비해 15~20% 포인트 가량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가상대결상 양자 지지도간 반비례 현상이 뚜렷하다. 양자 대결 상황에서 무응답층 비율은 적은 반면, 지지층 이탈 후 '유동층화' 현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대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쪽의 지지도 수치 변화는 2배의 격차변화를 만들고 있다.

[최근 이회창 대 노무현 가상대결 지지도 추이]

최근 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서민층에서 상당 폭 지지도 상승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들 '서민층'을 포함한 '신규지지 유입층'은 다른 지역, 연령, 소득층 등에 비해 노무현 고문에 대한 지지도 자체가 높게 나타나는 '주지지층'은 아니다.

[시점별, 지역별 노무현 후보 지지도 변화추이]

영남지역은 초기에 상당한 지지도 상승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지도 수준 자체는 타 지역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회창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 축소현상이 나타난 4월 16일 연합뉴스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큰 하락 폭을 보였음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서울, 호남, 충청지역의 지지도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인천/경기의 지지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의 해석은 아직까지 뭐라 단정짓기는 힘들다. 다만, 인천/경기가 전통적으로 여권보다는 야권 지지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고, 특히 이 시점에 한나라당 경선이 인천에서 실시된 점도 생각해 볼 만하다. 참고로 최근 여야 각각의 경선이 실시되는 시점에 해당 지역의 결과가 '튀는' 경선파급효과가 여론조사에서 포착되고 있다.

***영남 민심 향배가 관건**

앞으로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최근 연합뉴스 조사에서 나타난 격차감소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조정국면이라고 가정하면, 향후 이슈나 정국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 바로 '영남지역'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지역주의라는 측면에서 영남지역은 노무현 고문에 분명 위협적인 지역이며, 현재 노무현 고문의 압도적 우세상황은 영남지역의 지지도 상황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만일 영남에서 이회창 총재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한다면 현재의 격차는 다시 급속히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작년 영남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여당의 영남후보'와 '야당의 비영남 후보' 중 여당의 영남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 폭 높게 나타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이 조사결과에 앞서 2001년 3월 동일질문에서는 '야당의 비영남후보'를 지지 하겠다는 응답이 43%, '여당의 영남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1%로 정반대의 상황이었던 것을 볼 때 이른바 '영남정서'는 아직 고정된 것이 아니며, 향후 정국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야당의 비영남 후보 대 여당의 영남후보 선호도]

노풍의 핵심 발원지로 볼 수 있는 영남 지역이 상황에 따른 지지도 편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는 것과 달리, 이른바 저학력, 고연령층 등 서민적 특성을 지닌 계층의 노무현 고문에 대한 지지도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고, 최근의 정국 상황 변화에도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반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시점별, 학력별 노무현 후보 지지도 변화추이]

학력별로 '중졸 이하'는 타 학력층에 비해 가장 낮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4개 조사에서 지속적 지지도 상승이 나타나 흥미를 끈다. 반면, 고졸 학력층의 경우 최근 조사에서 지지도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으며, 대재 이상에서도 역시 유의할 만한 지지도 감소가 나타났다. 대재 이상이 현 여권 지지성향이 강한 층이고, 중졸 이하는 우리 사회에서 서민적 특성을 강하게 가질 수 있는 층이라고 할 때, 고졸에서만 지지도 격차 및 최근 변동 폭이 큰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한편,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상 서민적 특성을 강하게 가지는 '고연령층'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 났다. 즉 30대와 40대의 경우 지지도 변화 폭이 컸던 데 반해, 20대에서는 거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절대적 수치로 봐서는 가장 지지도가 낮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는 유일하게 지지도 상승이 계속되었다. 30대와 40대에서 지지변동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30대와 40대가 전통적으로 각종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 경제/사회활동층'이기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시점별, 연령별 노무현 후보 지지도 변화추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요한 점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가 이들 고연령층이나 저학력층 등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점차 지지를 잃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에서 노풍은 일시적 현상이기보다는 '서민층' 결집과 같은 방향성을 가진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일정 수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즉 중졸이하, 또는 50대 이상과 같은 층은 지금껏 고정적 정치성향 또는 정당선호(party affiliation) 현상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이 같은 지속적 변화는 우리 정치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재 이상이나 30대와 40대와 같은 연령층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또는 한나라당 지지층이라고는 하나, 이들은 일반적으로 이슈나 정국상황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층이다. 30대의 경우, 작년 하반기 보선을 전후한 민주당의 위기국면에서 이미 대거 이탈했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을 중심으로 노풍 현상을 진보와 보수 구도로 해석하거나 정의하고 있다. 또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차기 정권의 진보, 보수노선 선호도 평가에서 '진보적 후보'에 대한 압도적 우세가 나타났다.

[차기 대통령 이념노선 선호도]

***수구ㆍ기득권적 보수 대 서민ㆍ중산층적 진보간의 대결**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이 같은 현상이 최근의 '노풍' 때문에 강화되었다는 해석은 가능할지언정, '노풍' 자체가 이를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이 같은 '진보' 입장에 대한 선호태도가 여론조사 상에서 포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7월에 이루어진 현 정권 대비 차기 집권정당의 이념적 노선 선호도에서 '현 정부 수준' 또는 '현 정부보다 진보적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했다.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할 때, 노풍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정서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촉매작용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그 동안 축적된 국민정서가 노무현 후보의 등장과 함께 일시에 분출되고, 극명하게 외연화 되었다는 것이다.

[현 정권 대비, 차기 집권정당 이념노선 선호도]

그러나 국민의 자기이념 평가에서는 이 같은 진보 선호현상과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진보성향 평가 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많은 국민은 자신의 정치, 사회적 이념을 '보수'라고 응답하고 있다.

특히, '보수'라는 평가는 대전/충청(53.0%), 부산/울산/경남(47.8%), 40대(55.7%), 50대 이상(55.7%), 중졸이하(58.0%), 주부(49.9%), 150만원 이하 저소득층(49.9%)에서 높게 나타난다. 야당 및 이 전총재의 고정지지층인 동시에, 최근 '노풍'의 주역인 '서민적 특성층'과 거의 일치하는 층에서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정치, 사회적 이념성향 자기평가]

바로 이 점에서 '노풍'을 정치권이나 언론, 학계 등 이른바 '식자' 층에서 얘기하는 이념적 진보 대 보수 구도로 해석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물론 위와 같은 간단한 자기 이념평가로 이념노선을 분석하기에는 불충분한 면이 많다. 그러나 여론지표상 나타나는 몇 가지 굵직한 흐름을 짚어봐도 적어도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서민층 또는 사회적 비주류 그룹이 진보적 이념이나 정파에 대해 정서적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그 동안의 경험적 자료를 고려하더라도 이들은 이념적 측면에서 반공주의적 '보수성향'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현재 여론조사 상에서 나타나는 우리 국민의 진보와 보수에 대한 접근은 '반공우익 보수'나 '사회주의적 진보'가 아닌 '수구기득 보수' 또는 '서민, 중산층적 진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결국 현재 '노풍'은 일단 '계층정치(class politics)'의 시작단계로 조심스럽게 가정해 볼 수는 있을지언정 본격적 '진보'와 '보수'노선의 갈등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본다. 물론 이들이 계층정서를 중심으로 향후 이념적으로 재편되고, 의식화 될 수 있을 것이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최근에 나타난 노풍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차기 대선이 '지역정서'와 '계층정서' 간의 사회적 헤게모니 투쟁양상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엿보인다. 이른바 '서민후보'인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등장을 통해 그동안 정치적 선택행위에서 전적으로 우위를 점하던 '지역주의' 담론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서민적 정서에 기반한 '계층주의'가 향후 우리 정치에서 부상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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