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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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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영화배우 김수로

싱글벙글이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일이 풀리지 않아 가슴 조렸던 시간들은 그저 옛 추억이 된 것 같다. 영화배우 김수로. 그의 심정이 지금 그렇다. 영화판에 들어온 지 10년을 넘어섰지만 이렇다 할 주연작이 없었던 탓에 최고의 조연으로 만족해야 했던 시절. 하지만 느긋하게 기다렸다. 연기를 쉴 때조차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영화만을 위해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흡혈형사 나도열>이다. 개봉전부터 '나도열 시리즈' 2편, 3편이 예고되고 있는 작품이다. "글쎄요. 많은 분들이 첫 주연작이란 말씀을 하시는데 단독 주연이라는 표현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역할 나누기 같아서…(웃음). 하지만 <투캅스>에서 경찰서 정문보초로 잠깐 스쳐갈 때와 지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배우죠." . 첫 주연작 <흡혈형사 나도열> 루마니아 산 흡혈 모기에 물려 흥분하면 흡혈귀가 되는 <흡혈형사 나도열>에서 그는 당연히 나도열로 출연한다. 유흥업소 단속이라도 나갈 때면 제일 먼저 설레발 치며 앞서나가지만 정작 뒤로 정보 흘리고 돈 챙기는 비리형사다. 어여쁜 애인과의 '썸딩'을 갈구하며 뒷골목 형님들과 주고받는 관계를 구축한 나도열은 흡혈 모기의 습격 이후 서서히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아간다.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과 자신의 삶을 위해 다시금 형사로서 초심을 되찾은 나도열은 흡혈귀가 된 후 지니게 된 괴력을 '슈퍼파워'라 뇌까리며 어두운 형님들과의 관계청산에 나선다.
"웃기는 김수로가 아닌 재미있는 나도열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죠. 첫 주연작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 촬영 회차가 많아질수록 확실하게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1년 반 정도 이소룡 형님의 절권도를 연습했는데 보시면 알겠지만 자세 나오잖아요(웃음)." 쇼 오락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와 박장대소를 이끌던 모습의 김수로를 기억한다면 나도열의 호탕함과 비장함 그리고 음탕함까지도 짐작이 가능하다. 첫 주연작이란 타이틀에 어울릴 만큼 극의 희로애락을 이끌며 전체 분량 중 98%에 모습을 드러낸 김수로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거론하며 새로운 한국형 히어로의 탄생을 선포한다. . 과유불급(過猶不及)형 히어로 김수로 물론 그가 선보인 히어로 나도열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카리스마나 섹시한 매력과는 거리가 있다. 성적으로 흥분해야 흡혈귀로 변한다는 설정도 그렇지만 여자친구에게 날리는 느끼한 작업성 멘트나 자신의 육체적 변화를 종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소주 한잔 털어 넣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나도열은 완벽함보다는 부족하지만 채우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관객들은 김수로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깎아놓은 듯한 외모나 냉철한 카리스마, 뛰어난 지성미를 갖춘 배우에게서는 오히려 쉽게 찾을 수 없는 수수함, '보통사람'의 이미지는 영화배우 김수로가 지닌 최고의 강점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철가방으로 출연했을 때는 "진짜 철가방 아니냐?"란 말을 들었고 <반칙왕>이나 <달마야 놀자>에 출연했을 땐 인터넷 상에 "전직이 의심스럽다"란 댓글이 붙기도 했다. 그뿐인가 <바람의 전설>에서 유부녀 울리는 제비로 김수로가 등장하자 제작사에는 "정말 영화에 제비가 출연한 것이냐?"란 질타성 메일이 도착하기도 했다. . 개런티, 3억원 대로 치솟다 김수로가 버라이어티쇼에 등장하면 시청률은 따놓은 당상이란 말이 방송가에서 나올 만큼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관객이 웃는 순간을 미리 예견하는 탁월한 코미디 감각은 <흡혈형사 나도열>에 이르러 만개한 분위기다. 1997년 청바지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후 줄곧 영화배우의 삶을 살아 온 그에게 개봉 전부터 속편을 예고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했던 버라이어티 쇼가 반응이 좋자 MC제의가 줄을 이었고 그로 인해 곧 주연시대가 올 것이란 소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를 놓고 준비하던 몇 편의 영화가 크랭크 인도 못하고 사라지는 등 상처를 입기도 했다. "주인공으로 나온다니까 개런티가 오르지 않았냐는 등 관심이 많으신데 덕분에 이런저런 고충도 많네요. 왜들 그렇게 돈을 꿔달라는지..(웃음)"
몇몇 언론매체를 통해 첫 데뷔 때보다 개런티가 1000배가 넘게 올랐다고 보도됐지만 김수로의 반응은 담담하고 솔직했다. <흡혈형사 나도열>에서 그가 받은 개런티는 약 3억 원. 이 정도면 충무로 톱배우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최익환(<여고괴담4:목소리>) 감독의 <라이프 이즈 쿨>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4월에는 <먼데이 드라이브>의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영화배우가 된 후 집안 빚도 청산하고 두 여동생 시집도 보냈다는 김수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탓에 목사님이 지어주신 수로('빼어난 길을 가라')란 이름을 본명(김상중)대신 쓰고 있기도 하다. 60대 이후 배우로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맞겠다는 신념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너의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죠. 네, 그래요!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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