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레만湖를 빛나게 한 거함, 올리버 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레만湖를 빛나게 한 거함, 올리버 칸

[독일월드컵 통신] "경기 못 뛰어도 獨대표팀은 내게 소중"

프랑스나 브라질에서는 스포츠팀의 감독을 각각 셀렉셔너(Sélectionneur)와 셀레써웅(Seleção)이라고 부른다.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뜻. 용인술을 비롯해 수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스포츠 감독의 특징을 아주 잘 포착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을 앞둔 각국의 축구 감독은 23명의 엔트리를 짜는 일부터 시작해 매일 중요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한 마디로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결정이 잘 못됐을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둔 감독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6년 월드컵을 안방에서 맞이하는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주 매우 중요한 결정 한 가지를 했고, 독일 언론들은 이 결정에 매우 큰 관심을 표명했다. 독일 FS 오스나브뤼크 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으면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열혈 팬인 전영민 씨가 이 '결정'을 지켜보면서 기고문을 보내왔다. 독일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이 어떻게 '후보'가 됐으며, 독일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의 이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전영민 씨의 글을 따라가면서 살펴보자. <편집자>

독일 대표팀의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은 2004년 9월 독일의 축구 전문지 <키커(Kicker)>와의 인터뷰에서 "올리버는 넘버 원이고, 레만은 넘버 투다. 레만은 올리버를 쫓는 도전자이며, 같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었다. 2년이 지나, 최근 이 말은 기정사실이 됐다.

지난 7일 독일 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은 다가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의 골문을 지킬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그 동안 독일 대표팀의 골문을 지켜온 올리버 칸(Oliver Kahn, 36, 바이에른 뮌헨) 이 아닌 옌스 레만(Jens Lehmann, 36, FC 아스날)을 선택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여파 때문인지, 다음 날 열린 분데스리가(Bundesliga) 바이에른 뮌헨과 베어더 브레멘 전이 열린 브레멘의 베저구장에서 칸은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렇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결정에 팀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뮌헨은 슈바인슈타이거가 자책골까지 헌납하며 라이벌 브레멘에게 이번 시즌 최다 골차이인 3대0으로 무너졌다. 또한 칸은 지난 주말 분데스리가 꼴찌 팀인 FC 쾰른과의 홈경기에서도 전반에만 결정적인 실수로 두 골을 내줬고, 하프타임에는 갈비뼈 부상을 이유로 교체되는 치욕을 당했다.

이를 바라보던 바이에른 뮌헨의 디터 회네스 단장은 "이 모든 일이 클린스만의 이해할 수 없는 부적절한 용인술 때문에 벌어졌다. 일찌감치 주전 골키퍼를 정하지 않고 끝없는 경쟁을 강요하면서 칸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안겼으며 결국 경기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클린스만 감독을 비난했다.

하지만 독일의 전설적인 골키퍼 토니 슈마허는 오래 전부터 대표팀 골문은 레만에게 넘어간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주장했다. 슈마허는 "골키퍼에게 단순히 골문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포백 수비진을 조율하고 리베로 역할까지 할 것을 요구하는 클린스만은 수비수 조율에서 칸보다는 레만이 한 수 위라고 평가했으며 레만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아르세날의 수비진을 잘 지휘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행을 뒷받침했다. 독일 대표팀 수비수들 역시 대부분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레만 같은 골키퍼가 더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독일 축구계를 좌지우지하는 바이에른 뮌헨의 엄청난 로비를 의식해 레만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줘 여론을 레만에게 유리하게 돌릴 심산이었고, 결국 칸의 결정적인 실수가 골키퍼 교체의 빌미가 된 것이다.

주전 골키퍼 교체 발표에 충격을 받았던 올리버 칸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혀 그의 대표팀 은퇴가 임박했다는 기사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올리버 칸은 10일 독일 언론을 통해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대표팀에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칸은 "내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더라도 대표팀은 나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우승을 위해 경쟁자인 레만을 적극 돕고 팀 우승에 꼭 이바지 하고 싶다"고 말해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올리버 칸의 이 한마디는 독일 대표팀을 똘똘 뭉치게 하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전 골키퍼가 된 레만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리버 칸은 레만 호(湖)에 떠 있는 외로운 '조각배(Kahn)' 신세가 된 게 아니라 레만 호를 더욱 빛내주는 '거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보도는 매일 독일의 신문, TV, 잡지 등에 오르내리는 이야기 거리다. 잘 알다시피, 대표팀의 월드컵 출전 선수명단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위임돼 있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 또한 감독에게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같이 독일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도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선견지명으로 독일의 영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