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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더 이상 '족집게 과외'로는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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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더 이상 '족집게 과외'로는 안 통한다

[프레시안 스포츠]조급함 버리고 장기 프로젝트 만들어야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 세 경기에서 1승 1무 1패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세 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내줘 어려운 경기를 풀어야 했고, 우리가 자랑했던 미드필더 진영도 중원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9개월 간 실시된 '족집게 과외'가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났던 스위스 전은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는 경기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강력한 공격 카드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당초 프랑스 전과는 달리 중원에서 스위스와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한국의 미드필드 플레이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을 줄 곳을 찾지 못한 채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전진 패스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상대 수비를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드리블에 이어지는 횡 패스로 일관했다. 가끔 조재진을 겨냥한 롱 패스만 전방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스위스 대부분의 선수들은 독일 등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 K리그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 실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는 의미다.
  
  물론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비효율적이었다. 패스를 받기 위한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우물쭈물 댈 수밖에 없었다. 한국 대표팀의 특장점인 좌우 측면 돌파도 깔끔한 크로스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한국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공을 따낸 뒤, 공격으로 연결을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스위스 수비진에 자주 막힌 셈이다. 반면 스위스는 빠르고 강한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고, 한국 선수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스위스의 패싱 게임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수비'였다. 개인기량이 달리는 한국이 유럽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허용하면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를 축으로 강력한 협력수비를 구사할 수 있는 파이브 백을 썼다. 실제로는 스리 백이지만 수비시에는 양 측면 미드필더(이영표, 송종국)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조별 예선에서 히딩크호가 미국 전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선제골을 내주지 않은 것은 히딩크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체력과 수비력 강화 프로젝트의 산물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독일 월드컵에 대비해 포백을 전면에 내세우는 수비 진용을 실험했고,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코엘류, 본프레레 체제를 거치면서 낭비한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는 오래 전부터 "히딩크 감독이 계속 한국 팀을 맡았다면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제일 먼저 무엇을 했겠느냐? 아마도 홍명보가 빠진 수비라인을 재구성하는 데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급조된 한국의 수비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유소년 축구에 투자한 결과 탄생한 스위스의 조직적인 공격을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표팀의 홍명보 코치는 24일 스위스 전이 끝난 뒤 "전술적으로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안 된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이 발전해야 한다. 이런 발전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선수들 간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 연결은 언뜻 보면 쉽게 생각되지만 사실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되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착실하게 쌓여진 기본기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는 분명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을 개최하며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 뒤 세계 축구계의 변방으로 밀려나간 팀들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느낀 뼈저린 교훈을 잊지 않고 착실히 준비해 나가면 오히려 16강 탈락이라는 성적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이제 손쉽게 쓸 수 있는 화학 조미료가 아닌 오래 묵은 장맛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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