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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검찰은 진정 '공익의 대변자'인가"

[기고]검찰의 '현대차 불법파견' 불기소 처분의 법리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적인 파견이냐 합법적인 도급이냐'의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검찰이 지난 3일 현대차가 파견법을 위반한 혐의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과 정반대의 검찰 결정 이후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명확한 판정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파견과 도급에 대한 분명한 기준 마련은 '노동부와 검찰의 인식의 차이'라는 정부기관 내 분열의 문제를 넘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수 많은 하청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기준에 대한 논쟁은 검찰의 발표라는 형식적 계기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프레시안>은 지난 5일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해 온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의 글을 실은 바 있다. 우 의원은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들을 토대로 검찰 발표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우 의원의 글 이후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의 장석대 변호사가 다시 이 문제와 관련된 글을 보내왔다.

장 변호사는 이번 검찰의 발표가 안고 있는 법률적 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향후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 마련을 통해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장 변호사의 글을 전문 소개한다. <편집자>
▲ 파견과 도급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선 현대차 울산 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일 울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현대자동차 파견법위반사건에 대하여 '혐의없음' 결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와 같은 '혐의없음' 결정의 이유로 "파견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① 파견사업주(하청업체)의 실체가 있어야 하고, ②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원청업체) 사이에 노무관리상 사용종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하청업체가 노무관리를 하고 있으므로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사이에 노무관리상 사용종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결정대로 이 사건이 파견관계가 아니라면 이는 도급관계이거나 도급유사관계라는 결론에 이르는데(실제로 현대차와 하청업체 간에는 명목상 도급계약이 체결되어 있다), 이는 파견 및 도급관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음과 같은 법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하청업체는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였을 뿐 독자적인 노무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간과했다. 기존에 노동부는 파견과 위장도급을 구별하는 기준(노동부 지침)으로 노무관리의 독립성 이외에 "수급인의 사업경영상의 독립성"도 추가해 판단해 왔다.

즉, 하청업체가 소요자금을 자기 책임 하에 조달·지급하거나, 자기책임과 부담으로 제공하는 기계, 설비, 기재와 자재를 상용하거나, 스스로의 기획 또는 전문적 기술 또는 경험에 따라 업무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도급으로 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파견으로 본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은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와 독립하여 도급받은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다시 말해 소속근로자들에 대한 노무관리를 해낼 진정한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업무지시·감독, 작업배치·결정권 행사 등 노무관리는 하청업체에서 이뤄지더라도 원청업체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하청업체들은 중간관리 역할만을 수행했음에도 형식에 집착한 검찰은 이런 점에 대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

둘째, 이 사건에서 업무의 특성상 도급은 불가능 하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작업공정(이른바 '포드시스템')은 다음 단계의 공정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각 공정들은 독립적일 수가 없고, 단 하나의 공정이라도 중단된다면 자동차의 완성은 불가능해 진다.

이런 점에서 일부 공정을 '도급'계약의 대상업무로 삼는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불가능하고 일부 공정만의 '일의 완성'도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포드시스템에서 도급인과 수급인의 사업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 수급인이 도급인과 독립해 일을 완성하는 도급은 개념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찰의 결론대로라면 이 사건은 도급관계라는 것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하는가? 검찰은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 조립업무의 특성상 현대차에서 작업표준서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도급인의 지시권에 포함되며, 하청업체 대표들의 직접적인 업무지시·감독권을 매개로 한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컨베이어 시스템의 특성상 작업표준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그 자체가 직접적인 업무지시·감독권일 뿐 이와 별도의 하청업체 대표들의 직접적인 업무지시·감독권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원·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혼재해 작업하는 점에 비추어도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셋째, 하청업체들은 현대차에 대해 종속된 지위에 불과할 뿐 독립된 도급사업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 이 사건 하청업체 및 그 대표들은 대부분 현대차의 전직 임직원이거나 관리자들이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자적인 물적자산이나 기술·경험등이 전무한 자들이다. 또한 현대차는 지침을 만들어 하청업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했고, 그 규모도 조절하여 오는 등 실질적으로 자신의 통제하에 둬 왔다.

넷째, 도급금액은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임금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하청근로자들의 임금은 현대차와 하청업체들 사이의 도급계약상 임율표에 의해 정해지고, 원청근로자들의 휴·파업 및 기타 조업시간단축으로 인해 하청근로자들이 정규근로를 채우지 못한 경우 하청근로자들의 임금지급기준 또한 현대차가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의 장석대 변호사. ⓒ프레시안

하청근로자들이 지급받는 수당 역시 그 지급기준 및 계산방법을 현대차가 결정해 하청업체들에 지침으로 통보하고, 하청업체들은 현대차의 기준에 입각하여 하청근로자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그리고 현대차는 하청업체가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까지 하청근로자의 임금에 포함시켜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하청근로자의 임금수준에 관해 하청업체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고, 단지 현대차의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정상적인 도급관계로 볼 수 없다.

검찰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이 사건 '혐의없음' 결정은 기존 검찰의 태도에 비춰 모순이다. 이 사건과 대동소이한 기륭전자 파견법위반사건, GM대우자동차 창원공장의 파견법위반사건 등에서 검찰은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한 바 있고, 현대차에서 하청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며 컨베이어 벨트를 세웠을 때, 이들을 현대차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청업체가 도급사업을 하고 있다면 하청근로자들의 파업은 하청업체에 대한 업무방해일 뿐 현대차에 대한 업무방해가 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현대차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걸어 오히려 현대차의 위치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이번 검찰 결정의 결론은 "대한민국에는 도급만이 존재할 뿐 불법파견은 없다"라는 것에 다름 아니며, 초국적 거대자본인 현대차그룹의 비인간적인 노동착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검찰이 진정 공익의 대변자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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