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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애견 생활? 암울한 '유기견'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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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애견 생활? 암울한 '유기견'의 현실

['프레시안'아 놀자!] 보호소 계류 기간 10일로 단축

<프레시안>이 곳곳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20대에게 지면을 개방합니다.

20대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기발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담긴 기사를 <프레시안>에 보내주십시오. 채택된 기사는 담당 기자의 토론과 함께 <프레시안>에 발행됩니다. 필요하다면 <프레시안> 기자와 한 팀을 이뤄 추가 취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선 본보기로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윤우리, 이효운 씨의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 기사는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의 지도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20대의 시선으로 본 세상 읽기가 <프레시안> 지면을 더욱더 돋보이게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사 보낼 곳 : bluesky@pressian.com) <편집자>

'사랑이'는 2살 된 시추 강아지다. 주인 강세라(28)씨를 만나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지만, 한 달 전만해도 사랑이는 떠돌이 유기견이였다. 인터뷰를 위해 강세라씨 집에 들어서자마자 사랑이가 달려 나왔다. 앞다리를 절뚝거리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만, 재롱을 떨며 품에 안기려 애를 썼다.

사랑이가 이집 식구가 된지 이제 한 달이다. 지난달 7일 잠실 신천 부근에서 서성이던 강아지를 발견한 강세라 씨는, 절뚝이는 다리 때문에 한눈에 유기견임을 알 수 있었다. 강씨는 절뚝거리며 자신을 계속 따라오는 사랑이가 안쓰러워 인근 병원으로 데리고 갔지만 병원에서는 "유기견을 보호해줄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강 씨는 결국 사랑이의 검사, 치료비와 미용비를 지불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 강세라 씨와 사랑이. ⓒ프레시안


그날 밤 강 씨는 인터넷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알아보고, 유기견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랑이 사진과 주운 곳, 특징 등을 올렸다. 그러던 중 뜻밖의 사실에 놀랐다. 보호소에 맡겨진 뒤 30일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다면 안락사 된다는 것. 인터넷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강 씨의 글에 '절대로 사랑이를 보호소에 맡기지 말라'며 '사정이 허락된다면 꼭 키워달라'고 댓글을 달았다.

강 씨는 "당시 아무 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보호소에 맡겼다면 지금쯤 사랑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더 추워지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같이 버려진 애완동물의 수는 점차 늘고 있다. 농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버려진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은 모두 6만1000여 마리. 이 중 유기견은 5만 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국 애완견 수는 260만 마리.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애완견과 사육견 수는 9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02년 294만8000마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3년 293만1000여 마리, 2004년 262만2000마리 2005년 255만3000마리 등으로 줄었다.

이처럼 애완견이 줄어드는 반면, 유기견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만7400마리였던 유기견은 2004년 약 3만8000마리로 2배를 훌쩍 넘어섰고 2005년엔 약 5만 마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입양된 사례는 6.2%, 주인 인도는 4.5%에 불과하다.

유기견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 223개 동물보호시설에 투입되는 관련 예산도 2005년 27억원에서 2006년에는 57억원, 올해 86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1마리당 평균 9만3000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이다.

김문갑 농림부 가축방역과 사무관은 "애완견을 구입해 기르다가도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병에 걸리거나 싫증이 나면 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유기견 수는 경기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증가하는 것은 '어려운 경제 환경'과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애완동물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애견협회 최지용 이사는 "애완동물 시장은 늘었지만 아직도 애완동물들을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족처럼 아끼던 개를 버리고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애완동물을 정말 가족같이 생각하고 평생 돌볼 자신이 없는 사람은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새 주인 못 찾으면 결국 안락사…보호 시한은 30일 뿐

유기견을 발견하면 보통 그냥 지나치거나 동물병원이나 동물구조관리협회 등에 위탁한다. 위탁받은 동물병원이나 보호소는 유기견을 1개월 동안 보호하며 우선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1개월이 지나면 희망자들에게 분양을 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에서 신고 된 유기견 1만4000여 마리 중, 주인이 찾아간 경우는 560마리, 희망자에게 분양된 경우는 480마리 정도였다. 분양되지 않은 유기견은 소유권이 시나 군으로 넘겨진다. 기증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안락사 후 소각 처리 된다. 전체 유기견의 80% 가량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안락사 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근육이완제의 농도를 높여 주사하는 것으로 1분이면 그 작업이 끝난다.

이런 유기견 안락사에 대한 찬반의견은 분분하다.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수단이다. 늘어나는 유기견을 그냥 보호하기에는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고, 경제적인 손실도 크다"는 것이 유기견 안락사 찬성론자들의 주된 입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유기견도 생명체다. 전염병에 걸렸거나 포악해져 사람을 무는 개, 크게 다친 개 등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즉각 안락사 시키는 것이 타당하지만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건강한 강아지를 도태시키는 것은 방향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펼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말뿐인 보호소 실제로는 '처리소'

유기견 보호소는 크게 사설과 시 위탁 시설로 나뉜다. 사설 보호소는 개인이 가진 땅에서 개들을 키우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의 경우, 개인이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가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유기견이 많아지면서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자 경기도 부천과 평택, 광명을 비롯한 11개 지방자치단체는 별도 예산을 들여 자체 유기견 보호소를 만들어 직영하고 있다. 실제로는 개인이나 동물병원이 위탁 관리하고 지자체에서는 안락사와 소각 비용 등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시 위탁 보호소도 각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위탁관리자를 찾기가 어려워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왔다.

제주시 유기견 보호소 같은 경우는 예산 부족으로 전용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개인 토지를 임대해 사용 중에 있다. 이 곳에서는 모든 유기동물에 대한 포획과 분양, 사후처리 까지 단 한명의 직원이 도맡아 하고 있다.

2005년 11월 4일 서울방송(SBS) <세븐 데이즈>를 통해 보도된 고양시의 시 위탁 유기견 보호소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좁은 견사에 갇혀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굶어 죽었던 개들의 모습이 방영됐다. 또 구청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빼돌리기 위해서 소각해야 할 사체를 무단으로 투기하고 유기견을 학대, 방치하거나 식용견 농장으로 넘기는 일부 보호소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이처럼 보호소의 낙후된 시설과 적은 예산에 따른 관리 소홀로 안락사 뿐 아니라 질병으로 생명을 잃는 유기견도 많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처리된 유기견 5만 663마리 중 8896마리가 질병으로 폐사했다.

일부 사설보호소에서는 안락사 시켜야 하는 유기견을 빼돌려 '보신탕' 집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 3월 26일 문화방송(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경기도의 한 개사육장에서 버려지는 개들이 도살을 당해 식용으로 팔려나가는 모습이 방송됐다.

2008년, 보호기간 30일에서 10일로

최근 동물보호법 중 논란으로 떠오른 조항이 있다. 유기동물 보호(계류) 기간에 관한 것이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의 보호 기간을 10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유기동물 보호 기간을 30일로 규정했던 것을 10일로 단축한 것. 10일 간 유기동물 공고를 내게 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동물의 소유권이 지자체장에 귀속돼 안락사 하게 된다.

계류기간 축소에 대한 내용이 점차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국회, 농림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계류기간 축소'에 대한 반대 글이 올라오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서는 '유기동물 안락사 기간단축 반대 서명운동'(☞바로가기)이 한창 진행 중이다. 25일 현재 1만 5350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 서명운동을 제안한 누리꾼 '제인할배' 씨는 "30일로 되어있는 유기동물(개)의 보호 후 안락사 기간이 2008년 1월27일 부터 10일로 단축된다"면서 '유기동물을 보호할 여러 제도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보호기간이 10일로 줄게 되면 그나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물을 보호 또는 입양할 수 있는 기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의 인터넷 커뮤니티 '냥이네'의 한 누리꾼은 '10일 계류 조치'에 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물건도 10일 보다 더 많은 기한을 둔다. 하다못해 생명을 가진 동물을 한 달을 보호해도 주인을 찾을까 말까였는데 10일로 줄여서 얼마나 주인을 찾아준다는 말인가. 과연 주인을 찾아줄 목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발했다.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하자'

계류기간 축소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사랑 모임이다. 회원 수가 3만 명에 가깝다. 유기 동물을 발견했을 때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방법, 버려진 동물을 임시 보호하거나 입양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줄 뿐 아니라 유기동물 구조의 기준과 수칙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회원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보호소로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후기를 남기고 이를 통해 버려진 개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동물을 위해 바자회를 열기도 한다. 회원들은 물품을 보내거나 봉사활동 참여, 일정액을 지원하는 형태로 후원한다.

이 커뮤니티의 회원, 한혜진 씨는 포천의 한 유기견 보호소로 자원봉사를 다녀온 후 "이렇게 예쁜 강아지들이 왜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버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해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유기견보호소'도 버려진 개의 실태와 관련소식, 보호소 봉사안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다. 버려진 개를 분양 · 입양하는 활동도 한다. 강아지가 실종됐을 때 지역 · 지방별로 실종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게시판이 별도로 마련돼 강아지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도 소식을 올릴 수 있다.

이 커뮤니티의 운영자 '희옥'이라는 누리꾼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들은 길거리를 방황하다 차에 치여 죽거나 사람의 발에 차이는 혐오동물로 전락한다"며 "열악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애견들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애견 1000만 시대'의 한국. 애견 사업규모가 2조 원을 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30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유기견들의 현실이 존재한다. 화려한 '애견문화' 뿐만 아니라 건전한 '애완문화'를 조성하는데 있어서도 신중한 생각이 필요한 때다.

담당 기자의 댓글…

'유기견 보호소'가 사실상 '유기견 처리소'가 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강세라 씨의 집을 찾아가 인터뷰를 한 것외에는 텔레비젼 프로그램 방영 내용,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등 기존의 정보를 요령 있게 정리한 기사라는 느낌입니다.

대학생다운 패기로 직접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현장 스케치를 하고 담당자와 짤막한 인터뷰를 해봤다면 훨씬 독자에게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현안인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보호기간이 10일로 줄어들었다는 문제에 좀더 천착해 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막연히 모든 문제를 보여주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기사보다 독자들에게 '문제는 바로 이것'이라고 제시해줄 수 있는 주제 의식을 갖춘 기사가 더 좋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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