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1987년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CFCs의 생산과 소비를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덕에 성층권의 오존층이 21세기 중반부터는 다시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 CFCs의 사례는 전 지구적인 환경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성공적인 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CFCs가 과연 오존층을 파괴하는지를 놓고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 지식의 불확실성과 화학 기업들의 조직적인 로비가 한몫했다. 그러나 화학기업들은 CFCs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였고, 환경단체와 국제사회는 이 대체 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각국 정부들이 CFCs를 규제하는 국제적 협약을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서 거의 묻지 않는 질문을 해본다. CFCs를 생산하던 노동자들은 어찌 되었을까? 이 이야기가 아름답게 끝나려면, CFCs를 만들던 노동자들은 화학 기업들이 새로 개발해낸 대체물질을 생산하는데 계속 종사하면서 그들의 생활과 공동체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못하다. 캐나다노총(CLC)에 의하면 CFCs를 애초에 만들던 공장은 폐쇄되었고, 새로운 대체 물질은 다른 공장에서 혹은 해외에서 생산되었다.
기업은 CFCs 노동자들에게 오존층 파괴에 대한 논란은 근거를 없는 것이라며 이 물질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있었다. 기업이 대체 물질의 생산과 공장 이전을 발표하기까지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CFCs를 만들던 노동자와 비슷한 운명을 보여주는 과거 사례는 더 있다. 자동차의 노킹 방지제로 널리 사용하던 테트라에틸납은 흡입하거나 피부에 흡수되었을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이 물질의 생산과 사용이 중단되면서 캐나다에서 2000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10년 후 이들의 처지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36%의 노동자가 여전히 실업 상태에 있었고 8%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또 23%는 예전의 일자리보다 더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었고, 25%만이 같거나 더 나은 임금의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상의 이야기가 과거의 이야기라면, 앞으로 다가올 이야기도 있다. 지난 150년간 지구의 온도는 0.74도(℃)가 상승했고 그 추세는 계속 되리라고 예측되고 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그 이유는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등이 대기 중에 축적돼 온실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이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에 직면해 온실가스를 감축해 이번 세기 동안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묶어두고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올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제15차 기후 변화협약 회의에서 각국이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목표치 설정을 두고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이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이다. 기후 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강력하게 강제된다면, 발전 산업,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 도로 교통 분야의 운송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한국의 데이터가 있다.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 번째로 설정하는 2013년의 포스트 교토 체제의 시점에, 2010년 대비해 이산화탄소를 5% 감축할 경우 국내 철강 산업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은 매해 905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산업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대 감축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으로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를 어림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기업들은(주로 대기업들이겠지만) 이런 부담을 감당할 만한 재정적·인적·정보 자원이 존재하겠지만, 이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들은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자신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다. OECD가 ILO와 함께 이와 관련된 국제적인 연구 조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유럽노총(ETUC)만이 2007년에 EU 25개국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낸 것이 전부다. 이 보고서는 유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EU 25개 국가의 철강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35만 개의 일자리 중 5만개의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어쩌면 딜레마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다. 지구를 지키느냐, 일자리를 지키느냐.
| ▲ 지구를 지킬 것인가, 직장을 지킬 것인가? '정의로운 전환'에 답이 있다. ⓒ프레시안 |
최근 들어 이런 딜레마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시도가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학이나 정책 분야에서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기술 개발·경제 운영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경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에 의해서 어느 정도 지지받고 있는 편이다.
환경단체와 노동조합은 사회운동의 전통 하에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적극 시도되고 있다.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미국의 블루-그린 동맹(Blue-Green Alliance)이나 네덜란드의 그린포슈어(Gree4sure)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환경 대 일자리'라는 대립적인 구도가 아니라, '환경과 일자리'라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논의는 '녹색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에너지와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생산과 소비의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로 전환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새로운 경제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녹색 일자리라고 명명할 수 있다. 녹색 일자리는 환경 피해를 줄이고 오염된 생태계를 복원하며 필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일자리이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태양광 판넬과 풍력발전기를 생산·설비하는 비교적 새로운 일자리부터, 상대적으로 위축된 대중교통 산업이나 건물 효율화 산업과 같은 기존의 일자리까지 다양할 수 있다. 이런 녹색 일자리를 위해서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포함하여 녹색 산업·녹색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 환경도 살릴 수 있으며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는 많은 연구들과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녹색 일자리가 꼭 양질의 일자리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된다. 동독 지역에서 발견되는 태양광 일자리는 낮은 임금의 열악한 작업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원 순환을 위한 재활용 산업은 한국에서도 열악한 노동 조건과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따라서 UNEP와 ILO 등은 녹색 일자리는 친환경 일자리이면서 동시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캐나다노총의 경우에는 아예 '좋은 녹색 일자리(good green job)'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다음의 문제는 새롭게 만들어진 녹색 일자리로 환경 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으로 축소되는 기존의 산업과 폐쇄되는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옮겨 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캐나다노총은 1999년에 이미 '환경 변화 하에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 일자리 정책은 정의로운 전환 정책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란, 환경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를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그러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대안의 모색 과정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CFCs 생산 노동자들의 사례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생산시설이 축소되거나 폐쇄될 경우에,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어야 하며 새로운 고용이 보장되고 수입 손실이 보상되어야 한다.
캐나다 노총은 이를 위해서 필요한 재원을 이산화탄소 배출에 부과하는 탄소세 혹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여 얻어지는 경매 수입에서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제노총(ITUC)뿐만 아니라, UNEP와 ILO 등의 국제기구에 의해서 폭넓게 수용되기 시작했다. 환경·기후 정책의 사회적 정의의 측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들의 참여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이나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참여가 어렵다는 판단에도 기반을 둔 것이다.
한국에서도 녹색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시작되고 있다. 또한 이를 중심으로 환경단체와 노동조합의 만남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탄소 회색 성장이라고 조롱받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 녹색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면서, 더 바람직하고 한국 사회에 적합한 녹색 경제·녹색 일자리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런 논의와 활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바로 가기)'가 8월 27일 공식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미 녹색 일자리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고, 여러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여러 연구를 의뢰받아 수행하고 있다. 지구를 살리면서도 사회적 정의도 실현하는데 미력하나마 노력할 예정이다. 관심을 부탁드린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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