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정안, 위험하다
지난 7월, 신문법 방송법 논의가 달궈지기 시작하자 민주당은 신문의 방송 인수 허용범위에 대해 두 가지 안을 냈습니다. 첫째, 보도를 제외한 준종합편성방송이라는 분류를 만들어 이것은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도 겸영할 수 있게 하고, 둘째,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인 일간신문에 대해서는 종합편성 주식 20% 소유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지나친 양보안입니다. 첫째, 연예오락프로그램에 김제동도 못 나오는 상황에서 보도만 제외하면 오락프로그램이든 다큐멘터리든 뭐든 조중동이 만들어도 괜찮다고 안심할 수 있나요? 조중동은 모든 유형의 프로그램에 걸쳐 그들의 편향된 논리를 심어나갈 것입니다. 준종합편성 겸영도 위험합니다.
둘째, 시장점유율 10% 미만인 신문만 허용하겠다고 하면 한겨레, 경향신문만 해당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2008년 여름과 같은 촛불시민들의 노력으로 조중동 시장점유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렸다고 칩시다. 그런 상황이 오지 못하리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 상황이 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때 이 조항은 거꾸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조중동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이 조항에 따라 종합편성 주식을 가질 수 있게 되면 그 때가서 다시 시장점유율 기준을 바꾸시겠습니까? 아니면 다시 주식 소유를 금지하시겠습니까? 법을 바꿀 때는 언제나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불편부당하게 시행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예 이종매체 융합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근거는 충분합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2006년에 이런 입장을 드러낸 결정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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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논의의 기준, 신문법 헌재 결정에서 찾아야
새삼스럽게, 미디어법 개정논의의 시발점이 된 헌법재판소 결정을 되짚어보아야겠습니다. 이에 따르면, 재논의 할 경우 개정할 부분은 매우 좁습니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06. 6. 29. 결정 2005헌마165등)은 신문법 15조 3항 가운데 오직 '신문 복수소유금지', 곧 일간신문 지배주주가 다른 일간신문의 지배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한 부분만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문법 15조 3항은 방송이 신문을 교차 소유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 부분은 판단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조선일보 등 신문사가 제기했기 때문에 방송 입장에서 신문 교차소유금지가 위헌인지 아닌지는 아예 판단하지 않은 것이지요. 다만, 이 점에 대한 헌법재판소 입장을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15조 3항 중 일간신문의 뉴스통신 교차소유 금지는 합헌이라고 했습니다. 15조 2항에서도, 이종매체 '겸영'금지는 합헌이라고 했습니다.
언론의 다양성 보장이 신문법 개정논의의 출발점
특히, 헌법불합치를 주장한 다수의견의 재판관들은 이렇게 씁니다. "이종 미디어 간의 융합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문과 지상파방송 간의 관계이다.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은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미디어 수단이므로 이 두 수단의 융합은 전체 언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것이 언론의 다양성 보장을 저해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간신문과 지상파 방송 간의 겸영금지가 언론의 다양성 보장과 아무런 실질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할 정도로 미디어 매체나 정보매체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겸영금지의 규제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 지속한다면 어느 정도로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의 미디어정책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신문법 개정논의의 출발점입니다. 신문의 지상파 겸영금지를 꼭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허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지금 상황이 일부나마 신문의 방송 소유를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 생각해봅시다.
우리 국민들이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신문에 의해 장악되기도 전에 방송은 권력에 의해 장악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라면 권력이 방송을 조금이라도 풀어놓는 것은 신문이 방송을 장악할 때일 것입니다. 권력의 방송 장악은 명백한 헌법과 방송법 위반이므로, 언론노동자도 시민도 헌법상 언론의 자유와 방송법상 방송의 독립성을 근거로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중동이 주주라고 나서 합법적으로 방송을 장악해 그 편향된 논조로 방송을 물들이면 그 때는 누구도 싸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다양성 보장'이 심각하게 무너질 상황입니다. 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과 언론노동자들이 추위도 더위도 참아가며 1년이 넘게 싸워온 것 아닙니까.
신문법 개정은 신문 복수소유금지만 풀면 될 일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부분, 곧 신문 복수소유금지 조항의 개정에 시한을 정한 것도 아닙니다. 국회가 개정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했습니다. 보통 헌법불합치결정에는 시한이 정해져있는데, 이렇게 넉넉히 시간을 준 이유가 있습니다. 결정문을 찬찬히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주된 이유로, 폐간할 처지에 있는 일간신문이 같은 처지의 다른 신문의 지배주주가 되거나 교육전문 특수 일간신문의 지배주주가 시너지 효과를 통한 생존전략을 위해 외국어 일간신문을 인수한다든지 해서, 한 신문이 다른 신문을 인수해 1개의 신문이라도 건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 금지할 이유가 없는데 15조 3항이 이를 모두 봉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신문 복수소유 금지조항은 개정해야겠으나 국회가 치밀하게 살펴서 복수소유의 허용기준과 범위를 정할 문제라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 헌재 결정을 빌미삼아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신문법과 방송법은 신문 복수소유 허용을 넘어서서 신문의 방송 인수까지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언론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독과점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정해야 할 부분은 일간신문의 지배주주가 다른 일간신문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서 신문의 복수소유를 허용하는 것뿐입니다. 이것만 하면 국회가 할 일은 다 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논의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넘어 신문의 방송 인수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로 번져갔고 민주당도 여기에 휩쓸려 버렸습니다.
질긴 싸움을 위해, 개정안을 철회하십시오
민주당에 요청드립니다. 권한쟁의심판사건 이후 신문법 방송법 폐지법률안도 내셨지만, 7월에 낸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겨서 재논의가 시작된다면 이 개정안이 한나라당과 사이에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신문법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 그대로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당론 발의한 이 개정안들을 철회하시기 바랍니다. 헌법재판소까지 다녀오는 어려운 과정을 겪었는데, 그 뒤에 다시 시작하자는 논의가 헌법재판소가 우려한 이종매체 융합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그 허용범위를 놓고 벌이는 것이 되어서는 너무 허탈하지 않습니까.
많은 국민들이 언론악법에 반대하고 민주당에 힘을 보태준 것도 허용범위를 좁히면 신문이 방송을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왕에 재논의를 요구하는 바에, 비율 조정하는 타협안을 유지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세 의원들께서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고통을 겪으며 여름 내내 거리에서 지금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애쓰는 이유가 그 타협안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허망하지 않습니까.
어려운 상황인 것,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언론악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의 잘못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악법의 문제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질긴 싸움을 시작해야한다면 원칙부터 단단히 합시다. 그래야 질기게 가서 끝내 언젠가는 제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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