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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의 뮤지컬프리즘 1] '컨택트'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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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의 뮤지컬프리즘 1] '컨택트'는 뮤지컬이다?!

[공연리뷰&프리뷰]

10년 전,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목격한 공연 '컨택트'는 경이로웠다. 클래식에서 재즈, 팝을 오가는 기존 음악 편집에 맞춰 대사 한마디 없이 춤을 추는 공연이 체홉의 연극보다, 스티븐 손더하임의 뮤지컬보다 더 선명한 주제와 풍자, 그리고 각 인물의 심리와 정서의 전달력으로 무장해 있었다. 1999년이 초연이었으니 그때로서는 공연 형식이 인간에게 충격과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모델이었다. 그리고 그 독특하고 새로운 공연은 세계적인 뮤지컬 어워즈인 토니상을 받으며 당당히 뮤지컬로 인정받았다.

▲ ⓒNewstage

'컨택트'의 독창성은 현실이라는 억압과 권태와 소외의 섬에서 고립된 현대인들의 내면을 춤이란 도구로 또 풍자란 방식으로 무대 위에 형상화한 데 있다. 결코 본질적으로 소통할 수 없는 인간들이 현실을 탈출하는 생존방법으로 선택한 공상과 상상을 통쾌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3개의 에피소드 중에 첫 번째 에피소드'Swing'에서 낭만파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림 한 장에 아크로바틱이란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그 시대 유럽 귀족들의 음탕한 성적 놀이를 천진스럽게 표현하는데 인간이란 원래 이래!라고 방점을 찍는 듯 보인다. 그러더니 두 번째 에피소드 'Did You Move?'에서 클래식발레로 무대를 소용돌이치며 자유의지를 불태우다가 결국 스스로의 목을 조르며 시대가 지나도 인간은 결국 이럴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런데 정말 이래야 될까? 라고 관객들을 의식케 만든다. 그리고 세 번째 에피소드 'Contact'에서 온 몸을 밀착해 스윙댄스로 끈적거리면서 하지만! 극장에 들어 왔으면 꿈을 꿔, 제발 소통하자고! 라고 동조를 구하는 듯하다.

▲ ⓒNewstage
'컨택트'의 또 다른 독창성은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춤을 통해서 외치는 그 확실한 주장이 대사와 노래보다도 더 완벽하게 구체적이라는 데 있다. 그 힘은 잘 나가는 여성 연출가 수잔 스트로만을 비롯한 모든 제작진과 실연자(무용수라고도 배우라고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대부분 뮤지컬배우였다.)가 자신들이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데서 나온다.
그리고 '컨택트'의 마지막 독창성은 저런 인간을 창조하다니 신은 존재해! 라고 감탄하게 했던 에피소드 3장에 등장하는 노란드레스 여인 자체였다. 자신이 전달해야 하는 것이 관능이란 옷을 걸친 자유라는 영혼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아는 듯이 춤추고 연기했다. 그 여인에 매료된 한국의 한 프로듀서는 분장실로 찾아 갔고 또 다른 프로듀서는 귀국 후 사무실 정면에 포스터를 걸고 그 여인을 바라보았단다. 그 '컨택트'를 지금 한국에서 공연 중이다.
신춘수프로듀서가 '컨택트'를 준비할 때부터 뮤지컬 전문가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드디어 한국에서!, 한국에서 될까?

다행히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내한 공연과 사랑하면 춤을 춰라,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을 통해서 댄스컬이란 장르가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고, 또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때이긴 하나 브로드웨이 쇼 콘셉트의 뮤지컬을 즐기고 친절하고 구체적인 상황 묘사와 대사에 익숙하고 근본적으로 서사적 구조를 선호하는 우리 관객들에게 '컨택트'는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Newstage
어쨌든 막은 올랐고 한국 관객들에게 '컨택트'를 선물한 신춘수프로듀서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몇 가지 소통의 문제는 있다. 소통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이 작품이 관객과 제대로 소통하기에는 LG아트센터라는 극장이 너무 크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자신을 뮤지컬배우라고 소개하는 농담을 즐기는 안무가 이란영은 큰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폭력적인 남편에게 억압당하는 여인의 원초적 갈망을 처절하게 표현하는데 현실과 상상을 절실하게 오가는 한 여인의 희로애락을 공감하기에 너무 먼 거리 때문에 자꾸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이란영의 춤을 감상하도록 한다. 또 에피소드 3장의 장현성은 유명해 질수록 고독해지고 삶의 지향점을 상실해 가는 한 CF감독의 혼돈된 자아를 섬세하게 잘 연기하고 있지만 작품 속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기에는 그에게 주어진 공간이 너무 휑한 듯 언뜻언뜻 어색하다. 마치 무대 대도구와 자신의 거리를 자각하는 것처럼. 그가 목을 매는 순간에 이 무대가 내게 너무 커서 불안해라고 외치는 듯 보인다. (하필 그의 첫 공연을 보았고 지금쯤 그는 오랜만에 서는 큰 무대에 적응해 있을 것이다.) 관객들이 섬세하게 계산된 그의 표정 연기와 일일이 소통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컨택트' 한국 공연의 최대 이슈는 발레리나 김주원의 출연인데 다소 부담스러웠을 노란 드레스 여인을 김주원 다운 우아한 관능으로 재창조해 냈다. 토슈즈를 벗어 던지고 스윙댄스를 경쾌하게 추는 인간 김주원의 무한한 재능과 자유기질이 무대를 압도했다. 그러나 결국 춤을 췄다. 그런데 사실 모든 출연진이 춤을 췄다. 출연진 대다수가 뮤지컬배우였음에도 춤을 췄다. 그럼으로써 춤이라는 몸의 언어를 통해 연기보다 더 섬세한 연기를 보여야만 하는 이 작품의 콘셉트에 완벽하게 도달하지 못했다. '컨택트'에 대한 제작진의 연구가 부실해 보인다. '컨택트'의 본질은 남겨두고 '컨택트'의 형식만 빌려온 건 아닐까? 소통을 외치는 작품이 결국 원작과 소통하지 못해 특히 이 작품의 묘미인 반전이 제대로 생동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택트'를 시도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도전은 신선하고 반갑다. 이런 소통의 시작이 언젠가는 마이클 와일리(장현성)가 강렬한 환상이었으며 포근한 현실인 노란드레스여인(김주원)에게 손을 내밀어 소통에 성공하는 것처럼 관객과의 행복한 소통에 이르는 통로이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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