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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과 예술, 불가분 관계
종잇조각보다 못하게 취급했던 작품이 알고 보니 황금알을 낳은 거위였다. 연극 '크리스토퍼 빈의 죽음'은 여기서 시작된다. 사후에 인정받는 작가가 어디 한둘이겠느냐 만은 살아서 겪었던 고충을 알게 되면 안쓰럽기 마련이다. 커피조차 마음껏 마시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이 이제는 커피공장을 차리고 남을 정도가 됐다. 예술도 시대의 흐름을 타기에 홀대받던 작품이 어느 순간 천정부지로 값이 솟구치기도 한다. 죽은 자야 말이 없다지만 남은 자는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연출한다. 작품은 이미 작품으로서 대우받기보다는 예술가의 분신 혹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번 비싸진 몸값은 내려올 줄 모른다.
- 속물과 위선이라는 탈을 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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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극을 이끄는 무대
무대는 단출하다. 소파, 카펫, 책상, 탁자 정도가 전부다. 더 화려할 필요도 없다.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만으로 무대를 꽉 메운다. 눈에 띄는 소품이 있다면, 애비의 자화상이다. 애비의 자화상은 모딜리아니 작품과 흡사하다. 거의 같다고 해도 좋을 만한 화풍과 모딜리아니와 그의 연인 잔느를 묘하게 닮은 크리스토퍼 빈과 애비다. 극심한 가난에서도 사랑했던 잔느와 모딜리아니처럼 이둘 역시 가난을 뛰어넘는 사랑을 나눈다. 돈에 이끌려 가는 인물들 사이에서 오로지 사랑만으로 먹고 사는 이가 애비와 수잔, 수잔의 연인 이자 크리스토퍼 빈의 제자 와렌이다. 돈 때문에 거짓에 거짓을 더하며 인간의 추악함으로 극을 가득 채울 때 이 세 명은 극을 환기시키며 숨통을 틔운다.
- 그래도 돈보다 사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작품 소유권에 대한 싸움도 서서히 끝이 난다. 돈에 눈이 멀어 크리스토퍼 빈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던 헤겟트도 진실한 마음의 애비 앞에선 무너진다. 억지스럽던 거짓말들이 한 번에 물거품이 되어 공중을 떠다닌다. 극에 푹 빠져 있던 관객은 한숨을 몰아쉬며 비로소 긴장을 푼다. 미술작품이라는 소재로 인간군상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던 연극은 막바지에 이르러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며 불편했던 관객의 마음을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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