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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볼을 타고 흐르는 공감, '친정엄마와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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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볼을 타고 흐르는 공감, '친정엄마와 2박3일'

자식을 가슴에 묻는 엄마, 두 눈에 엄마를 담아가는 딸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를 꼽으라면 엄마일 것이다. '엄마'라고 부르면 허공의 공기마저 따스하게 변한다. 나의 모든 허물을 덮어줄 것만 같은 '엄마'는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치고 힘든 나를 위로하고자 당신의 편의는 잠시 접어둔 채 그렇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내 뒤를 든든히 지켜준다. 한 그루의 튼튼한 나무와 같은 우리네 엄마는 자식 일이라면 뭐든 발 벗고 나선다. 그게 우리 엄마들의 사랑법이다. 내 새끼를 위한 일이라면 자기 한 몸 희생해서라도 해줘야 직성이 풀린다.

▲ ⓒNewstage

- 섬섬옥수 고운 손에 된장 냄새 배이고

하얗고 곱던 손은 온데간데없다. 집안일에 지친 손은 거칠어지고 로션냄새 대신 구수한 된장냄새가 묻어난다. 당신 손에 진 주름을 서글퍼 하지 않는다. 잘나지 못한 자신의 배 속에서 난 자식이 마냥 자랑스럽고 예쁘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은 포근한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다. 엄마의 품과 같은 무대 세트는 공감을 백배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여닫는 미닫이문, 널찍한 평상 그리고 마당 곳곳에 심어둔 나무까지 아늑함을 안겨준다. 그 아늑함과 어우러져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텅 빈 무대에 엄마의 절절한 사랑이 가득 채워진다. 엄마와 딸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배우는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호흡과 감정은 진실하며, 서로 어루만지는 손짓에서는 모녀지간의 사랑이 그득 묻어난다.

- 참 못된 딸, 참 착한 엄마

▲ ⓒNewstage
이 못된 딸은 엄마한테 "왜 날 낳았느냐고" 물어본다. 이 착한 엄마는 "엄마가 못나서 그러지, 잘난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엄마에게 왜 자기를 낳았느냐고 묻는 딸이나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엄마나 이별을 앞둔 모녀의 대화치고는 참 매정하다. 다정하고 따스한 말은 아니지만 둘의 대사에는 애틋함과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잔뜩 묻어난다. 투박한 말들로 포장된 언어는 보드라운 살갗으로 갈아입고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과장되지 않아 더 공감 간다. 관객 슬픔의 강약을 조절하며 서서히 헤어짐을 준비한다.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자 극은 이내 분위기를 바꾼다. 함께 사진을 찍는 모녀가 슬픈 것은 이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아는 관객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방울져 흐른다.

- 딸, 엄마 가슴속에 잠들다

내 배 아파서 나은 딸, 보고 싶어도 마음껏 얼굴도 보지 못했던 내 딸이 죽는단다. 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에 엄마는 딸에게 잘못했다고 빌어도 보고, 못 보낸다고 소리소리 질러도 본다. 그래도 가야 할 사람은 가는 법. 엄마의 아픈 속내를 뒤로하고 딸은 끝끝내 눈을 감는다. 어느 헤어짐이나 슬프겠지만 자식을 먼저 보내는 엄마의 마음에 비할 수 있을까. 엄마의 흐느낌과 동시에 객석은 눈물바다를 이룬다. 배우의 낮은 읊조림이 가슴에 콕 들어박혀 관객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배우의 슬픔과 관객의 슬픔은 하나 되어 얼굴을 축축이 적신다. 대극장 공연을 가득 메운 것은 두 배우의 호흡이다. 실제 모녀를 연상시키는 내밀한 심리묘사와 엄마 품에 꼭 안긴 모습은 마치 관객을 품에 품은 듯 마음이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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