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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작품은 자유다, 하태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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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에게 작품은 자유다, 하태형 작가

[人 스테이지]<183>물감과 그림으로 오늘의 나를 이야기 하다

작가하면 떠오르는 건 고집이다. 자기만의 색채를 붓끝에 담아 대중에게 감동 혹은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태형 작가에게는 자신만의 고집과 색깔이 분명하다. 어느 것과 섞여도 자신의 색을 또렷이 드러낸다. 그는 작품을 멋있게 꾸미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단지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구상을 즐긴다. 진정한 보헤미안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

▲ ⓒNewstage

- 크레파스 안에 자유로이 나를 펼치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는 작품 안에 시대성을 반영코자 한다. "시대성은 매우 중요해요. 무얼 하든 시대와 공유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표현이나 미래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지금을 표현하는 것이죠. 시공간은 별개가 아닌 하나입니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작가가 말하고픈 시대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자연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자유롭다. "전 완벽을 추구하지 않아요. 연습하듯이 작업해요. 농담처럼 작품을 가볍게 갈 수도 있어요. 전 그저 크레파스 안에 자유로이 나를 펼쳐두고 싶어요."

▲ ⓒNewstage
자유로움은 패턴을 거부하며 작품 속을 여유로이 거닌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작은 점마저 의도되지 않은 것은 없다. "저는 작품에서 의도된 우연성을 갖고자 해요. 선을 긋을 때 어떤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을지라도 그전에는 분명 작품을 그리겠다고 했으므로 그것은 의도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연을 과장한 계산된 터치이죠." 의도된 우연성 얼핏 보면 모순적이다. 허나 한발 더 다가서면 충분히 이해된다. 당시에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선은 작품을 그리는 도중에 나왔으므로 의도된 우연성인 것이다.

하태형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움을 깨뜨리지 않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일례로 이런 일이 있었다. 작가의 아들이 어릴 때였다. 어린 시절 아빠의 작업실에서 놀던 꼬마는 아빠가 공들여 작업한 그림 위를 신나게 걸어 다녔다. 꼬마는 그게 아빠의 작업인 줄 알 리 없다. 하지만 이 아빠는 그 작품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전시장에 내걸었다. 그 작품이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고 전시장에 비치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발자국 모양은 지워도 티가 나요. 수정 작업에서 되려 작품이 훼손될까 그냥 뒀죠. 자연스러움이 깨지면 안 되죠."

- 모든 것을 담아낸 그을음, 작품이 되다

▲ ⓒNewstage
자연스러움이 최우선시되는 그의 작품에는 자연이 담겼다. 이번 전시는 갯벌 전시의 일환이다. "갯벌 작업을 십여 년간 해왔어요. 뻘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우리가 버린 것들이 흘러 흘러 바다로 가 뻘이 되요. 버려진 것은 갯벌에서 다시 살아나요. 갯벌에는 이렇듯 생존이 존재해요. 전 뻘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준다고 믿어요." 그의 모든 작업의 사상적인 배경은 뻘이다. 그만큼 그에게 뻘은 생명이 꿈틀대는 곳이자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그의 작품이 남다른 이유는 재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그의 작품은 그을음이 주재료다. "검은 것은 물감이 아니라 굴뚝 청소하면 나오는 그을음이에요. 여러 색을 섞으면 결국 검은색이 되죠. 다른 것과 섞이며 탁해지지만 모든 것을 품으면 검은색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어요. 제가 그을음을 고집하는 데는 우리가 살고자 불을 지퍼서 때우고 난 찌꺼기가 재로 남아 그을음이 되잖아요. 그을음은 흔적이에요. 또한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고자 도구를 사용했고 그 중 가장 널리 이용했던 것이 쇳가루입니다. 그래서 쇳가루로도 그림을 그리죠. 쇳가루로 그림을 그리면 빨갛게 나오기도 쥐색으로 나오기도 하죠. 물에 풀어낸 시간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죠. 계산하면서 작업을 하지만 그것이 마르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 없어요." 그을음과 쇳가루를 사용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자연을 덧입힌 그의 작품은 날씨에 따라 그 색이 변한다. 날씨가 흐리거나 습도가 올라가면 빨간색이 짙어지거나 흐려진다. 그게 하태형 작가의 작품의 매력이다. 시간이 갈수록 작품의 색이 서서히 변한다. 작품의 색은 날씨와 기온에 따라 변할지 몰라도 하태형 작가가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하는 시대성은 변치 않았다. "제가 갖고자 또 누리고자 하는 것은 예술 철학이나 사상이 아닌 편하게 친구랑 대화하는 듯 작품을 바라보는 게 저의 시각이에요. 전 물감과 그림으로 오늘의 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이 아닌 오늘의 자신을 작품에 담아낸다는 하태형 작가의 작품은 윤당아트홀 윤당갤러리에서 오는 11월 2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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