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무용 리뷰] 명성황후의 치욕스런 죽음의 한, 무대를 뒤덮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무용 리뷰] 명성황후의 치욕스런 죽음의 한, 무대를 뒤덮다

'2010 대한민국 무용대상' 경연부문 본선진출작 '명성황후'

국수호 디딤무용단은 명성황후의 한스러운 일생을 실감 나게 살려냈다. 서슬퍼런 칼과 총 앞에 흐드러진 육신은 정혜진 안무가의 몸짓으로 살갗을 입고, 감정을 풍만케 하는 음악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짓에서 조선조 최대 비극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재현됐다. 관객은 무대 위 펼쳐진 명성황후의 춤사위에 아픈 역사를 되새겼다. '명성황후'는 안무가의 거장이라 불리는 국수호의 안무로 되살아났다. 드넓은 무대는 명성황후의 기품과 고귀한 자태로 꽉 메워졌다.

▲ ⓒNewstage

숨막힐 듯한 위용을 드러낸 명성황후

▲ ⓒNewstage
그녀의 몸짓에는 조선 시대의 아픔, 한 나라 왕비로서의 위용이 전해졌다. 손끝을 살짝 들어 눈시울을 훔치던 동작에선 마음을 저미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명성황후의 동작은 꼿꼿했으며 동시에 부드럽고 품격 있다. 조선 시대 왕비의 자태를 그대로 살려낸 정혜진 안무가의 몸짓은 감탄을 자아냈다. 비운의 왕비 명성황후의 움직임에서는 슬픔이 흘러넘친다. 우아하게 하늘거리는 손, 슬픔으로 몸부림칠 때 살랑거리는 치맛자락은 한국적인 미를 더하며 명성황후의 기품을 내비쳤다. 명성황후의 올곧은 몸짓과 사뿐한 걸음걸이로 무대에는 기구한 역사의 한이 일렁인다. 명성황후의 고통은 음악을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애절한 음악은 심장을 옥죄고 무대 위 펼쳐진 슬픔에 생명을 부여한다.

슬픔, 무대 위 내려앉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조선의 비통한 내일은 파랗고 어두컴컴한 조명으로 표현된다. 무대를 밝히는 조명은 밝음 대신 어둠으로 빛났다. 푸른 조명은 슬픔과 우울을 암시했으며, 간혹 비치던 보라색 조명은 명성황후의 죽음을 암시한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은 의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명성황후의 의상은 멋스러웠고 품위 있는 그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왕비로서의 위엄을 부여했다. 곡선의 미를 살린 한복의 섬세함이 명성황후를 더욱 부각시켰다. 일본군사가 날뛰자 객석은 요동쳤다. 휙휙 날아든 일본 무사는 이윽고 명성황후를 찾아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날이 선 칼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명성황후는 눈부셨으며 한 국가의 국모다운 자태를 뽐냈다. 명성황후의 몸은 피로 흥건해지고 숨은 가빠졌다. 흐려지는 영혼을 붙든 채 이를 악물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내보였다. 높은 공간의 지지대 위에 쓰러진 명성황후의 팔은 힘을 잃고 허공을 향해 널려 있다. 반짝이던 눈망울은 고이 감긴 채 한스러웠던 이승에서의 이별을 고한다.

스러져 있는 명성황후의 위치는 왕비의 위엄을 나타낸다. 명성황후 밑으로 나인과 신하들이 늘어서서 그녀의 승하를 애도한다. 왕비를 잃은 참담함으로 얼룩진 그들의 얼굴에는 왕비를 잃은 신하이자 백성의 아픔이 묻어난다. 2시간가량 진행된 무용 '명성황후'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재조명하며 관객을 조선 시대로 초대했다. 한국의 종묘제례악과 어우러진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관객의 슬픔을 극대화하며 명성황후의 죽음을 위로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