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tage |
숨막힐 듯한 위용을 드러낸 명성황후
▲ ⓒNewstage |
슬픔, 무대 위 내려앉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조선의 비통한 내일은 파랗고 어두컴컴한 조명으로 표현된다. 무대를 밝히는 조명은 밝음 대신 어둠으로 빛났다. 푸른 조명은 슬픔과 우울을 암시했으며, 간혹 비치던 보라색 조명은 명성황후의 죽음을 암시한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은 의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명성황후의 의상은 멋스러웠고 품위 있는 그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왕비로서의 위엄을 부여했다. 곡선의 미를 살린 한복의 섬세함이 명성황후를 더욱 부각시켰다. 일본군사가 날뛰자 객석은 요동쳤다. 휙휙 날아든 일본 무사는 이윽고 명성황후를 찾아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날이 선 칼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명성황후는 눈부셨으며 한 국가의 국모다운 자태를 뽐냈다. 명성황후의 몸은 피로 흥건해지고 숨은 가빠졌다. 흐려지는 영혼을 붙든 채 이를 악물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내보였다. 높은 공간의 지지대 위에 쓰러진 명성황후의 팔은 힘을 잃고 허공을 향해 널려 있다. 반짝이던 눈망울은 고이 감긴 채 한스러웠던 이승에서의 이별을 고한다.
스러져 있는 명성황후의 위치는 왕비의 위엄을 나타낸다. 명성황후 밑으로 나인과 신하들이 늘어서서 그녀의 승하를 애도한다. 왕비를 잃은 참담함으로 얼룩진 그들의 얼굴에는 왕비를 잃은 신하이자 백성의 아픔이 묻어난다. 2시간가량 진행된 무용 '명성황후'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재조명하며 관객을 조선 시대로 초대했다. 한국의 종묘제례악과 어우러진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관객의 슬픔을 극대화하며 명성황후의 죽음을 위로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