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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서 있는 민둥머리 남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보아하니 뭔가 불안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은 말이 없다. 둘의 모습을 봤을 때 여인은 남자를 도닥여가며 그의 그늘이 되어줄 것만 같다. 그 옆에 선 젊은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불만이 있는 것도 같다. 여자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서 있는 세 명의 여자는 뭔가 겸연쩍은 듯한 동시에 유쾌하지 못한 분위기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다섯 명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가 있다. 청년은 목조건물에 척 하니 걸터앉아 여유롭게 이들을 관찰하고 있다. 다섯 명을 내려다보고 있다기보다는 그의 시야에 다섯 명이 들어왔다는 게 옳을지 모른다. 목조건물 골목길에 서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무뚝뚝한 표정의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포스터 오른쪽 상단의 박스에는 공연 정보가 오밀조밀 적혀있다. 박스 속에 쏙쏙 들어가 앉은 단어들은 정갈함을 더해주는 동시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박스 속 텍스트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11 한일공동제작 연극'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함께 연극을 만들었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1969년 일본 간사이지방의 조선인 부락의 한켠에 자리한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태평양 전쟁에서 한 팔을 잃은 용길은 두 딸과 함께 정착해 지금의 부인과 만나 살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 오지만 빈곤과 차별의 그늘 아래 고단한 일상은 변함없다. 이 작품은 지속적인 빈곤과 차별에도 때로는 눈물겹게 때로는 경쾌하게 펼쳐지는 용길이네 가족의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그려낸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의 연출 정의신은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떠오르고 있다. 재일교포 2세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적이고 서정인 자신만의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2008년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일 양국의 연극상을 휩쓸었다. 한일 양국에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오는 3월 9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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