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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캔디처럼,
차라리 흘러간 세월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을 두 노인은 눈물 대신 웃음으로 자신들의 슬픔을 전한다. 웃음에 스며든 눈물의 알싸한 맛이 관객을 마음을 헤집는다. 하지만 두 늙은 도둑의 슬픔은 오래가지 않는다. 분위기가 조금 처진다 싶으면 벌떡 일어나 지르박 한 번 땡기고, 그래도 우울감이 가시지 않으면 백억을 머금고 있는 금고를 보며 기분을 달랜다. 십수 년을 감옥에서 보낸 둘의 시간은 정지된 듯하다. 그럼에도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굳어버려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었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늘어놓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고는 치기 어린 청춘의 풋내 나는 과거뿐이다. 청춘의 날들을 떠올리는 두 노인의 얼굴에서는 쓸쓸하지만 설렘이 묻어난다.
더 늙은 도둑과 덜 늙은 도둑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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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관객을 밀고 당기다
웃는다 싶으면 어느새 쓸쓸함이 감돈다. 침울함으로 객석이 축 처져 있으면 금세 웃음을 내뿜게 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그곳은 공연장 전체가 '그분의 미술관'이다. 도둑은 미술관 구석구석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컴컴한 미술관 내부 덕에 마음이 느긋해진 관객이 조금이라도 '딴짓'을 할라치면 두 도둑이 눈앞에 바짝 다가와 관객을 긴장시킨다. 관객의 시선은 오로지 두 늙은 도둑에게 고정되어 있다. 관객의 시선을 앗아가는 것은 도둑의 앙상블 외에는 없다. 그들의 나지막한 읊조림과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모든 감각이 집중된다.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행인과 수사관
그냥 길을 지나갔으면 아무도 기억 못 했을 행인을 관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킨 것은 개 짖는 소리다. 개 짖는 소리는 잊을 만하면 들려오지만 행인이 등장할 때의 그 소리는 가히 가공할 만하다. 행인 역시 보통이 아니다. 매일 보는 사이임에도 자신만 보면 짖는 개에게 야속한 심정을 토로한다. 그 모습이 가관이다. 술에 취해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그가 개와 대화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큰 웃음을 제공한다. 연극 '늘근도둑이야기'의 숨은 양념은 행인뿐만이 아니다. 수사관 역시 두 도둑의 미래를 쥐락펴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수사관의 등장으로 극은 속도를 내며 긴장과 재미 사이를 정신없이 오간다.
연극은 지루할 틈이 없다. 웃음, 긴장, 쓸쓸함 이 주된 3가지 감정 외에도 다양한 감정이 무대 위를 떠다니며 쉴 새 없이 분위기를 바꾼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장면이 반복됨에도 극이 무게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두 도둑의 탄탄한 호흡에 있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잘 짜여진 두 늙은 도둑의 호흡은 관객의 마음을 공연 내내 단단히 매어둔다. 늙은 도둑의 멋들어진 앙상블은 오는 7월 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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