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파블로프의 개가 되다
▲ ⓒNewstage |
우울과 외로움에 휩싸여 있던 남자의 파멸이 예고된 거였다면 일상의 평화로움에 젖어 있던 피터의 파멸은 예상 밖의 이야기다.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남자와 귀여운 두 딸,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는 피터의 파멸은 대조를 이룬다. 남자의 파멸이 자의적이었다면 피터의 파멸은 자신의 비극인 동시에 관객과 피터 가족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모든 의사결정은 남자에게만 있다. 피터는 그의 이야기에 따라 짖고 발버둥치며 거침없이 소리 지른다. 무대 위는 두 남자가 아닌 조종하는 자와 조종당하는 자만 남았다. 남자가 우르르 뱉어낸 언어는 결국 피터를 지배하고 잠식시킨다. 힘없이 무너진 피터가 안쓰럽거나 놀랍지 않은 건 남자의 이야기를 듣던 관객 역시 그의 이야기에 길들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이야기는 피터를 물론 객석을 통째로 꿀꺽 집어삼킨다.
- 두 남자의 호흡을 끊는 이야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내뿜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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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해 보이는 나무그네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던 피터는 한순간 인생의 끝자락으로 밀려난다. 발밑에 더덕더덕 붙어 떨어지지 않던 소금처럼 남자의 말은 그의 몸 구석구석 붙어 그를 옥죈다. 여유롭게 웃으며 피터 주위를 서성이던 그는 결국 피터의 숨을 움켜쥔 채 희열을 맛본다. 관객이 피터와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건 피터와 남자가 자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며 때로는 극심한 공허함을 앓는 것처럼. 이야기가 두 남자를 잠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둘을 몰락게 했던 것은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던 외로움과 물질의 빈곤에 있다. 연극 'The Zoo Story'는 젊은 창작자의 다양한 실험을 만나볼 수 있는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의 '그 작가의 실험실'에 참여한 작품이다. 지난 2월 17일부터 1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관객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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