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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경제 민주화? 진정성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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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 진정성 의심스럽다

[기고] 각 당 경제민주화 정책의 진정성과 실현가능성

대선을 앞두고 각 캠프에서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라는 말이 무성한 것에 반해 각 캠프가 내놓는 방안에 진정성이 담겼는지, 실현 가능성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출간하는 <계간 민주> 5호(10월호)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이 전 원장은 현재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 달여의 시차가 있는 글이지만, 각 캠프의 경제 민주화 방안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이기에 게재한다. <편집자>

박근혜 후보 측의 경제민주화 마케팅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팔아서' 톡톡히 재미를 봤고, 적어도 대선까지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을 테니 연말 대선까지는 계속 우려먹지 않겠는가. 표장사가 되는 한 우려먹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우려먹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민주통합당의 실책과 새누리당의 교묘한 전술에 말려 선거 마케팅에서 새누리당에 기선을 제압당하고 이슈를 뺏기다시피 하기는 했지만 사실 경제민주화는 총선을 겨냥해서 민주통합당이 만들어낸 정책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특위'를 구성해서 수개월간의 작업을 하였고, 이를 근거로 경제민주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경제민주화특위의 정책보고서 내용이 밑에 깔려 있으니 선거공약으로서는 드물게 구체적인 세부 정책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내용상으로 매우 충실한 공약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슈를 채 가면서 그야말로 재주는 민주통합당이 넘고 재미는 새누리당이 본 셈이 되었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 보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별 내용도 없는데 그렇게 됐으니 더욱 분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은 곰처럼 미련했고, 새누리당은 여우처럼 약삭빨랐다.

민주통합당은 자기들이 진짜고 새누리당은 가짜('짝퉁')라고 한다. 국민들이 "자연미인과 성형미인"을 구별해줬으면 하고 있다. 과연 그러면 각 당은 국민들에게 어떤 경제민주화 정책을 약속하고 있는가. 이에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해보실 수 있도록 각 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의 내용과 진정성, 실현가능성들을 비교해서 보여드리고자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정책들이 많지도 않지만 그동안의 논의 내용과 각 당의 논의과정 등을 종합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경제민주화는 복합적인 이슈로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정의를 달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핵심은 재벌개혁 문제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평가의 대상에 포함하였다. 안철수 원장이 정당의 후보는 아니지만 최근 공식 출마 선언을 하였고 또 국민 대다수가 그를 유력한 대선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하에서 경제민주화가 왜 이슈가 되었는지, 경제민주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선 간단히 살펴보고, 이를 기준으로 각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평가한다.

경제민주화, 왜 이슈가 되었나

작년 여름 민주통합당이 헌법 제119조 2항에서 이름을 빌려 경제민주화특위를 구성하고 정책 작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런 면에서 민주통합당에 약간의 점수를 주기는 해야겠지만, 경제민주화가 이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된 것은 민주통합당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시대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경제민주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욱 극심해진 승자독식 경제구조, 재벌대기업에만 더욱 유리한 편파적 규제완화, 1%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부자감세, 왜곡된 시장만능주의 경제정책 등으로 중소기업과 서민·중산층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소위 이명박의 '7·4·7' 정책으로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졌다. 국민 모두 함께 잘사는 것이 아니라 1%가 더 잘살기 위해서 99%가 희생되었고, 0.1% 재벌대기업이 더 잘되기 위해서 99.9%, 300만 중소기업·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희생되었다.

재벌기업에 엄청난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중소기업, 자영업, 노동자, 농민 등 상대적 약자들이 희망을 갖기 힘든 경제구조가 되었다. 재벌들은 순환출자, 연쇄출자 등 가공자본을 만드는 방법으로 지배력을 뻥튀기하여 경제력 집중과 계열확장을 심화시켰다. 10대 재벌의 경우 재벌총수들은 순환출자 방법을 통해 1.1%의 개인지분으로 53.5%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행해진 무분별한 업종 확장과 재벌가 자녀들의 경쟁적인 소비성 사업 진출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고 자영업자들의 생활터전인 골목상권까지 침범함으로써 특히 서민·중산층에게 극심한 해를 끼쳤으며,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재벌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하도급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단가후려치기, 기술탈취, 대금 늑장지급, 부당한 주문끊기 등)가 심해져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고, 담합 등 부당공동행위가 빈발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심해졌다.

재벌 회장, 자녀, 조카 등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및 사적 지배력 강화, 변칙 대물림을 위한 재벌계열사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로 회사 및 다른 주주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되었고 탈세도 만연하였다. 모 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2010년 말 현재 지배주주 일가 192명이 얻은 부의 증가액은 총 10조원이고, 평균 수익률은 75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수익률 4901%, 2.2조원), 정몽구(8266%, 1.5조원) 부자는 도합 3.7조원의 수익을 올렸고, 현재 회사 돈 횡령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2조원, 200배의 수익을 올리는 등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웬만한 중산층 월급쟁이만 돼도 평균 20~30%의 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이들 재벌 회장들은 소득세나 상속세도 거의 내지 않으면서 그만큼의 부를 축적했다니 이 사회가 불공정해도 너무 불공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속된 말로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서 중소기업, 영세상인, 서민들은 배곯아 죽을 지경인데 재벌 일가는 배 터져 죽을 판이 되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재벌감세, 부자감세만 해주면서 재벌들 편만 드니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들은 기댈 곳마저 없어졌다. 어려운 경제 사정은 더 이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불안해지기만 하였다. 우리 사회는 국민 대다수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고, 경제적 약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장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제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경제영역에서 정의 구현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되었다.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경제민주화는 워낙 포괄적인 개념이라 보는 이의 입장이나 관점,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보편적인 다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경제체제에 민주적 통제를 가함으로써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체제가 정상적으로 구축·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승자독식(=재벌독식)과 강자지배(=재벌지배)의 낡은 질서가 지배하는 시장만능주의 경제를 공평과 정의가 지배하는 경제로 전환하는 일이 경제민주화다.

우리나라의 현 경제모델은 박정희식 개발독재(재벌중심) 모델의 잔재 위에 시장만능주의식 모델이 합해진 재벌독재, 재벌만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으로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는 재벌독재 시장만능주의 모델을 극복하여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 모델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본에 의한 국가의 통제'를 끝내고 '국가에 의한 자본의 통제'를 회복함으로써 민주적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말하는 민주적 자본주의(democratic capitalism), 즉 '자본주의에 대한 시민의 통제'가 이루어진 사회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약자가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막고, 경제적 약자라 하더라도 공정하게 경쟁하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경제를 만드는 일이다. 소수가 특권을 가지고 시장을 독점하고 좌우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 누구나 경제 주체로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는 경제, 즉 공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제민주화는 '1%만 잘 사는 경제'를 '함께 잘 사는' 경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의 정의로 보나, 경제민주화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경제적·시대적 환경으로 보나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일 수밖에 없다. 불공정거래, 경제 양극화의 정점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지배확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분배상의 정의, 노동시장 민주화, 교육기회 또는 신분상승 기회의 균등, 조세의 형평성과 정의, 금융민주화 등도 경제민주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지만, 이것들도 상당부분이 재벌문제와 맞물려 있다.

▲박근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 서둘러 만든 정치광고 카피

지난 연말 집권 여당은 절체절명의 존립위기를 맞아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꾼다, 로고를 바꾸고 색깔도 빨간색으로 바꾼다, 경제민주화를 정강 정책에 포함한다 하는 등 부산을 떨며 포장과 화장은 잘했고, 그 결과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아직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라고 할 만한 정책을 별로 발표한 것이 없다. 최근에도 출마선언을 할 때, 후보 수락연설을 할 때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말뿐이다. 정치 마케팅의 광고효과는 극대화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총선 이후에는 없다.

그나마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공약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내부거래 조사강화 및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일감몰아주기 방지방안), 집단소송제도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부당 하도급 방지방안), 중소기업 적합업종 강화(중소업종 진출 방지방안), 대형유통사의 중소도시 진입 5년간 금지(소형 유통업자 보호),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행위 제한(영세 사업자 보호방안)이 전부다. 총선 이후 박 후보가 밝힌 새로운 내용이라야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재도입, 지주회사규제 강화 등 재벌개혁에 관한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는 금산분리 강화에 대해서도 의사표명을 정확히 안 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후보는 재벌의 불공정거래행위 등 행태규제만으로도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서인지 모르지만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몇몇 분야, 즉 표가 되는 몇몇 분야에 국한해서 대증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을 뿐이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내용이 없다. 다만 새누리당 내의 개혁파가 주축이 되어 만든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논의하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상당히 개혁적인 내용도 담고 있으며, 일부는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된 것도 있다. 그러나 실현여부는 현 상태에서 매우 불투명하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의견은 당 차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닐 뿐 아니라 새누리당 내의 반대도 적지 않고, 박근혜 후보도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잘해야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비판 1 :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곁가지만 치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고, 개혁해야 할 재벌문제의 핵심은 재벌들의 끝 모르는 경제력 집중과 무분별한 지배확장에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연못에 '30마리 고래'가 꽉 들이차 몸집을 불리니 작은 물고기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깔려 죽기도 하는 등 제대로 클 수 없는 경제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중소기업의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무분별한 지배확장을 시정하려면 계열사 자금을 이용한 출자를 억제해야 하고 그 핵심수단이 바로 순환출자규제와 출자총액제한제도, 그리고 지주회사제도 강화이다. 순환출자규제는 100% 가공자본을 막기 위한 수단이고,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지주회사제도 강화는 피라미드형의 과도한 연쇄출자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박 후보는 "순환출자 경우는 가공자본을 만들어서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하면 재벌들이 해체되어 큰일이 난다는 주장인데, 이는 재벌들과 보수언론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재벌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부당하게 쌓은 과도한 기득권이 문제의 핵심인데 이를 모두 인정해주고 털끝 하나 안 건드리겠다는 것이니 재벌문제의 본질적 부분은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질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그 부작용"만" 해소하겠다고 하니 이는 재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현상유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본질적 치유 없이 대증적인 미봉책만으로도 재벌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재벌의 기득권을 확실히 지켜주고 자신이 집권하더라도 재임 중에는 잘해야 현상유지만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박근혜식 재벌개혁이고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라면 이는 재벌들에게 기득권을 모두 인정해줄 테니 소나기 피해가듯 당분간만 좀 자제하고 협조해달라고 구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재벌의 불공정거래, 부당행위를 막겠다는 박 후보의 약속은 또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비판 2 : 잘못된 경제인식에 근거한 경제민주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5.16, 유신, 인혁당 사건,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등에 대한 박 후보의 일련의 발언은 의식 있는 민주시민의 공분을 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자격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5.16 군사반란이나 유신쿠데타에 대해 "그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내가 그때에 지도자였다면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까" 생각해야 한다면서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거나 그에 대한 판단은 "역사의 몫"이라고 하였다. 대한민국 사법사에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는 오만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 정도로 생각했던 박정희 독재정권 당시를 연상케 하는 소름끼치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자신의 역사인식에 대한 언론, 지식인, 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과거 말고 미래를 얘기하자", "'이게 잘못됐다'고 얘기하다보면 계속 과거로만 가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는 개인의 내면적 의식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표로서 그러한 왜곡된 인식이 외적 행위로 반복해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는 현재이고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솔한 반성 없이 '바람직한 미래'가 오겠는가. 더욱이 단순히 일개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민주주의 헌정질서와 법치를 부정하고 역사를 자기중심적으로 다시 쓰려고 하는 제왕적 발상과 그러한 왜곡된 내면적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 사람에게 국가를 맡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근혜 후보의 잘못된 경제인식도 문제다. 예를 들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이 지극히 왜곡되어 있어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실체와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는 2007년 경선 당시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를 세운다) 공약에 대한 비판을 받자, "줄푸세와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철학이 같다"면서 "감세는 세율을 낮추자는 것인데 현 정부에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대상으로 실현했고, '푸'와 '세'는 규제를 풀고 법치를 세운다는 것인데 (지금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정직하지 않다. '줄'은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와 부자감세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푸'는 재벌대기업에 유리한 규제완화였으며, '세'는 파업 통제 등 노동조합을 겨냥한 것임을 박 후보가 모를까? 박 후보의 설명은 '줄푸세'와 경제민주화에 관한 실로 엄청난 인식의 왜곡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특히 박 후보의 '푸'에는 재벌의 은행 소유제한 완화도 포함되어 있다. 은행의 재벌지배를 허용하는 것도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하는가? 박 후보는 역사를 자기 편하게 자기중심적으로 다시 쓰려는 경향을 경제민주화에 대한 해석에서도 보이고 있다.

박 후보 본인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이 확실치 않을 뿐 아니라 왜곡되어 있고, 또 그 안에 구체적인 내용도 없으니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같은 당의 원내대표마저도 "정체불명"이라고 할 정도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마케팅은 화려하게 잘하고 있지만, 과연 박 후보가 진짜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한다면 경제민주화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비판 3 : 기득권집단의 덫에 걸려 실천이 불투명

경제민주화가 절실한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은 단순히 1%의 소수에 국가의 부와 소득이 집중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특권 기득권층의 호혜적 연합에 의해 소득과 부의 양극화 구조가 우리 사회에 고착되고 있어 99%는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이러한 기득권 세력 간의 연합, 즉 우리 사회의 특권카르텔을 깨는 개혁이 같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특권카르텔의 정점에는 재벌들이 있다. 재벌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재벌 체제를 비호하는 관료, 언론, 사법집단, 보수 지식층, 보수 정치세력 등을 한데 묶어 보수집단의 기득권 카르텔을 공고히 구축하고 국가전반에 걸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보수주의 운동의 아교는 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 곳곳을 적시면서 돌아다니는 재벌의 돈은 이들 다양한 보수집단들로 하여금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하고 있다. 돈맛에 취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재벌을 위해 "지적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보수 관료·정치인 집단은 재벌에 포획되어 정부가 재벌에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으며, 보수언론은 재벌의 광고비에 의해 실질적으로 재벌에 매수되어 재벌들의 입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재벌의 돈 앞에 사법정의가 마비되어 재벌들이 법 위에 군림하는 행태가 빈번해졌다.

보수화된 우리나라의 관료·정치가·언론·사법집단은 그동안의 행태를 보건대 공기로서 지위를 망각하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하였다. 이들 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우리 경제의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는 경제민주화를 수행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의 특성상 기득권집단과의 유대가 긴밀하고, 그 내부에 재벌이익에 충실한 정치가들이 많이 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책임자인 김종인 위원장이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과 당내 고위인사들을 지칭하며 재벌과의 특수한 인연을 지적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박근혜 후보는 정치쇄신을 하겠다고는 하나 관료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우리 사회의 특권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말은 아직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들을 개혁하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비판 4 : 실행할 사람 없는 경제민주화 정책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책임자인 김종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에는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실천할 사람이 없다고 여러 번 불평한 바 있다. 이해하고 실천할 사람은커녕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만 많은 것 같다.

박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고 지금은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대선까지 이어갈 수는 없다"고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의 최측근은 그것이 마케팅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실토한 셈이다.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라는 높은 중책을 맡은 이한구 의원은 최근 공개적으로 "정체불명인 경제민주화가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비판하였고,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정서적 불구자"라고 반박한 바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자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찬반 두 진영의 대표격인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에 차이가 없다고 밝혀,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박영선 의원은 최근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에 특정재벌그룹과 인연이 있는 인사가 다수 포진했음을 지적한 후 박 후보가 "지금까지 외친 경제민주화가 말뿐이거나 그 실적이 미미한 것", 그리고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토론을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자세'라고 경고성 발언을 한 것"들이 모두 재벌의 집요한 로비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친재벌 성향이나 재벌그룹의 과거 행태에 비추어 짐작해보건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도 주춤하는 분위기인 모양이다. 경제민주화를 이해하고 실천에 옮길 사람들을 충원하기는커녕 그나마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민주화를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의원들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문재인 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 내용은 풍부, 재벌·기득권집단 저항 극복이 관건

▲ 문재인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에 비해 내용도 풍부하고 훨씬 더 구체적이다. 민주통합당이 작년 여름부터 '경제민주화특위'를 구성해 작업한 내용을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발표했고,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로서 당연히 이를 이어받을 것이고 여기에 덧붙여 추가적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민주통합당이 지난 7월에 발의한 9개 경제민주화 법률안에서 중요한 것만 보면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제도 강화, 금산분리 강화(은행소유지분 한도 하향조정 및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금지), 재벌계열사 법인 간 수입배당금에 대한 과세(속칭 재벌세), 재벌범죄 사면 제한, 담합 및 부당내부거래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부당하도급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이 있다.

문 후보는 지난 7월말 '문재인의 경제민주화 구상(1)'에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 후 경선으로 인해 발표가 일시 중단되었지만 이제 경선이 끝났으니 앞으로 연속해서 분야별로 경제민주화 정책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좀 더 지켜보고 있으면 구체적인 정책방안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최종 평가는 정책방안들이 모두 발표된 뒤에야 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새누리당과 비교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박 후보는 곁가지 치기에 그치는데 비해 문 후보는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지 않고 있다. 한 예를 들면, 문 후보의 방안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유예기간을 주고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토록 하고 있다. 행태규제만이 아니라 필요하면 구조적 교정책도 실시해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지배력 확장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부당하도급거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실효성 있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대폭 강화하였다. 둘째, 박 후보 측은 기득권 구조, 즉 특권카르텔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수차에 걸쳐 "특권과 불평등"의 특권카르텔을 혁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권카르텔을 개혁하지 않고는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하다. 셋째, 박 후보 측에서는 내부에서 많은 파열음을 내는 등 경제민주화 실천의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이는 반면, 문 후보는 "공평과 정의가 나라의 근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경제분야에서 공평과 정의를 구현"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강한 실천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박 후보의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용도 풍부하고, 진정성과 실천의지도 더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집행 가능성과 일관성이다. 박 후보 측과 새누리당은 전통적으로 재벌을 포함한 보수기득권 집단과 이해를 같이하기 때문에 이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왔고, 따라서 박 후보 측의 문제는 이러한 기득권집단의 덫에 갇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문 후보 측의 문제는 이들 기득권집단 연합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강력한 저항을 받다보면 타협하게 되고 그렇다보면 일관성을 잃기 쉽게 된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가 이런 저항을 극복하고 경제민주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추진전략, 국민들의 설득 등이 정책 그 자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 미완의 정책이나 문제인식 정확하고 내용 풍부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안철수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경제 양극화는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고, 그 정점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벌구조 개혁의 해법으로는 재벌의 위법행위 방지, 독점과 담합에 대한 피해보상 강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집중지원, 지배구조 개선, 정부의 불공정행위 감시자 역할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순환출자금지(유예기간 주되 단호히 철폐), 금산분리 강화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과거에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점을 감안해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위해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 전체가 동시에 개혁되어야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벌들은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 등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안 후보는 행정개혁, 사법개혁, 노사개혁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후보가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바를 종합하면, 첫째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문제인식은 매우 정확하고, 둘째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그가 내놓은 것들은 비록 잘 다듬어진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모범답안에 준하는 것으로서 내용상 문재인 후보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셋째, 그의 진정성이나 실천의지도 현재 상태로는 달리 의심할 큰 이유가 없다.

다만 한두 가지 우려되는 바는 우선 그가 출마 회견에서 "민주통합당은 재벌지배구조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점과 출마회견 때 소개된 그의 최측근 경제브레인이 친재벌 '모피아'로 평가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재벌의 시장행태만을 규제해도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박근혜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노회한 친재벌 '모피아'를 써서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다. 그가 경제민주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 과연 진심인지, 그리고 진정 실천의지가 있는지 우려를 야기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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