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현재 23기의 핵발전소가 있어, 한국은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로 핵발전소가밀집된 나라다. 한적한 곳에 세워진 다른 나라와 달리, 30킬로미터 이내에 수십만 명에서 3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여, 한 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안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통제한다"는 모순을 전제로 세워지는 건축물이다. 일본이 행정적이고 기술적인 대비 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핵 안전 신화'의 주역이었음에도 후쿠시마 핵 재앙을 맞았다. 이로써 사람들은 원자로가 아니라 핵 폐기물의 냉각 장치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에도 핵발전소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상태에 놓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쿠시마 이후 외적 요인에 의한 치명적인 핵 재앙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후쿠시마 핵 재앙은 체르노빌이나 스리마일 섬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로 다가온다.
| ▲ 위조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핵발전소 1·2호기. ⓒ연합뉴스 |
더구나 한국은 핵발전소 비리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년간 다양한 유형의 납품 비리가 있었고, 중고 부품이나 불량 부품들이 핵발전소에 사용되었다. 그런 와중에 700회에 이르는 고장 사건이 있었고, 드러날 때까지는 대부분이 은폐되었다. 게다가 고리 1호기는 4년 전 수명이 만료되었으나 10년 수명 연장이 결정되어 현재 가동 중이고, 월성 1호기는 수명 연장 심사 중이다. 후쿠시마에서 총 10기의 핵발전소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한 것은 모두 폭발하였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핵발전소가 밀집된 동해안과 경상도는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2006년 울진 등 국내 4개 핵발전소 단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후 <핵발전소 부지 최대 지진력 평가 연구>를 발행하여, 6.2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삼국사기>에는 100여 건, <조선왕조실록>에는 1000여 건의 지진 기록이 있으며, 그 중 경상도에서 일어난 것이 300여 건에 이른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혜공왕 15년(779년)에 경주에 지진이 일어나 민가가 무너지고 100여 명 이상의 주민이 죽었다("京都地震, 壞民屋, 死者百餘人"). 기상학자들은 이 지진을 진도 9 이상으로 추정한다. 지진이 나지 않더라도 해상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동해안을 덮칠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바로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재연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핵 마피아들은 자신들은 핵 사고로부터 안전한 곳에 살면서 핵발전소 비리나 사고를 은폐하며 핵발전소 사고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이들에 둘러싸여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았듯,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반경 30킬로미터 안의 생명은 모두 죽음에 이르며, 그 땅은 수만 년 동안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고 또 그 방사성 물질은 전 세계로 확산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의인 열 명만 있으면 된다. 정부는 핵발전소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여 비리의 근원부터 발본색원해야 하며, 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만적인 핵발전소 정책을 폐기하고 친환경 재생 가능 에너지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지역 중심의 재생 가능 에너지나 생태 지향적인 발전소를 지어 지역 단위로 전력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바로 이 땅이 언제든 소돔과 고모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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