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그리고 KT&G상상마당는 지난 2011년 여름 프레시안 강의실에서 <고교생을 위한 철학·사회과학 강좌>를 연 데 이어 12월 27일부터 2012년 2월 1일까지는 서울과 논산 상상마당에서 '18세를 위한 철학 캠프'를 진행한 바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에 진행되는 이 강좌는 오는 8월 3-5일 3번째 행사를(☞바로 가기) 앞두고 있다.
이번 철학캠프를 보다 알차게 진행하기 위해 지난 겨울방학 철학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체험담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 60여 명의 참여 학생 중 캠프 수강 후기 공모에서 수상을 한 3명의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어떻게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철학 캠프를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또 고교생 철학캠프에서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는 걸까.
첫 행사부터 철학캠프를 기획해온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김성우 교수(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3명의 학생들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 대화의 전문을 지면에 옮긴다. <편집자>
김성우 교수 : 반갑습니다, 여러분. 먼저 여러분 자신을 각자 철학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 ▲ 정다은 ⓒ프레시안(최형락) |
이명주 : 일반적인 소개가 아니라 철학적으로 저를 표현하자니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철학에 초점을 맞춘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철학자가 우리와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을 탐구하고 있고, 또한 철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다면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철학자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경기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앞으로 경제학과에 진학해서 세계적인 금융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워너비 이코노미스트'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경제 스터디나 모의 주식투자활동, 경제 좌담회 등 경제를 공부하는 활동에 중점을 둔 동아리입니다.
이병록 : 저는 남대전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병록입니다. 철학 캠프 중 가장 인상적인 강의가 김성우 교수님의 <'나'인 '나'를 찾아가는 사색 기행>이라는 수업이었습니다. 평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세상에서 소외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EBS의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처럼 세상에서 잊히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방송 PD나 기자 같은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어요. 그 꿈을 위해서 지금은 편집부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편파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김성우 교수 : 자신을 '철학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 대답을 잘해주었어요. 이렇게 생각의 길을 다듬다보면 삶의 길이 보이기도 하는 거겠지요. 어쩌면 이렇게 길을 묻고 길을 찾아가는 게 철학적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자, 그러면 모두 철학 캠프에 참가하기 전에 기대한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이병록 ⓒ프레시안(최형락) |
이명주 : 저 역시도 강의 외에 토론이나 학생들 간에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물론 철학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고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철학을 접했는데, 그때 든 생각이 나의 꿈이나 진로를 정할 때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이번 철학 캠프는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내 꿈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제 자체가 인생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었던 첫 번째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다은 : 저는 오히려 교수님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철학 캠프는 책을 읽고 나서 강연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혼자 책을 읽을 때 제가 생각한 해석과 교수님들의 해석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어요. 특히 카프카의 <변신>을 다룬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변신>의 마지막에 주인공 그레고리가 죽고 나서 가족들이 기차를 타고 하루 동안 소풍을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 장면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어요. 물론 그레고리가 죽은 건 슬픈 일이지만 괴물로 변한 그레고리 옆에서 가족들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교수님 말씀 중에는 가족들이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거예요. 그 부분에서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김성우 교수 : 그러한 생각을 확장시키면 정다은 학생만의 새로운 해석이 탄생할 수도 있겠지요. 모두 이번 철학 공부를 통해서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군요. 그렇다면 시야를 좀 더 넓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철학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나와 세상은 분리된 것이 아니니까요.
정다은 : 저는 지금 제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 전체를 봤을 때는 문제가 상당히 많죠. 특히 우리 사회 리더들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잖아요.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전투 능력이 뛰어나야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저희들과 같은 학생들에게 마땅히 존경받아야할 위치에 있는 분들을 존경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문제인 것 같아요.
| ▲ 이명주 ⓒ프레시안(최형락) |
정다은 : 저도 얼마 전 한국교원협회에서 교원들의 권위를 주장하는 기사를 읽었어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선생님들의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말하는 글이었어요. 그 기사를 보면서 교육계와 정치계는 분리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엮이는 것이 과연 옳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한국교원협회의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병록 :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교내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소한 것들을 쉽게 지나치는 분위기가 문제인 것 같아요. 환경 문제로 눈을 돌려 보자면, 요즘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급식도 많이 남기고 환경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습관으로부터 시작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우리 교육은 입시에만 매달리고 그런 교육은 하지도 않고 있어요. 저는 제일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도 그렇고 학교도 마찬가지로 인성교육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다은 :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진정으로 학생 입장에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단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성우 교수 : 세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귀결이 되네요. 사실 우리 사회가 너무 급급한 문제에만 골몰해 있기 때문에 더 넓은 세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는 못하고 있지요.
이병록 : 저는 중학교 때 캐나다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종차별을 많이 경험했어요. 영어를 잘 못하니까 캐나다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차별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 다문화 가정이 많이 생기다 보니 주변에서도 외국인 부모님을 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친구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놀리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데, 그러한 교육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요.
김성우 교수 : 그렇다면 지금까지 짚어본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철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철학은 대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지요.
정다은 : 저는 생각의 방향을 조금 달리하는 것 자체도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정작 그 속에 있는 우리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에게 익숙한 환경이니까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관점을 달리 하거나 조금 멀찍이서 바라봐서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즉,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죠.
이명주 : 그것에서 더 나아가 철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철학은 옛 선현들의 생각이 담겨 있는 학문이니까요.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옛 선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이병록 : 저는 철학이 일상의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평소 무관심했던 것, 혹은 쉽게 잊고 지나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주죠. 그래서 저는 이번 캠프를 통해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세상에 알리고,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 ▲ 김성우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정다은 : 철학 캠프는 무척 좋았지만 서울에서 강의를 들을 때는 시간이 촉박했어요. 강의가 끝나면 급하게 지하철을 타러 가야 했으니까요. 교수님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시간적인 제약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철학 캠프는 2박3일 동안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이명주 : 지난 철학 캠프에서 아쉬웠던 것은 토론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놀이를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교수님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병록 : 교수님들의 강의가 무척 좋았지만 저 역시도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이 직접 책에 대해서 해석한 것을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성우 교수 : 진짜 철학 공부는 강연보다도 여러분의 말씀처럼 세미나 방식이 되어야 하는 게 맞지요. 이번 철학 캠프에서는 토론과 글쓰기 시간을 보강해서 그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할 계획이에요. 여러분들이 앞으로 대학을 가게 된다면 이러한 경험을 잘 살려 우리 사회의 참된 지식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보도록 하지요.
이명주 : 이번 기회를 계기로 철학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려고 해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목표는 행복이잖아요.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철학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학은 제게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끝으로 앞으로도 철학을 계속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싶습니다.
정다은 :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무척 흥분되는 일이었고요. 평소 저는 제 나름의 사고의 틀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틀을 깨버리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요. 하지만 그 틀을 스스로 깨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병록 : 철학은 잠깐 필요할 때만 공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철학은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니까요.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철학 공부를 계속 할 생각이에요.
김성우 교수 : 여러분의 이야기처럼 철학은 생각의 길과 삶의 길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디로 갈지를 고민해보는 것이니까 사실 누구나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나 앞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때 철학적인 토대 위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명주, 이병록, 정다은 학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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